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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욕망을 거세당한 가족들의 치명적 몸부림이라는데...

by 언덕에서 2017. 8. 9.

 

 

욕망을 거세당한 가족들의 치명적 몸부림이라는데...

 

 

감독의 여배우 폭행으로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뫼비우스>는 김기덕이 4년 전인 2013년 각본, 연출한 영화로 그해 9월에 개봉되었다. 동시에 그해 베니스 영화제 비경쟁 부분에 초청되었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까지는 숱한 시련을 겪은 작품이기도 하다. 앞선 6월 초 처음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은 뒤 문제가 된 장면 12컷, 50초가량을 삭제하여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7월16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두 번째 심의 결과도 여전히 국내 관객을 만날 자격을 얻지 못했다. 이에 김기덕 감독은 50초가량의 장면을 추가로 삭제하여 세 번째 심의 신청을 넣음으로써 영화 개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었는데 9월에야 겨우 개봉할 수 있었다.

 김기덕은 이 영화를 통해 가족은 무엇인가, 욕망은 무엇인가, 인간에게 성기는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더불어 가족, 욕망, 성기는 애초에 하나일 것이라는 전제 아래 내가 아버지고, 어머니가 나고, 어머니가 아버지 아니냐는 질문을 하고 있다. 애초 인간은 욕망으로 태어나고, 욕망으로 자신을 복제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뫼비우스 띠처럼 하나로 연결된 것이고,  결국 내가 나를 질투하고 증오하며 사랑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그간의 김기덕 영화에서 익히 봐오던 요소들, 이를테면 성기, 도착적 성애, 죄의식, 가학성, 근친상간 등의 주제의식이 반복, 조합되며 기묘한 느낌으로 우리를 착잡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일관성있게 밀어붙인 김기덕 식 영화 세계의 재조합이라 해야겠다. 그런 점에서 처음 김기덕의 이 작품을 접한 이에게는 순수하고 충격적이겠지만 이미 그의 영화를 여러 번 접한 이에게는 익숙한 영화이기에 그다지 신선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대사가 등장하지 않는 특이한 영화다. 보면서 계속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 것이다. 김기덕 특유의 잔인한 장면도 많고, 장면 전환 역시 빠르기 짝이 없다. 감독에게 폭행 당해 도중 하차한 여배우 A를 대체했다고 알려진 일인이역을 한 여배우 이은우(또 다른 여자, 아내 역 : 위, 아래 사진)의 열연이 압권이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집 근처 작은 수퍼를 운영하는 처녀와 남편간의 외도를 알게 된 아내는 남편에게 직접 복수하는 방법으로 칼로 남편의 성기를 자르려 한다. 남편의 완력에 이기지 못해 실패하자 잠자는 사춘기 아들의 성기를 잘라서 입에 넣어 씹으며 여자는 집을 나간다.

  ((장면 전환) 어두운 밤. 승려 한 명이 인사동 골동품점 쇼윈도우의 불상에 랜턴을 비춘 채 엎드려 큰절로 예를 표한다)

 성기가 없어 학교 급우로부터 놀림감이 된 아들은 좌절하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의사에게 부탁해 자신의 성기를 절단하는 수술을 하여 성기를 보존한다. 언젠가 기술이 개발되면 아들에게 이식해 주기 위함이다. 남편은 매일 해외 인터넷을 뒤지며 자신의 성기를 아들에게 봉합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성적 욕구를 풀지 못하는 아들은 점점 삐뚤어져서 동네 양아치들과 어울리는데, 동네 양아치들이 아버지의 여자였던 수퍼 처녀를 윤간할 때 동참하여 유사 성행위를 하다 성폭행범으로 몰려 구속된다. 아버지는 아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자 성적 쾌감을 줄 수 있는 온갖 방법을 찾고 그중 육체에 극한의 고통을 주며 성적 만족에 도달하는 방법을 발견한다(마조히즘). 자신의 신체에 가한 고통으로 얻어낸 쾌감, 가학적일지라도 이들 부자는 만족스럽다. 이후 성기봉합 수술로 아들은 아버지의 성기를 자신에게 이식하고 정상인이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퍼 처녀와의 성적 접촉에서 발기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자신에게 제거되었던 성기가 다시 생겼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찾아온 평화도 잠시, 집을 나갔던 아내가 돌아온다.

