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단편소설 『청춘은 아름다워라(Schön ist die jugend)』
독일 소설가 헤르만 헤세Hermann Karl Hesse, 1877~1962)의 단편소설로 1907년에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되어, 한 젊은이가 겪은 청년 시절의 기쁨과 희망, 애틋한 사랑과 허무를 이야기했다. 헤세는 고향인 칼브(calw)에서 보낸 1899년의 여름휴가를 회상하면서 1907년에 이 작품을 완성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춘은 아름다워>, <아름다워라, 청춘은>, <아름다워라, 청춘이여>, <아름다운 청춘> 등으로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헤세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작중 주인공은 몇 년간 힘든 방랑 끝에 2년간 서점 점원 일을 마치고 성인이 되어 고향에 휴가 차 돌아온다. 이러한 배경으로 볼 때 소설의 주인공이 오랜만에 재회한 가족 속에서 느끼는 삶의 기쁨과 아름답게 묘사된 고향마을의 전원적 풍경에는 자전적 느낌이 묻어난다. 성인이 되어 직장인으로서 사회의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 작중 주인공은 청춘의 끝자락에서 유년 시절과 고향, 가족, 친지 그리고 고향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타향을 향해 다시 떠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부모님을 걱정시키는 수줍고 겁 많은 소년이었던 ‘나’는 이제 성인이 되어 몇 년 만에 고향으로 휴가 차 돌아왔다. 여름휴가가 끝나면 직장에 다니기 위해 다시 타지로 떠나야 한다. 기차에서 내리는 ‘나’를 맞아주는 고향의 풍경은 여전히 친근하고, 부모님과 여동생 로테 및 남동생 프리츠는 따뜻한 모습으로 반긴다.
집에 도착한 날 저녁, 여동생의 친구인 헬레네가 방문한다. 소년 시절 남몰래 사랑했던 그녀에게 ‘나’는 여전히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다음날 ‘나’는 고향 도시의 풍경을 둘러보며 친지들을 방문한다. 헬레네와 짧은 시간 동안 산책을 하면서 혹시 그녀와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소망해본다.
며칠 후 여동생의 초대로 집을 방문한 안나도 만나게 된다. 안나는 친구로서 교제하면서 문학이나 인생을 토론하기에 좋은, 사려 깊은 처녀였다. 그렇지만 ‘나’는 헬레네에게 마음을 전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헬레네가 다른 남자와 약혼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고 나는 얼마 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야 만다. 기분전환을 위해 안나와 곡마단 구경도 하고 그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점차 안나에게서 더 깊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야 만다.
아름다운 여름날의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떠날 시간도 다가온다. 휴가의 마지막 날, 나는 안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려 하지만 그녀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말고 즐겁게 지내자고 하며, 언제까지나 좋은 친구로 남자고 말한다. 안나는 내가 슬픈 생각을 갖지 않도록 다정하게 위로한다.
저녁 시간, 가족들에게 작별을 고한 나는 로테와 안나의 배웅을 받으며 열차에 오른다. 동생 프리츠가 작별인사로 쏘아 올린 불꽃이 정점에서 빛나다 허공에서 허무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속절없이 바라보며 청춘은 아름답지만 허망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헤세의 아버지 요하네스는 러시아령 에스틀란트 태생의 신교 목사이고, 모계 역시 유서 있는 신학자 가문이었다. 외조부 헤르만 군데르트는 저명한 신학자로, 인도에서 다년간 포교에 종사하였고, 외조부의 인격과 인도학, 수천 권의 장서는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어머니 마리는 인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교육을 받고, 인도로 돌아가 그곳에서 영국인 선교사와 결혼한 신학자였으나, 그와 사별한 후 칼프에서 요하네스와 재혼하여 헤세를 낳았다.
헤세는 동양에서 선교사로 일했던 아버지의 간절한 부탁으로 마울브론신학대학에 입학했다. 모범생이었지만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칼프 탑시계 공장에서 견습공으로 일했고 후에는 튀빙겐 서점에서 일했다. 답답한 전통학교에 대한 그의 혐오는 지나치게 근면한 학생이 자기 파멸에 이르는 내용의 소설 <수레바퀴 밑에서>(1906)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 「청춘은 아름다워」에서 드러나듯, 헤세가 그곳에서 시민생활의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가족과 고향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감당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리하여 헤세는 1895년 열여덟 살의 나이에 고향을 떠난 후로 그곳에서 일상의 터전을 만들어 살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으로부터 영원히 등을 돌리는 대신, 가상의 고향을 찾아 유년과 청춘의 성장통을 되풀이했다.
♣
작가의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공간인 게르베르사우, 칼프(calw)는 그에게 “망가뜨리고 싶지 않은, 세계의 첫 질서가 세워진 성전” 같은 곳이었다. 헤세는 열두 살의 나이에 시인이 아니면 그 무엇도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시인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을 직관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향에서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무게는 버거웠다.
시인의 운명을 타고난 소년이 놀란 눈으로 세계의 부조리를 보아버린 곳, 존재의 이유를 터득한 곳이기에 애틋하고 모순으로 가득하기도 했던 곳, 유년기의 칼프는 방랑객 헤세가 길 끝에서 자주 돌아갔던 시간과 공간이었다. 게르베르사우(칼프) 이야기에는 그 시공간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
헤세가 이 작품이 포함된 작품집을 발간한 1916년은 아버지의 죽음, 결혼생활의 파탄, 아내의 정신병 악화, 막내아들의 발병 등으로 자신에게 가장 불행한 시기였다. 이러한 삶의 혼돈과 정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는 ‘모든 것이 좋았고 완전했던’ 청춘의 한때와 고향을 풍경을 재차 기억하며 ‘청춘은 아름다워라’라는 제목을 만들어 이 작품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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