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도데 단편소설 『별(Les Etoile)』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840∼1897)의 단편소설로 1869년에 출판된 알퐁스 도데의 첫 단편 소설집 <풍차 방앗간편지>에 실렸다. 단편소설 『별』은 작가의 고향인 프로방스 지방의 목가적인 생활을 배경으로 별과 인간의 낭만적인 서정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낸 수작이다. <풍차 방앗간편지>는 알퐁스 도데의 첫 단편 소설집이다.
이 단편집은 두 번에 걸친 신문 연재물들을 모아 출판한 것으로, 1866년 <레벤망>지에 ‘프로방스의 연대기’라는 제목으로 열두 편을 연재한 것과 1868년 <르피가로>지에 열두 편을 연재한 것을 모아 1869년에 출판하였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 알퐁스 도데의 고향인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인물, 풍경, 날씨, 풍물놀이, 풍속, 민요, 전설 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프로방스 주민들의 순수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정겨운 풍경과 함께 마치 한 폭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는데, 알퐁스 도데의 아름다운 시적 상상력, 서민층에 대한 따뜻한 인간미,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 냉혹한 현실에 대한 씁쓸한 체념 등이 당시 프로방스의 전통적인 풍속과 함께 작품들 속에 잘 녹아 있다.
이 작품은 순박한 목동의 젊은 날 청순한 사랑을 그린 단편소설이다. 주인집 아가씨를 연모하는 양치기 소년의 마음을 서정성 풍부한 별 이야기를 통하여 아름답게 형상화함으로써 인간의 순수성을 추구한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뤼브롱산의 목장에서 홀로 양 떼를 치는 양치기 소년이다. 몇 주일씩 양 떼와 사냥개만 상대하며 혼자 지내는 나는 보름마다 한 번씩 양식을 가져다주는 농장 식구들에게 마을 소식을 전해 듣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사실 내가 제일 궁금해하는 관심사는 아름다운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에 대한 소식이다. 어느 날 뜻밖에 스테파네트가 양식을 싣고 목장에 나타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날 점심나절에 내린 소나기로 강물이 불어나 스테파네트는 마을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무수한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스테파네트에게 별에 관련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스테파네트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든다. 나는 밤하늘의 숱한 별 중에서 가장 가냘프고 빛나는 별이 길을 잃고 내게 기대어 쉬는 모습을 지켜보며 밤을 지새운다.
작품에 표현된 것처럼 먼 곳에 있는 것, 높은 곳에 있는 것, 그리고 모습에 변함이 없이 별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 흐린 날에는 보이지 않고, 맑은 밤하늘에만 나타나는 것, 멀리 두고 그리워하는 것, 바라보면서도 완전히 가질 수 없는 것, 영원히 변함이 없는 것, 숭고하고 신성하고 아름다운 것, 영원히 그리움 속에만 있는 것, 누구나 바라보지만, 아무도 소유할 수 없는 것, 아무도 도달할 수 없는 세계, 그것이 ‘별’이다.
이 작품은 순박한 한 목동의 젊은 날의 청순한 사랑을 그린, 도데 특유의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긴 단편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이나 역사나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진공 상태에서 인간의 순수성을 추구하여, 순진무구한 인간의 감정을 그렸다.
목가적 배경에 낭만적인 서정을 가득 담고 있는 이 소설은, 배경과 소재와 일치된 순수성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별 이야기를 통하여 목동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이 돋보인다. 또 천상과 지상, 별과 인간을 대비시며 천상의 별만이 가지는 청순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형상화함으로써 인간의 순수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 소설의 갈등은 ‘나’의 내면 갈등으로 되어 있다. 아가씨에 대한 연모의 감정이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고 내면에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윤리 의식과의 갈등이 단일한 구조로 나타나고 있다. 목동의 심리가 독백의 형태를 빌어 제시된 것과 그 독백이 상당한 정도 비유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도 갈등의 주제화와 곧바로 연결되어 있다는 좋은 장치다. 즉, 신분상의 차이에서 오는 사회적, 현실적 갈등을 성스럽고 순결한 사랑으로 승화시켜 극복하고 있다.
♣
또한 이 작품은 우주의 조화로운 질서, 자연의 조화로운 질서, 그리고 인간이 그 질서의 리듬에 부응하여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즉, 인간이 자연, 우주와 대립하지 않고 동일시되고 있다. ‘스테파네트’는 ‘귀하고 순결한 한 마리의 양’, 숲의 정령인 ‘에스테렐 선녀’, ‘천국의 목자’, ‘별’에 비유되어 동일시되고 있다. 지상의 세계(양, 숲의 정령, 스테파네트)와 천상의 세계(천국의 목자, 별)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같은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섬세하고 사실적인 표현을 바탕으로 한 인상주의 수법을 써서 섬세한 감정의 흐름과 배경 묘사를 세밀하게 하였다. 프로방스 지방의 풍부한 서정성과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뛰어난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전략) 이제 나이 들고 세상일에 닳아빠진 심성으로 『별』을 다시 읽고 느끼는 감정이 옛날과 같을 수는 없다. 이 목동의 사랑이 성숙한 사랑으로 가기 전의 어떤 원형적 감정인지 아니면 사랑이 지향해야 할 어떤 승화된 단계인지조차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한가지 육욕과 타산에서 유리되고 어리석은 독점욕이나 복수심과도 같은 공격성을 수반하지 않은 이러한 종류의 감정도 사랑의 한 중요한 양태라는 것은 분명하며, 그런 뜻에서 이 『별』은 사랑을 주제로 한 단편의 전범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권 240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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