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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오유란전(烏有蘭傳)』

by 언덕에서 2019. 10. 31.






고대소설 오유란전(烏有蘭傳)




 

작자, 연대 미상의 고대소설로 한문 필사본이 전하며 호색적인 사회의 치부를 풍자한 명랑소설이다. 심각한 이생의 사랑을 웃음으로 처리한 점이라든지, 뒤에 김생에게 복수하는 것도 웃음으로 해결한 점 등이 특색이다. 창극본 소설인 <배비장전>과 내용이 비슷한 이 작품에는 고전소설의 익살이 넘쳐흐른다. 조선 영ㆍ정조 연간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 도서에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서울에서 살던 이생과 김생은 아주 가까운 친구였는데, 김생이 먼저 과거에 급제하여 평안감사가 되자 이생을 청하여 후원 별당에 거처토록 했다. 이생이 별당에 파묻혀 독서에만 골몰하자, 김생은 이생을 골려 주려고 기생 오유란을 시켜 유혹하도록 했다. 오유란은 소복으로 갈아입고 이생이 거처하는 후원 앞 연못에서 빨래하는 식이다. 계책에 넘어가 오유란에게 빠져 버린 이생은 별당에서 오유란과 관계를 맺었다.

  그런데 이튿날 서울 본가에서 편지가 왔다. 부친의 병이 위독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생은 서울로 올라가는 도중에 부친의 병이 회복되었으니 상경치 말고 되돌아가라는 소식을 받았다. 다시 평양을 향해 가는데 대동강 변에 전에 없던 새 무덤이 하나 있었다. 열녀 오유란이 한양 선비 이생에게 속고 자살한 무덤이라는 소문이었다. 매우 놀란 이생은 병석에 눕고 만다. 그곳에 유령으로 가장한 오유란이 찾아와 이생을 회롱한다.

  그러나 결국 속은 줄을 깨달은 이생은 부리나케 행장을 차리고 서울에 와 그날부터 열심히 공부하여 장원급제하고 평안도 암행어사가 되었다. 이생은 김생에 대해 복수할 때가 왔음을 기뻐하며 평양에 내려가 기생 계월과 동침 중인 김생 앞에 나타나 어사 출두를 외쳐 김생에게 모욕을 줌으로써 통쾌하게 분풀이한다.




 

  이 소설은 일반적인 고전소설과는 달리 양반들의 호색적이고 위선적인 사회의 치부를 풍자한 명랑소설이고, 심각한 이생의 사랑을 웃음으로 처리한 점이라든지, 뒤에 김생에게 복수하는 것도 웃음으로 해결한 점 등이 특색이다성적인 표현에 있어서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놓아 풍자성이 약해진 흠은 있으나 작자가 의도한 주제를 효과적으로 잘 묘사했다는 평이다. 

 "그 무슨 말씀입니까? 내 금석같이 기약할 수 있으며 일월을 두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낭자께서는 이미 정절의 마음이 있고, 나 또한 뜻 있는 선비올시다.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을 우리 두 사람이 서로 화합하고 한마음으로 서로 맹세한 후면 나의 뜻을 앗을 수 없을 것이요 낭자의 마음도 또한 더욱 굳어질 것입니다."

하고는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오유란은 즐거워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싫은 빛은 없었다. 별당으로 같이 들어가서 밤이 이슥한 다음 잠자리에 드니, 공작이 붉은 하늘에서 날고, 원앙이 푸른 물에서 노는 것과 같았다.

  이러한 후로 오유란은 날마다 어두워서 와 가지고 어둠을 따라 돌아가니, 혹 바깥 사람이 알까 봐 두려워하는 것과 같았다. 이생은 이미 그 아리따운 얼굴에 도취되고 또 그 민첩한 행동을 기특히 여겨 스스로 신정(新情)이 미흡하다고 여겼다. 기특하다, 오유란이 사람을 선선히 유혹함이여!            -  본문 중에서

 창극본 소설인 <배비장전>과 내용이 비슷한 이 작품에는 고전소설의 골계미가 넘쳐흐른다 김생에게 복수하는 수법 역시 풍자적인 해학으로 일관되어 있다.




 고을 원과 선비의 호색과 위선을 풍자한 작품으로, <배비장전>과 주제가 같은 소설이다. 이 작품은 사설이 전하지 않는 판소리 <매화타령>기이한 소문에 있는 우스운 이야기라는 모티프를 같이하고 있다. 친구 앞에서 스스로 우월해 보이려 하는 이생의 성격적 결함을 풍자하고 호색성을 폭로하는 데 친구인 김생이 기생과 공모하고 있는 점에서 <배비장전>의 결구와 같다. 그러나 이생과 오유란의 애정행각이 저승에서 행하여지는 우스운 설정이 특이하다.

  이생이 망신당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암행어사가 되어 김생에게 보복하고 김생이 이를 감수함으로써 옛정을 되찾는 과정은 소화의 단순한 구조와는 다르다. 위선과 호색 등 인간의 약점을 풍자하면서 계층 내부의 인간관계에 내재하여 있는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융화를 지향하는 공동체 의식이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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