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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김씨열행록(金氏烈行錄)』

by 언덕에서 2019. 11. 7.

 

 

고대소설 『김씨열행록(金氏烈行錄)』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소설로 11책의 활자본이다. <콩쥐팥쥐전>과 합본되어 있으나, 표지가 떨어져 1920년대 출판된 것만 추측할 뿐이다.

 『김씨열행록19세기 무렵의 국문소설로 가부장 중심의 중세 가족제도 내의 갈등을 중심으로 당대의 가정ㆍ사회ㆍ정치 등의 여러 분야에 얽힌 문제점들을 뚜렷이 부각한다이 작품은 가부장 중심의 가족제도에서 기인하는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은 물론 이러한 문제가 관원의 횡포 및 정치 권력과 맞물리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파급되는 모습 또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관동지방에 장계현이란 어진 선비가 있었다. 그는 과거에 급제하고 연 씨를 아내로 맞아 아들 갑준을 낳았으며 벼슬이 시랑(侍郞)에 이르렀다. 장 시랑은 아들 갑준이 16세 되던 해에 연 씨가 병으로 사망하자 낙향하여 유 씨를 후처로 맞이한다. 몇 년 후에 갑준이 이웃 마을의 김 소저와 혼인하였는데 첫날밤 신랑이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는 괴변이 발생한다.

  너무나 황당하고 억울한 죽음이었기에 신부(김 소저)는 남장하고서 진상을 밝히기 위해 집을 나선다. 죽은 신랑의 마을 근처 주막에 가만히 숙소를 정한  김 씨는 주인 노파와 친하게 지내면서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하루는 노파가 밤중에 어떤 청년과 밀담을 나누는 낌새를 엿보고 있다가 그 사람이 누구인가 넌지시 물어본다. 노파는 팔자 한탄과 함께 '나는 아들이 없어 양자 하나를 두었는데 그놈이 평소에 불량 무도하여 갖은 악행을 일삼더니 며칠 전에는 신랑의 목을 베어다 달라는 살인 청부를 받아 장 씨 집안의 계모에게 그 물증을 갖다 주고 멀리 도망가는 길에 잠시 들렀더라'라는 사연을 털어놓는다.

  이에 김 씨는 시가로 달려가 곳간에 감추어 둔 신랑의 머리를 찾아 시부에게 바치고 누명을 씻게 된다. 아들의 죽음이 계모 유 씨의 재산상속 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장 시랑은 후처 유 씨와 그녀의 소생을 집에 가두어둔 채로 불을 지르고, 아들의 머리와 전답 문서를 김 씨에게 보낸 후에 종적을 감추어 버린다.

  한편, 김 씨는 친정에서 살면서 첫날밤에 잉태한 유복자 해룡을 낳고 삼 년이 지나자 시아버지를 찾아 천지 사방을 떠돌던 끝에 절간에 은거해 있는 장 시랑을 모시고 와서 지성으로 봉양한다. 김 씨는 노년의 시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하여, 어릴 적 친구이자 지금은 친정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는 과부 화 씨를 소실로 맞아들이게 한다. 그때부터 장 시랑의 마음이 쏠리자 화씨는 장 시랑으로 하여금 아들 갑준의 죽음이 김 씨 때문임을 의심토록 유도하고, 마침 유 씨의 동생이 관동 태수로 부임하자 그와도 내통하여 유 씨의 죽음이 김 씨의 간계에 의한 것이라 무고해 김 씨를 곤경에 빠뜨린다.

  김 씨의 시비(侍婢) 옥매는 주인을 위해 화 씨를 처치하려 밥에 독약을 넣었는데, 엉뚱하게도 장 시랑이 그 밥을 먹는 변을 당하게 된다. 장 시랑이 독살되자 화 씨는 태수에게 김 씨의 소행이라 고발하니 옥매와 김 씨가 모두 투옥된다. 유 태수가 김 씨를 살인범으로 지목 심문하자 옥매는 옥졸을 매수하여, 면회차 들렀던 자기 동생과 옷을 바꿔 입은 후에 한양으로 올라가 신문고를 울려 김 씨의 억울함을 조정에 호소한다. 조정에서 파견된 관원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자 화 씨는 교살되고, 유 태수는 파직되며, 김 씨의 열행에는 정려문이 내린다. 

 

이해조의 신소설 <구의산(九疑山)>

 

 

  이 작품은 가부장 중심의 가족제도에서 기인되는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은 물론 이러한 문제가 관원의 횡포 및 정치권력과 맞물리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파급되는 모습 또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국문 고전소설의 대다수가 충, , 열의 지배 이념 구현을 위한 매개로 향유되었던 사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김씨열행록'은 이러한 교화적 의도 속에 당대 현실의 문제점도 아울러 담아내고 있다.

 가정의 주도권과 재산상속을 둘러싸고 자행되는 시기와 질투모함과 살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관원의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이 횡행하는 현실은 예나 이제나 크게 다를 바가 없음을 김씨열행록은 두루 보여준다.

 

 

 이 작품은 한 여인의 열행을 표현해놓은 윤리소설의 유형을 띠고 있다.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한 여인의 열행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놓은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조선 후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일부 계모형 가정소설의 전형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주인공 김씨가 혼인 첫날밤 괴한이 신랑의 목을 베서 달아나는 처참한 괴변을 당한 후, 그 누명을 벗겠다는 일념에서 남장하고 살인자를 찾아내어, 마침내 그 누명을 벗는다는 구성은 그 어느 작품보다도 독창적이다 또한, 후처 유 씨와 그녀의 소생을 방에 가두고 집에 불을 질러 태워죽인 다음 아들의 머리와 자기의 전답 문서를 며느리인 김 씨에게 보내고 방랑의 길을 떠난다는 구성 역시 그러하다.

  김씨가 유복자 해룡을 낳고 시아버지를 찾아 그의 외로움을 풀어주기 위하여 최 씨를 후처로 맞게 하는 것도 며느리의 시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효도라고 할 수 있다이 작품은 전부 독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모방이 아닌 독창적인 고전소설의 구성을 엿볼 수 있다개화기 이해조의 <구의산(九疑山)>은 이 작품을 번안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