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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오스카 와일드 동화 『행복한 왕자(The Happy Prince)』

by 언덕에서 2019. 12. 30.

 

 

 

오스카 와일드 동화 행복한 왕자(The Happy Prince)

 

 

 

  

아일랜드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이며 시인인 오스카 와일드(Oscar Fingal O'Flahertie Wills Wilde,1854~1900)가 1888년 동화집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들(The Happy Prince and Other Tales)>을 통해 발표한 동화 작품이다. 한국어판은 동쪽 나라에서 펴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에 황순원의 <소나기>, 나다니엘 호손의 <큰바위얼굴> 등과 함께 실려 있다.

  시대로부터 버림받았지만, 신이 내린 재능 중 아주 적은 부분만으로도 문학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 세계를 만들어 냈던 천재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동화 작가이자 희곡 작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스스로 사회주의자임을 감추지 않았다. 누구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내면의 소리에 충실했던 그는 위선투성이의 세상을 거부했고 그 때문에 사회로부터 버려졌다.

  사회의 이단아였던 와일드가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 것은 자신의 두 아들을 비롯한 '어린이'였다. 그 애정을 바탕으로 1887년에 5편의 동화를, 1888년에는 4편의 동화를 발표했다. 그 후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희곡 <살로메>, <하찮은 여인>, <이상적인 남편> 등을 발표하면서 와일드의 명성은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명성은 그의 반사회적인 말과 행동으로 금이 갔는데 10대 소년이었던 알프레드 더글러스와의 동성애 사건 등 남색 혐의 때문이다. 이후 2년간의 중노동형을 마치고 나온 와일드는 전염병이 옮아190011월 파리의 한 호텔에서 가족도 없이 친구와 호텔 주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쓸쓸히 죽었다.

 2017년에는 루퍼트 에버렛과 콜린 퍼스 주연으로 동명의 영화 『행복한 왕자』가 개봉되었다. 

 

 

♣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넓은 광장 한가운데에, '행복한 왕자'라는 이름을 가진 동상이 서 있었다. 순금에 푸른 청동 구슬, 루비가 몸에 치장되어 있던 이 동상을 마을 사람들은 쳐다보며, 근심이나 걱정을 잊어갔다.

  친구들과 함께 이집트에 가지 못한 제비 한 마리가 시가지 위를 날고 있었다. 추운 겨울에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제비는 동상 위에 내려앉았다. 그런데 내려앉자마자, 위에서 눈물이 한 번, 두 번 떨어졌다. 그것은 바로 궁전에서 부귀영화만 누리던 '행복한 왕자', 곳곳에 보이는 불쌍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흘리는 눈물이었다.

  왕자는 집의 창문 안팎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제비를 시켜 칼에 붙어있는 루비나, 금 조각, 심지어 눈알까지도 서슴없이 나눠주었다.

  왕자와 함께 있던 제비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에 견디지 못해 왕자의 입에 키스하고 발밑에 떨어져 죽었다. 제비라는 연약한 존재가 남을 위해 희생을 한 것이다. 제비가 죽고, 왕자도 제비의 동사에 너무 충격을 받아 납으로 된 심장이 터져 죽었다. 보기 흉하게 된 이 동상은 사람들로 인해 부숴져 버리고, 터진 심장은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왕자의 남을 위한 마음을 만물이 다 아는지, 그 심장만큼은 녹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심장을 쓰레기장에 내던져버렸다.

  시간이 흐른 후, 신이 천사 한 명에게 지시했다.

 “저 도시에서 가장 귀중한 것 두 개를 이곳으로 가져오너라.”

  그래서 천사는, 납의 심장과 죽은 제비를 신에게 가져왔다.

  신은 말했다.

 “아주 잘 선택했군. 이 작은 제비는 언제든지 내 낙원의 뜰에서 지저귈 것이요, 행복한 왕자는 내 황금의 도시에서 영원히 내 이름을 찬미할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작품 활동을 한 19세기 영국에는 동화를 비롯한 신화나 전설에 관한 관심이 새로이 일어났으며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1838)>, 조지 맥도널드의 <공주와 고블린(1872)> 등의 책이 출간되는 등 바야흐로 굉장한 어린이 책 출간 대성황이 일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타고 오스카 와일드도 1887년과 1888년에 걸쳐 단편 동화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와일드의 동화는 그의 반사회적인 말과 행동과는 어울리지 않게 도덕적인 내용이 강조되고 있다. 이것은 1880년대 후반 빈민가의 참상에 대해 오스카 와일드 자진이 깊게 반성하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또한, 와일드의 동화에서는 동식물들과 움직이지 않는 물건들이 말하고 걸을 수 있으며 아이들이 자주 주인공으로 나온다. 실제로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는 세계가 펼쳐지며 무엇보다 그 주인공들은 어떠한 계기로든 내적, 외적인 발달을 이룬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는 보통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권선징악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달리 끝으로 나라를 다스린 임금님은 아주 포악했다고 전해진다.’라는 말로 흥을 깨거나 생명과 사랑의 결정체인 장미가 무참히 내던져진 채끝을 맺는다이 세상은 보통 동화처럼 늘 착한 결말로 끝나지는 않는다. 와일드는 착한 결말을 비꼼으로써 아이들을 조종하는 사회의 규율과 교회의 완고함, 권위적인 교육 방식에 대항하고자 했다. 그래서 와일드의 동화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현실을 돌아볼 계기를 제공해 준다.

 

 

 

  (전략) 하지만 동화적인 선입견을 털고 다시 한 번 세심히 읽어나가면 오스카 와일드야말로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안 사람이다. 이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틀림없이 세상의 헐벗고 굶주린 이들을 보살피는 왕자의 거룩한 심성이나 거기에 감화된 제비의 갸륵한 희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조상과 동물이다. 이 작품에서 '그래도 사랑할 만한 인간'을 찾는다면 그것은 그들 뒤에 숨어 있는 작가이다. 아름다움과 선을 합일시킨 그의 순수하고 고양된 유미주의다.

 동화로 번안될 때는 흔히 생략되기 쉬운 이 작품의 결말도 우리가 작가에게 품고 있는 방탕과 환락으로 생을 보낸 선입견과는 거리가 있다. 세상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쓰레기 터에 버려진 왕자의 심장이 결국 신에 의해 구원을 받는다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이 세상의 가망 없음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름다움과 선의 궁극적인 승리에 대한 작가의 굳건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0권 195~6쪽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