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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도데 단편집 『풍차방앗간에서 온 편지(Letters de mon moulin)』

by 언덕에서 2019. 12. 28.

 

도데 단편집 풍차방앗간에서 온 편지(Letters de mon moulin)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1840∼1897)의 첫 단편 소설집으로 두 번에 걸친 신문 연재물들을 모아 출판한 것으로, 1866<레벤망> 지에 프로방스의 연대기라는 제목으로 열두 편을 연재한 것과 1868<르피가로> 지에 열두 편을 연재한 것을 모아 1869년에 출판하였다.

  24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단편소설집  풍차 방앗간 편지 최초에 <()프랑스의 소식>이란 제목을 붙여 1866818일부터 [레벤만][피가로] 지에 발표했던 것을 뒤에 단행본으로 간추렸을 때 풍차 방앗간 편지라 개명했다. 작가가 가끔 남프랑스를 찾아가 쓸 때 황폐한 풍차 방앗간을 서재로 사용하여 집필했기 때문이다. , 처음에는 작자가 마리가스통이라는 필명을 쓴 일이라든가 그 밖의 다른 일로 해서 문제가 되었던 일도 있다. 이 단편집 가운데서 유명한 것은 남프랑스의 순진한 청년 장의 비련을 그린 <아를의 여인>인데, 이 작품은 그 후 각색되어 상연되고, 또 비제의 작곡으로 오페라로도 작곡되었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은 알퐁스 도데의 고향인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인물, 풍경, 날씨, 풍물놀이, 풍속, 민요, 전설 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프로방스 주민들의 순수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정겨운 풍경과 함께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는데, 알퐁스 도데의 아름다운 시적 상상력, 서민층에 대한 따뜻한 인간미,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 냉혹한 현실에 대한 씁쓸한 체념 등이 당시 프로방스의 전통적인 풍속과 함께 작품들 속에 잘 녹아 있다.

 

알퐁스 도데( Alphonse Daudet.1840&sim;1897)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 방앗간에 입주하는 날

  알퐁스 도데가 프로방스에서 머무는 동안 그 주변 상황을 사실주의적 방식으로 떠올린 작품으로, 풍차 방앗간에 들어와 부딪치는 여러 상황을 우화적으로 그리고 있다. 방앗간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잘 묘사하고 있는데, 특히 알프스산맥 위로 올라갔다 농가로 내려오는 양 떼의 묘사는 실제로 보는 듯하다 

 ●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코르니유 영감의 방앗간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계속 자아내다가 생각지도 못한 결말을 보여준다. 금화 자루가 쌓여 있을 것이라는 방앗간에는 구멍 뚫린 낡은 석고 가루 포대만이 쌓여 있다.   

  ● 스갱 씨의 염소

  비록 가난하지만, 시를 쓰며 자유롭게 살겠다는 친구 그랭구아르에게 현실적인 경제 문제를 받아들이라고 보낸 충고의 글이다.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

  주인집 아가씨를 향한 순박한 양치기의 순수한 사랑이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잘 그려져 있고, 특히 황순원의 소나기와 매우 비슷한 구조와 주제를 담고 있다.   

 ● 교황의 노새

  ‘7년 동안이나 복수의 칼을 갈며 기다린다라는 것이 가능할까? 우화 형식을 빌려 노새의 복수를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중세 이야기이지만, 아비뇽 시대의 당시 사회 모습을 적나라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 퀴퀴냥의 신부

  순진한 퀴퀴냥 사람들을 선의의 거짓말로 회개시키는 주임 신부의 이야기로 대화체를 사용하여 사실감을 잘 전달하고 있다. 코믹한 대화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 노인들

  지은이는 친구의 간곡한 부탁으로 친구의 조부모를 찾아가 만난다. 마지못해 찾아간 길이었으나, 자신을 손주 대하듯 환대하고 정성으로 대접하는 모습에 감동한다.   

 ● 산문으로 쓴 발라드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 두 편으로, ‘황태자의 죽음은 권력이나 재물도 죽음 앞에서는 다 필요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으며, ‘들판의 군수님은 권위나 명예도 자연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 황금 뇌를 가진 사내의 전설

  환상적이고 마법적인 일종의 요정 이야기로, 편지글의 형식을 빌려 황금 뇌를 가진 사내의 어리석은 행동을 들려준다. ,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들, 정작 중요한 것은 잊은 채 하찮은 것만을 좇아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들을 일깨운다.   

