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중편소설 『헤르만과 도로테아(Hermann und Dorothea)』
『헤르만과 도로테아(Hermann und Dorothea)』는 독일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Goethe,Johann Wolfgang von.1749∼1832)의 서사시로 1796년과 1797년 사이에 썼는데 1792년 프랑스 혁명 전쟁의 시작을 배경으로 한다. 1797년 괴테의 48세 때 작품이며, 9가장(歌章), 2,034행(行)으로 되어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다음으로 대중의 인기를 차지하였고, 괴테가 평생 동안 가장 애호한 작품이다. 프랑스혁명 후 유럽의 동란을 직접 체험한 괴테는, 독일시민의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건실성과 관용정신을 사회건설의 기초로 생각했다.
1731년에 있었던 잘츠부르크의 신교도 추방의 기록이 그 줄거리 속에 포함되었고, 프랑스 혁명이 세계사적 배경으로 되었다. 원래 독일 서남부 지방에는 풍부하고 안정된 중산 계급의 시대상이 형성되어 성숙하고 유기적인 인간의 세계상을 간직하고 있었다. 향토의 풍경은 매우 자연스럽고 개성미가 있지만, 그 곳에는 고대적인 의미의 순수한 자연의 모습이 특징으로 살아 있다. 작품 속 난민들의 고난은 안락하게 살고 있는 시민 헤르만을 활동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인간미를 발휘하도록 이끌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구교도와 신교도간의 내란이 일어난 라인강 좌측 언덕에서 몰려온 피난민 일행이 평화로운 우측 언덕에 위치한 한 마을을 지나간다. 가난한 피난민들을 돕기 위해 구호품을 전달하러 간 그 동네 총각 헤르만은 고난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일하고 있지만 의지할 곳 없는 피난민 처녀 도로테아를 짝사랑하게 된다.
지방 토호인 아버지는 이웃동네 토호의 딸과 아들을 결혼시켜 사돈관계를 준비하려 염두에 둔 상태였다. 당연히 아버지는 자신이 점지하지 않은 낯선 처녀에게 아들이 연정을 가지는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아들과 처녀, 두 사람의 심정을 알아차린 어머니는 남편에게 간청하여 도로테아를 자신들의 영지로 데려오게 한다. 피난민이 모인 장소에 간 헤르만은 그녀에게 차마 구혼의 말을 하지 못한 채 집안 일을 돕는다는 구실로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집으로 오는 길에 도르테아는 궁핍한 입장이었으므로 헤르만 집안의 하녀로 지낸다 하더라도 수용하겠다는 뜻을 헤르만에게 전한다. 하지만 마음 약한 헤르만은 청혼을 거절당할까봐 도르테아에게 자신의 연정을 고백하지 못한다.
둘이 집에 도착하자 아버지는 퉁명스러운 말로 처녀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머니와 아들의 간곡한 설명으로 아버지는 도르테아가 훌륭한 처녀라는 사실과 두 사람이 가진 순수한 마음의 진정성을 이해하게 된다. 마침내 도로테아는 헤르만의 구혼을 받아들여 결혼한다. 도로테아는 가난한 집 딸이 아니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숨겨두었던 200두카텐을 꺼내어 신랑에게 선물하였다.
(전략) 그런데도 이 작품을 굳이 여기에 싣는 것은 다 읽은 뒤에 받게 되는, 독일 고전주의의 기품있는 노을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 때문이다. 괴테 중년의 작품으로 괴테 자신도 이 작품에 적잖이 득의해했다고 들린다. 어쩌면 앞에서 짚어본 여러 난점들도 작품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너무 빨리 입맛을 바꾼 우리의 감각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분류하기에 따라서는 헤르만과 도로테아의 결혼을 앞뒤로 한 사랑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은 과학과 합리에 믿음을 가지고 있던 시대의 사람과 세상에 대한 해석과 기대이다. 건강한 사랑, 건강한 삶, 조화로운 세계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다. (<이문열 세계문학산책> 10권 319~20쪽에서 인용)
이 작품은 프랑스 혁명에 대한 체험이 배경이 되어 있으며 괴테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시민성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독일 민족 풍습의 원형과 정치적이며 인간적인 여러 사건이 서술되어 있으며, 그들이 유지해온 시민성이라는 관점을 유지되고 있다. 반어적인 표현이 많고 자연의 법칙에 따른 인간성의 순수한 모습을 나타낸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헤르만은 피난민 무리에게 도움을 줌은 물론, ‘짝사랑하는 여인을 얻는’ 두 가지 이익을 얻게 된다. 이야기 속에는 좁은 생활권 속에서 진정한 인간 본위의 위대성이 나타난다. 이 서사시는 표면상으로 시대에 고립되어 있는 고전적인 괴테가 신교도와 구교도 간의 전쟁이라는 시대의 충격에 얼마나 심각하게 흔들렸는가 보여준다. 아울러, 시대를 초월하여 가치를 갖는 인생 경험과 생활 방식이 역사의 격동 속에서 어떻게 괴테에게 구현되었는가도 서술한다. 또한, 삶의 힘을 해명하는 언어에 의하여 이 운명에 어떻게 대처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쉴러는 1797년에 이 서사시를 가리켜, "그와 우리들의 새로운 예술 전체"의 절정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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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은 환희의 합창이 울려 퍼지는 해피엔딩의 사랑 이야기다. 괴테는 83년이라는 긴 생애를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여인들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면서 그 고뇌로 가득 찬 사랑의 마음을, 또 환희로 흘러넘치는 사랑의 마음을 불멸의 문학작품들로 승화시켰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비극을 노래한 괴테의 작품이 <젊은 베르터의 슬픔>이라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기쁨과 조화를 노래한 작품은 『헤르만과 도로테』일 듯하다. 스물다섯에 폭풍과 같은 열정으로 '베르터의 비극'을 쓴 괴테가 47세의 원숙하고도 지혜로운 나이에 끝없는 인간애와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기쁨과 행복에 가득 찬 조화를 이끌어 낸 두 주인공, 헤르만과 도로테아의 이야기를 엮어 내었다.
괴테의 작품 대부분은 선악을 초월한 매력적인 힘과 동시에 비극성이 깃든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이와는 달리 한가지 방향, 즉 헤피엔딩으로만 향하는 이야기 『헤르만과 도로테아』는 계몽적 낙관주의에서 고전적 이상주의로 향한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그 시대의 시민 문화와 결부된 정신사적 발전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괴테가 설하는 바에 의하면 인간은 절대로 어둡고 파괴적인 운명에 처해 있지 않으며, 정당성과 정당성이 대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는 전원시로 시작해서 전원시에서 끝나는데, 바로 여기에 괴테의 조화롭고 합리적인 천성이 그 본질을 이루며 완전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전원시적 서사시의 장르를 순수하게 구현하기 위해 한 시민적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협소한 한계를 유지했다. 그 속에서 자기 세계관의 긍정적인 한 부분만을 서술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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