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 단편소설 『가난한 사람들(Les Pauvre Gens)』
프랑스 낭만파 시인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1802∼1885)의 단편소설로 서사시집 <세기의 전설>에 포함된 미발표 원고 중 일부라고 알려져 있다. 시집 <세기의 전설>에 수록된 『가난한 사람들』 은 내용 자체가 이야기식으로 되어 있어 단편소설로 소개되고 있다. 시집 <세기의 전설> 제1집은 1859년, 제2집은 1877년, 제3집은 1883년에 발표되었다.
1859년 위고가 강지 섬에서 쓴 <세기의 전설>은 작가의 최대의 걸작이며 동시에 프랑스 최대의 서사시가 되었다. 작자는 이 시집에서 인간의 정신사를 표현하려고 하였으며, 전설에서 취재하여 인간이 무지몽매에서 선의로 이르는 과정을 입증하려고 했다. 이 시집이 뛰어난 점은 시인의 풍부한 상상력과 웅혼한 필력이다. 해당 시집은 중세의 전설을 자료로 삼은 낭만파의 미학이 나타나 있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세기의 전설>은 위고를 프랑스 최고서사 시인이 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럽 낭만파 최고 서사시인의 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폭풍우가 사납게 휘몰아쳤다. 가난한 어부는 그날 밤도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갔다. 어부의 아내 쟈니는 남편이 무사히 돌아와 주기를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드리면서 낡은 어망을 기웠다. 가난한 사람이지만 깨끗이 손질된 조그마한 방안에는 아이들이 깊이 잠들고 있었다. 창밖에서는 갈수록 비바람이 더욱 사납게 휘몰아쳤다.
남편의 일이 걱정되어 쟈니는 더 이상 집안에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등불을 밝혀 들고 문밖으로 나섰다. 마침 바다로 나가는 동구 밖에는 쟈니집보다 더 가난한 과부가 살고 있었다. 그날따라 과부는 두 명의 갓난아기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과부네 집 앞을 지나다가 문을 열어보고 이런 사실 알게 된 쟈니는 한참 동안 망설였다. 두 아기를 가슴 속에 꼭 품은 가난한 과부는 차마 눈 감지 못하고 몸부림치다가 기어이 숨을 거두었다. 빗물이 마구 새는 차디찬 방바닥에 누운 과부는 누더기를 벗어 애들을 감싸 안은 채 죽었다. 그래서 두 아기는 엄마의 죽음도 모르고 깊이 잠들고 있었다.
우두커니 방안에 버티고 서 있던 쟈니는 한참 뒤 무엇을 앞가슴에 감추어 넣고 사람의 눈을 피해 자기 집으로 도망쳐 왔다. 한달음에 집으로 뛰어온 쟈니는 누가 보지나 않았을까 하는 죄진 마음에서 오들오들 몸을 떨었다. 이윽고 남편이 돌아왔다. 심한 폭풍으로 고기는커녕 어망을 갈기갈기 찢긴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마음 착한 이 부부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요행을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있었다.
얼마 뒤 쟈니가 과부의 죽음을 남편에게 말했다. 그 말에 남편은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아내를 바라다보았다. 그러면서 어서 가서 불쌍한 아기들을 데려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아내에게 재촉했다. 그러나 쟈니는 꼼짝 않고 앉아서 살피듯이 남편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남편이 말했다.
“여보, 그 애들을 데려오기가 싫단 말이요? 불쌍한 애들인데 우리들이 돌봐줘야 하잖겠소.”
이렇게 다시 남편이 재촉했을 때 쟈니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남편을 침대 옆으로 데리고 갔다. 침대 앞에 다가선 쟈니는 침대를 덮은 하얀 이불을 벗겼다. 그 속에는 과부의 갓난아기 둘이 서로 부둥켜안고 평화로운 얼굴로 깊이 잠들고 있었다.
위고의 작품에서 결점이나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상력이 지나쳐 터무니없는 공상처럼 보이는 점, 위대와 장중을 좋아하는 허장성세, 웅변조의 문장, 지나친 언어의 기교, 대중에 영합하는 통속성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점을 내포하면서도 그는 19세기의 프랑스 문단의 최고봉이었으며 프랑스 문학사의 빛나는 거성으로 평가받는다.
위고는 뛰어난 문학작품으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항했다. <레 미제라블>을 발표했을 때 그는 출판사 사장에게 '?'라고 물음표만 있는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출판사 사장은 잘 팔린다는 뜻으로 '!' 하나만 적힌 답장을 보냈다고 하니, 세계에서 가장 짧은 편지를 주고받은 셈이다.
위고는 강력하고 웅건한 상상력과 우주 만상에까지 펼치는 감정을 천재적인 언어로 자유분방하게 표현했다. 그의 문장은 숨쉬듯 자연스러웠지만 한 편으로는 장엄 화려했고 많은 이미지를 동반한다는 평을 받는다. 이 가난한 사람들의 얘기는 눈시울이 뜨거워질 만큼 갸륵한 이웃에의 사랑을 불러 일으켜 준다.
♣
(전략)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만도 동양에서는 이미 상당한 미덕이 된다. 그뒤에 가난하면서 남을 도울 수 있으면 이는 도(道)와 닿아있는 어떤 경지로 추겨세워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어부와 아낙은 거창한 지각이나 자선의식 없이 그런 경지를 보여준다. (중략) 그런 그들 부부의 착한 심성이 말없는 일치로 드러날 때 우리가 받는 충격은 그 어떤 장엄한 비극성에 못지 않다. 아주 어렸을 때 읽은 작품이고 그뒤 다른 번역으로는 다시 대하지 못했는데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되는 까닭은 아마도 그 충격 때문일 것이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0권 35~36쪽에서 인용)
프랑스의 세계적인 문호 빅토르 위고는 소설 외에도 시와 희곡 작품도 남겨 놓았다. 그는 영국 작가 스콧의 영향을 받아 특히 역사 소설을 많이 썼고, 그의 화려한 필치는 수많은 애독자의 깊은 감명을 일으켰다. 치밀한 지적 표현이나 분석적인 정신이 없는 대신 크고 풍부한 감정과 감수성이 때문이다.
위고의 사상과 감정은 작품에서 '삶을 향한 사랑'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족에 대한, 그리고 어린이들에 대한 끝없는 애정이 그것이다. 이 사랑은 확산되어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 압박 받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박애 사상으로 번져 그의 중심 사상이 되었다.
그는 하류사회의 순박하고 선량한 서민들의 서러움과 쓰라림을 휴머니틱한 필치로 그려, 수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단편소설 『가난한 사람들』도 그 중 한 편이다.
'외국 현대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르만 헤세 단편소설 『청춘은 아름다워라(Schön ist die jugend)』 (0) | 2019.11.04 |
---|---|
알퐁스 도데 단편소설 『별(Les Etoile)』 (0) | 2019.10.28 |
괴테 중편소설 『헤르만과 도로테아(Hermann und Dorothea)』 (0) | 2019.10.14 |
서머싯 몸 중편소설 『비(Rain)』 (0) | 2019.10.03 |
헤르만 헤세 단편집 『환상동화집(Die Marche )』 (0) | 2019.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