 아내는 아들에게 성기가 있음을 알게 되고 또 남편에게는 성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남편은 자신이 바람을 피운 결과로 만들어진 비극에 통곡하며 아내에게 용서를 빌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의 성기를 다시 자르려 한다. 남편의 제지에 의해 그것이 실패로 끝나자 여자는 아들의 성기를 만지며 사정(射精)하게 만든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여자는 아들과의 성교를 시도하고 그럴 때마다 아들의 성기는 발기(勃起)한다. 보다 못한 남편은 권총으로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다. 잠에서 깬 아들은 부모가 나란히 죽어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는 죽은 아버지 손에 쥐어있던 권총을 빼어 자신의 성기에다 쏜다.

 ((마지막 장면) 어두운 밤. 아들은 승려가 되어 인사동 골동품점 쇼윈도우의 불상에 랜턴을 비춘 채 엎드려 큰절로 예를 표한다) 여기서 영화는 끝난다.

 

 

 

 

 조재현과 이은우, 서영주의 연기 모두 김기덕 방식의 연출에는 어울려 보였다. '사실성'이라는 단어가 있다. 예를 들면, 총을 맞았다고 하면 당연히 금방 죽거나 아니면 잠시 괴로워 하다 절명해야 하는 것인데, 성기가 잘린 남자가 별로 고통스러워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잘린 그것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피부에 극단적인 고통을 가하거나 칼을 어깨에 꽂을 때 오르가즘을 느낀다는 부분도 마조히즘이란 단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만인에게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어서 사실적이지 않다. 아마도 감독이 은유와 상징을 위해 설정한 것으로 판단해 본다.

 어느 영화 평론가에 표현에 의하면 이 영화는 해석이 필요한 영화가 아니라 해설이 어울리는 영화라고 했다. 그러나 무엇인가 설명할 부분이 있을 것 같지만 장면이 지날 때마다 천천히 생각해보면 별 어려움 없이 명확하게 숨겨진 복선과 설정들이 이해된다. 대사 한마디 없이 진행되는 영화이지만 단 한순간도 의미가 모호하게 전달되는 일은 없다. 영화가 아닌 연극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배우들의 과장된 몸부림이나 화면 곳곳에 숨겨진 상징과 이미지의 복선 역시 조금만 생각하면 스포츠 신문의 숨은 그림찾기처럼 쉽게 의미를 알 수 있다.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애초의 편견과 달리 매우 단순하고 쉬워서 어쩌면 가벼운 영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신문 기사는 이 영화 촬영시 감독 김기덕이 아내 역할을 맡은 여배우 A의 뺨을 때리고 폭언했으며 대본에 없는 성적 장면 촬영을 강요해 피소당한 사실을 보도했다. 여배우 A의 주장에 따르면 '뫼비우스' 촬영 당시 김기덕이 여배우 A의 감정 이입을 위한 연기 지도 명목 아래 턱이 돌아갈 정도로 세게 뺨을 때리고 폭언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본에 없는 성적 장면 촬영을 강요당해 그녀는 결국 영화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해당 여배우 A는 올해 초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에 자문을 구했고 최근에는 김기덕을 상대로 폭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형사부에 해당 사건을 배당, 직접 수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한다.

 김기덕 표의 영화의 특징은 인간의 이기성, 극악무도함, 자본주의의 냉혹함, 양극화의 몰인정함, 가진자의 비도덕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는 김기덕 자신이 가해자가 되고 있다(물론 재판 결과를 보아야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이다).  이 영화는 소문과 고소 내용을 실감할 만큼 심한 폭력과 노출, 근친상관 장면이 자주 등장해 보는 이로 하여금 충격과 불편함을 동시에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