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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안데르센 넥쇠(Martin Andersen NexØ) 단편소설 『종신형(Life Sentence)』

by 언덕에서 2020. 5. 21.

 

 


안데르센 넥쇠(Martin Andersen NexØ) 단편소설 종신형(Life Sentence)

 

 

 

  

덴마크 작가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Martin Andersen NexØ.18691954)의 단편소설로 1950년에 발표되었다. 넥쇠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정복자 펠레>의 작가로 덴마크가 자랑하는 최고의 소설가다. 가난한 석공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목동, 신발 제조공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에 눈을 뜬 작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투쟁하는 삶을 살며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인 작품을 많이 남겼다.

  작가 넥쇠는 가난한 데다 11남매가 북적이는 집에서 어릴 때부터 갖은 고생을 하며 자랐다. 11남매 가운데 넷째여서 일찌감치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에 투입되었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쉬지 않아 청년 시절 교사가 되었다. 그때부터 문학에 뜻을 두었고 29세 때 단편집 <그림자>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발표한 <정복자 펠레>가 성공하면서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85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일평생 글쓰기를 계속하여 3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넥쇠는 다양한 직업을 거치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에 눈을 떴고, 자신의 체험을 작품으로 승화했다.

 특히,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정복자 펠레> 4부작을 통해 서유럽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작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넥쇠는,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날카롭게 파헤치면서도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충실하게 묘사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승리하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 낸 유럽 문학계의 거장이다. 넥쇠는 사회개혁을 옹호한 덴마크 최초의 프롤레타리아 소설가로서 덴마크와 유럽 전역의 사회적 각성에 큰 역할을 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마티스 로우는 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이 불만이었다. 어머니는 사십 대였고 아버지는 그보다도 열 살이나 위였다. 마티스가 장난치고 노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는 무엇이든 하지 못하게 했다. 어려서부터 자기 몫의 일을 해야 했던 마티스는 아버지나 어머니 곁에 있으면 그저 짜증이 났다.

  어딘가 멀리로 떠나고 싶은 이상과 자신을 붙잡는 늙은 부모라는 현실 속에서 갈등하지만, 마티스는 그대로 머물러 어망을 손질하고 손바닥만 한 땅을 갈며 아무 기쁨도 느끼지 못하며살아간다. 대신 마티스는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넓은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가리라 결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골 처녀와 결혼해서 발목 잡히는 일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마티스는 자녀가 없는 숙부의 상속자가 되어 어른들의 강요로 결혼을 하고 마을에 눌러살게 된다. 아들 한스가 태어나지만,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는 생각에 정을 주지 않는다. 한스는 사랑을 베풀지 않는 아버지 마티스를 싫어하고 무서워한다. 어느 날 한스가 헛간에서 맷돌을 돌리며 물을 튀기자 마티스가 심하게 야단친다. 겁에 질려 우는 아들을 보던 마티스는 자신이 어린 시절 혼자 헛간에서 놀던 일을 떠올리며 아들을 달래주고 함께 즐겁게 논다. 그 일로 마티스는 아들을 사랑하게 되고 아들도 자신처럼 환경과 관계에 묶여 부자연스러운 삶을 살게 될 것을 우려한다.

  마티스는 아들이 바다로 나가 훨훨 날아오를 수 있게 하려고 일자리를 수소문한다. 드디어 마을을 떠나게 된 한스는 아버지에게 함께 떠나자고 말한다. 아들의 제안에 기뻐하면서도 마티스는 다시 자기 감옥으로 돌아온다.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Martin Andersen Nex&Oslash;.1869 &sim; 1954)

 

  작가 넥쇠와 종신형의 마티스, 그리고 우리는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지는 않았다. 부모 역시 우리와 같은 자식을 낳고 싶어서 낳은 것은 아닐 터이다. 그런데도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야만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단편소설 종신형의 주인공 마티스의 심리 상태에는 작가 넥쇠의 어린 시절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티스는 늙은 부모를 떠나 바다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아무도 그 깊이를 모르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마치 걱정스러운 잔소리꾼으로만 존재한다.  마티스는 부모가  해변에서 그를 지켜보지 못하는 먼 곳으로갈 꿈을 꾸지만 '결국 단념하고 집에 남아 두 늙은이가 하던 일을 맡아한다.

   종신형은 단편소설이지만 마치 장편소설처럼 유장하게 흐르며 가슴을 묵직하게 만든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면 계획한 대로 탄탄대로를 걷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인생이라는 험난한 여행길에는 요소요소에 복병이 기다리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뜻하지 않은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한 고민을 하는 이들은 노력하고 사랑하면서 꿈을 향해 나아간다. 

 

 

  (전략) 어찌 보면 주인공 마티스가 받은 종신형은 그 개인의 불행일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이 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또 부모가 늙었다 해도 모두가 자신에게 얽어매두려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결혼도 그렇고 아들과의 관계도 그렇다. 특히 아들과의 화해와 거기서 자라난 사랑이 주인공의 종신형에 마지막 확정판결을 내리는 과정은 콧머리가 시큰할 정도로 감동적이면서도 아주 별난 인정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문득 그게 별난 주인공의 개인적인 불행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우리도 모두 주인공과 다름없이 종신형을 받은 존재이며 눈여겨보면 우리에게도 일생을 갇혀 지내야 할 초라한 어촌과 손바닥만 한 땅뙈기와 낡은 고깃배가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를 거기에 가둬놓는 부담스럽지만 저버릴 수 없는 늙은 부모와 한스의 농장처럼 과장된 전망과 불같이 사랑하지는 못해도 영 못 견딜 정도는 아닌 아내와 자신을 희생시켜서라도 석방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다.

  결국, 종신형은 좀 어둡게 파악되기는 했지만, 우리 삶의 또 다른 이름이다. 모두 얼마나 열렬하게 자신이 갇혀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기를 꿈꾸는가. 그러나 또한 얼마나 다양하게 그래서는 안 될 이유가 있는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5244쪽에서 인용)

 

 

 

 

 


 오늘로써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관련 포스팅을 마칩니다. 작년 여름 우연한 기회에 이 시리즈 책 10권을 접했는데 각 권 마다 10편의 단편소설이 게재되어 있었지요. 그러니까 도합 100편의 단편소설을 취합해서 편자는 책으로 묶은 셈입니다. 책 목차를 살펴보니 부끄럽게도 100편 중 제가 읽어 본 작품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열심히 10권을 통독한 후 작품해설 연재를 시작한 것인데 제 의견도 그렇지만 편자의 견해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에 본문 중 편자의 해설을 함께 실었습니다.

 이 책은 편자가 세종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할 때  학생들 교육 자료로 선별한 작품들을 모은 것들로 사료되는데 다양성의 습득이라는 점에서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작품의 문학성과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54편만 포스팅해 보았습니다. 아래 <태그>에서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을 클릭하면 54편의 작품이 등장하는데요, 나머지 46편은 그다지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싣지 않았습니다. 혹시 게 중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메일이나 댓글 주시기 바랍니다. 포스팅을 검토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