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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왕경룡전(王慶龍傳)』

by 언덕에서 2019. 10. 24.

 

 

고대소설 왕경룡전(王慶龍傳)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소설로 한문본ㆍ필사본이 존재하며 이본으로 <왕어사경룡전(王御史慶龍傳)> <청류지열녀(靑樓之烈女)> 등이 있다. <옥단전(玉檀傳)>이라고도 한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여 기생과의 애정 관계를 다룬 애정 소설로, 작품의 시대 배경이 명나라 가정연간(嘉靖年間)으로 되어 있고, 중국 소설과의 연관성으로 보아 임진왜란 직후에 쓰인 것으로 추측된다.

  주인공 경룡이 기생 옥단에게 빠져 백년가약을 맺지만, 돈이 떨어지자 기생 어미의 간계로 내쫓긴다. 갖은 고생 끝에 결심을 새로이 한 경룡은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암행어사가 되어 위급한 처지에 빠진 옥단을 구출한다는 이야기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왕각로는 낙향하면서 거상(巨商)에게 빌려준 은자(銀子)를 받아오라고 하고 아들 경룡을 남겨 두고 떠난다. 경룡은 돈을 받아 내려오다가 서주에게 들러 주모의 소개로 기생 옥단을 사귀게 되면서 수만금을 탕진한다.

  옥단이 돈이 떨어진 경룡을 쫓아내라는 기모(妓母)의 말을 듣지 않자, 기모는 집을 옮겨 경룡이 길을 잃고 방황하게 한다.

  쫓겨난 경룡은 기모가 시킨 도적들에게 맞아 기절하였다가 마을 노인에게 구출되고, 그 길로 양주지방 광대의 무리에 예속된다우연히 전날 옥단을 소개하였던 주모를 만나 사정을 이야기하니, 주모는 경룡의 편지를 옥단에게 전해 주기로 한다. 편지를 받은 옥단은 기뻐하며 경룡을 만난 다음, 황금을 주면서 새 옷을 사 입고 다시 집으로 찾아오라고 일러준다.

  경룡은 옥단의 말대로 비단옷을 사서 입고 빈 상자를 재물로 가장하여 그 집을 찾아간다. 전날의 기모는 다시 반기며 이전의 잘못을 사과하면서 극진히 접대한다. 이날 밤 옥단과 경룡은 기생집의 보화를 훔쳐 집을 나오고, 이튿날 관가에 기모를 고발하게 된다.

  마침, 기모에게 돈을 주고 옥단을 첩으로 삼으려던 조모(趙某)는 화가 나서 옥단을 자기 집으로 납치해간다. 그러나 조모의 처는 옥단을 시기하여 남편과 옥단을 독살하려고 밥에 독약을 넣었는데 남편만 그 밥을 먹고 죽는다. 관가에서는 남편을 죽인 죄로 본처와 옥단을 함께 옥에 가두게 된다.

  한편, 경룡은 옥단을 잃은 뒤 그 길로 본가에 돌아가 부친으로부터 엄한 훈계를 받은 다음, 학업에 열중한 결과 장원급제를 하고 암행어사를 제수받는다. 옥단의 연락을 받은 경룡은 곧 암행어사로 출두하여 옥단을 구하고 이들은 행복을 누린다.

 

 

 

 <이와전(李娃傳)>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형양공(滎陽公)은 나이 쉰에 아들을 얻었는데, 그의 나이는 겨우 20세였다. 아들 생()이 과거 시험을 보러 갔다가 기생 이와에게 빠져 2년 동안 쓸 생활비를 단번에 탕진한다. 이와는 생을 사랑하였지만 포주의 압력 때문에 그를 알거지로 만들어 내쫓게 된다. 생은 온갖 고생을 겪다가 가까스로 아버지를 만나지만 매만 맞고 버림당한다. 죽을 고비를 넘긴 생은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이와와 재회한다. 이와는 생에게 지난날을 사죄하고 극진히 보살핀다. 그 덕에 생은 과거에도 급제하고 아버지에게도 인정을 받아 이와와 정식으로 혼인을 한다.

  『왕경룡전은 위에서 설명한 중국 당대(唐代)의 애정 소설 <이와전>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부잣집 아들이 기녀에게 빠져서 가지고 있던 재물을 모두 탕진하고 이어서 냉대를 받아 쫓겨나며, 뒤에 다시 그 기녀를 만나 그의 도움을 받게 된다는 기본구성이 일치한다.

  그러나 <이와전>에서는 기녀가 전날의 박대를 뉘우치고 걸인이 된 그를 학업을 닦게 도와 장원급제하게 한다그러고는 출세를 하게 한 다음 떠나버린다그의 부친이 이를 가상히 여겨 그 기녀를 찾아 며느리로 맞이하는 내용과 암행어사 출두를 끌어들이지 않은 것이 <이와전>이 『왕경룡전』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그 주제의식이 근본적으로 다름을 뜻한다. 하지만, <이와전>은 이전의 잘못을 뉘우치고 불행하게 된 사람을 도와 출세시킨다는 기녀의 순정에 대한 재인식을 강조하였으나, 왕경룡전은 끝까지 기녀를 관인의 예속물로 다루어 흥미본위로 끝맺고 있다. 이 소설은 기녀의 순정과 기녀에게 빠져 몰락과 상승의 길을 걷는 한 도령의 행로를 흥미 있게 엮은 애정 소설로서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쳐 <청루지열녀> <왕어사경룡전> 등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고대소설의 상투적 수법인 우연성에 의한 사건의 해결이 아니라필연성에 의한 사실적 수법을 택하려 한 점이 특징이다조선 선조 ·인조 연간의 작품으로 보이며, 1917년 [신구서림]에서 발간한 한글본 <청루지열녀>는 같은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