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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박문수전(朴文秀傳)』

by 언덕에서 2019. 10. 17.

 

 

고대소설 박문수전(朴文秀傳)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고대소설로 영조 때 암행어사를 지낸 박문수라는 실재 인물에 대한 구전설화를 정착시킨 작품이다. 한글 활자본. 1. 겉에는' 박문수전', 안에는 '어사 박문수전'으로 되어 있다. 3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으나 첫 이야기인 ' 박문수 어사가 구천동 인민을 신도로 다스린 일'만이 박문수에 관한 이야기일 뿐 나머지 2편은 다른 이야기이다.

  한글 소설이지만 주로 한문 투의 문어체로 되어 있다. 책머리에서 "외턴하 예와 이제 맛있는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는데, 구전설화의 정착이라는 점에서 고전소설과 신소설을 잇는 위치의 작품이다. 1915년 유일서관, 1926년 경성서적조합, 1952년 세창서관에서 출판했다. 필사본이나 목판본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세 개의 삽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제1회만 박문수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조선 영조 때 박문수라는 사람이 팔도암행어사의 대명을 받고 충청도를 거쳐 무주 땅에 들어가 덕유산에 이르렀다. 험한 길을 헤매다가 등불을 찾아 한 집에 이르자, 노인이 젊은이에게 소리를 지르며 죽여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박문수가 그 사연을 알아보니, 구 씨와 천 씨가 살아 구천동이라 불리는 이 마을에 노인 혼자만이 유 씨인데, 본래 음탕한 천씨 집안에서 자기의 아들이 천 씨의 며느리와 간통하였다고 거짓으로 모함하며, 다음날 신시1까지 며느리를 탈취하여 가겠다고 하였으므로, 가족이 모두 죽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박문수는  주인의 마음을 안정시킨 뒤 무주 고을에 출두하여 이 일을 무사히 처리하고 호남 일대를 돌아 조정에 올라왔다. 10여 년이 지난 뒤 다시 구천동을 찾았을 때, 유 씨의 집터에는 커다란 기와집이 서 있었다.

  박문수가 안부를 물으니, 천 씨 부자가 옥황상제에게 잡혀간 뒤로 동민들이 돈과 곡식을 가져다주어 유 씨는 수백 석의 부자가 되어 청년들을 훈도하며 동민들의 숭배자가 되었다고 하였으나, 지난날 박 어사의 일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조정에서 제신들의 평생 경력을 왕에게 아뢰는 일이 있었을 때, 왕은 박문수의 구천동 다스린 일과 유 씨의 뒷일을 듣고 크게 감탄하였다 한다. 

 

 

 실존인물 박문수를 유명하게 한 것은 높은 벼슬자리나 임금의 총애, 학문이나 문장도 아니었다. 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민중의 고통을 덜어 주려는 마음 때문이었다. 백성들은 그 고마움의 표현으로 그에게 얽힌 일화를 입에서 입으로 전했다. 이러한 풍모는 그의 강직한 성품에서 나왔을 것이다.  박문수는 임금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허리만 약간 굽혔을 뿐, 큰 절을 하지 않았고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고 전한다. 다른 벼슬아치들이 이를 나무라면 영조는 임금과 신하가 너무 딱딱하게 지내면 서로 흉허물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이르고 부복(고개를 숙이고 엎드림)하지 말고 얼굴을 들어 바라보라"고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박문수가 죽었을 때 사관은 이렇게 기록했다.

 임금의 돌봄이 날로 높아져 벼슬자리가 정승의 반열에 이르렀다나라 일을 돌봄에는 마음을 다해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으며 병조 · 호조의 판서를 지낼 적에는 바로잡아 고친 것이 많았다여러 번 병권을 잡아서는 사졸들의 환심을 샀다그러나 경연의 자리에서는 때때로 우스개 말을 늘어놓아 조잡한 병통이 있었다.

 - 영조실록 87, 32년 5월조

 

   

 

  고대소설박문수전』은 실존 인물 박문수를 주인공으로 하여 허구적인 사건을 결부시킴으로써, 죄를 지은 사람을 벌주는 하늘이 낸 도리나 법의 정당성을 내보이고 있다.

  『박문수전』은 작자는 알려지지 않았다다만 그 제작 연대가 조선 영조 시대라는 것이 작품에도 밝혀져 있고 문헌상으로도 고증될 뿐이다위의 작품은 실제 인물이었던 암행어사 박문수의 행장기에서 소재를 취하여 소설화한 것으로 다분히 개인 전기와도 같은 작품이다.

  그러므로 그 내용이 다른 고대소설에서 흔히 보는 바와 같은 황당무계하다거나 기괴한 데가 없고 상당히 사실 묘사에 입각한 경향을 띠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박 어사가 구천동 인민을 신도로 다스린 일'에서는 어사의 행장기와 당시의 인심, 민속, 궁성에서 한 이야기 등이 충실한 사실에 따라 담담히 그려지고 있다.

  그 내용 묘사에서 이같이 고대소설의 일반적인 형식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체재 면에서도 전기체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이 이질적인 요소를 보여 주고 있다. 또한, 박문수가 덕유산 밑 구천동에서 유 씨 부부와 천 씨 부자간의 갈등을 다스리는 대목 같은 데서는 상당한 극적 요소를 보여 주지만, 황당무계하거나, 과장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우수한 극적 재미를 준다.

 

 

 

 

 

  1. 申時: 오후 세 시에서 다섯 시까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