  ● 시인 미스트랄

  미스트랄의 시에 나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액자 구조의 소설로 친한 벗인 시인 미스트랄을 통해 프로방스어와 프로방스의 역사·풍습·전설, 그리고 소박하고 자유로운 주민의 생활을 생생히 그리고 있다.   

  ● 세 번의 독송 미사

  중세 이야기로 악마의 유혹으로 식탐에 빠진 신부가 허둥지둥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을 사실감 있고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신부와 복사,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엉뚱한 모습이 마치 물이 흐르듯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바로 앞에서 보는 듯하다.   

 ● 밀리아나에서

  하루 동안 알제리의 작은 도시 밀 리아나를 돌아다니며 보고 느낀 점을 기록한 이야기로 프랑스 식민지인 알제리의 역사적인 배경과 다양한 인종들이 얽혀서 사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특히, 뿌리 깊은 아랍인과 유대인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지은이의 소망을 엿볼 수 있다 

  ● 메뚜기 떼

  작가가 알제리 여행 때 체험한 개인적인 추억을 떠올린 단편으로, 인간의 온갖 노력이 자연재해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가슴 아프게 그리고 있다. 메뚜기 떼를 우박을 품은 구름으로 비유하여 날아드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은 메뚜기 떼가 하늘을 덮으며 날아오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 고셰 수사의 약초 술

  16세기 중세의 가톨릭교회는 극심하게 부패하였다. 특히 교황이 면죄부를 만들어 신도들에게 팔기도 했다. 이에 1517년 루터가 가톨릭교회의 부패와 면죄부 판매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종교 개혁을 일으켰다. 이야기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어진 글로 프레몽트레회 수도원(가톨릭교회)의 타락(부패)과 죄를 진실로 뉘우치지 않고 죄 사함의 기도(면죄부)로 무마하려는 수사들의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작품집에 실린 단편 대부분은 작가의 고향 프로방스와 코르시카·알제리를 소재로 삼았는데 그중 <아를의 여인>G. 비제의 오페라로 유명하다. 그 밖에 자유의 위험성을 그린 <스켐 씨의 산양>, 목가적이고 로맨틱한 아름다운 이야기인 <>, 남프랑스의 조촐한 마을의 평화로운 정경을 그린 <노인>, 전설적이고 풍자적인 <황금 뇌를 가진 사나이의 이야기>, 유머와 약간 쓸쓸한 인생고를 그린 <P 신부의 장명주(長命酒)>, 기계의 진출로 인하여 폐업하는 풍차 방앗간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교황이 맡긴 노새를 학대한 사나이가 7년 만에 보복을 받는 <교황님의 노새>, 신앙심 없는 인간들이 사제의 멋진 설교에 따라 신앙심을 되찾는 <큐큐냥의 사제> 등 프로방스 지방에 대한 애착심과 그 땅에 사는 소박한 인간ㆍ동물ㆍ식물의 묘사를 통해 프랑스인의 심정을 잘 나타냈다.

 

 

  풍차가 돌아가는 언덕 밑에 한 칸의 말쑥하고 아담한 별장이 서 있었는데 도데는 겨울이 오면 음산한 파리를 벗어나 그곳으로 종종 놀러 왔다. 빛이 가득한 시골의 신선하고 정취가 넘치는 자연과 시골 사람들의 과장된 몸짓, 꾸밈없는 명랑함, 그리고 재미있는 대화와 노래를 접함으로써 기분을 전환했다. 또한, 그는 그곳에서 더 먼 남부 프랑스 지방을 여행한다든가 프로방스에 예부터 있는 고어를 사용해서 시를 짓고 있는 페리브르 벗들과 유쾌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그와 같은 유쾌한 수선을 한바탕 피운 뒤 풍차 방앗간으로 돌아와 전망대에 올라 몸을 푹 쉬면서 아직도 귀에 울려 오는 노랫가락, 유쾌한 웃음을, 순박한 풍속, 몽환적인 이야기, 여행의 추억, 숨이 막힐 듯 달아오른 언덕의 흙냄새 등에 생각을 달리고 있었다.

  이 작품집에는 작자의 초기 시정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로맨틱한 환상적인 필치, 수필식의 아름다운 자연 묘사, 게다가 도데 특유의 유머와 풍자미, 우의 등이 담뿍 넘치고 있다. 초판은 [에세르 서점]에서 간행되었으며, 당시엔 18편이 수록되어 있었으나 1887년 출판되었을 때는 6편이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