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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by 언덕에서 2019. 4. 30.

 

 

고대소설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조선 전기 학자 김시습(金時習.1435.세종 17∼1493.3.30.성종 24)이 지은 한문 소설로 원본은 전하지 않고 일본 동경에서 목판본으로 간행된 작자의 단편 소설집 <금오신화>에 실려 있다. 소설 제목으로 일컬어지는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이라는 한자어 제목을 한글로 번역하면 '용궁에서 잔치에 간 기록' 또는 '용궁 잔치에 초대받다' 정도로 풀이되는데, 이 소설은 주인공이 꿈속에 용궁으로 초대되어 체험한 갖가지 기인한 이야기를 통해 세조 통치에 대한 작가의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즉, 주인공이 꿈속에 용궁으로 초대되어 가서 겪은 일을 주된 내용으로 한 작품으로서 구조유형상 몽유소설(夢遊小說)1이라 부른다.

 『용궁부연록<남염부주지>와 함께 몽유록의 구조로 되어 있어 후대 많은 몽유록계 소설의 선구가 된다. 그리고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이나 지명, 시대적 배경 등이 모두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도 한 특징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야기는 고려시대 도읍지였던 송도 천마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곳에는 표연(瓢淵)이라는 폭포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용왕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예로부터 전해오고 있었다. 
 송도에는 젊어서부터 글을 잘 지어 문사로 평판이 자자한 한생(韓生)이란 선비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한생이 집에서 혼자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표연에 살고 있는 용왕이 한생에게 사자를 보냈다. 청삼을 입고 복두를 쓴 관원이 찾아와서 “용왕이 그를 모셔오라고 했다.”면서 한생을 용궁으로 데리고 갔다.
 한생이 청의동자(靑衣童子)의 안내를 받으며 함인지문(含仁之問)을 지나 수정궁으로 들어가니 조강신, 낙하신, 벽란신의 세 신왕(神王)이 먼저 초대되어 와 있었다. 용왕은 그 세 신들과 함께 한생을 반갑게 맞으면서, 한생을 초대한 이유를 밝혔다. 용왕은 무남독녀 외동딸인 공주의 화촉동방을 꾸밀 가회각(佳會閣)이라는 새 집을 짓고 상량문이 필요해 문사로 평판이 높은 한생을 용궁까지 모시게 되었다면서 자초지종을 밝혔다. 
 취지를 알아차린 한생이 일필휘지로 <상량문>을 지어 주자, 용왕은 잔치를 벌여 한생을 대접했다. 먼저 미녀 10여 명이 나와 벽담곡을 부르고, 그 뒤를 이어 총각 10여 명이 나와 회풍곡을 불렀다. 그러자 용왕도 옥룡적(피리)을 불며 수룡음을 읊었다. 그 뒤를 이어 곽 개사가 나와 팔풍무를 추며 노래를 불렀고, 현 선생이 나와 구공무를 추며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가 끝나자 숲 속의 도깨비와 산 속에 사는 괴물들도 나와 휘파람을 불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노래가 끝나자, 먼저 초빙되어온 세 신들도 용왕에게 시를 지어 바쳤고, 그 시를 읽어 본 한생도 근체시 20운을 지어 올렸다. 용왕이 그 시를 읽어보고는 금석에 새겨 보배로 삼겠다고 만족해 했다. 
 잔치가 끝난 뒤, 한생은 용왕에게 용궁을 구경시켜 달라고 청했다. 용왕은 쾌히 승낙하며 시중을 드는 사자에게 명하여 한생에게 용궁 내부를 구경시켜 주었다. 한생은 여러 누각과 용궁 내의 여러 진귀한 보물들을 두루 구경하고, 용왕이 하사하는 진주 두 알과 흰 비단 두 필을 선물로 받아 용궁을 떠나온다. 사자의 등에 업혀 돌아오는 동안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그치자 눈을 또 보니 자기 집 방안이었다. 
 한생은 그때야 자신이 잠이 들어 꿈을 꾸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밖으로 나와 보니 바깥은 희뿌옇게 날이 밝아오는 오경 때였다. 그는 묘한 느낌에 자신의 품속을 더듬어 보니 꿈속에 용왕이 준 하사품이 그대로 있었다. 한생은 그 하사품을 상자 속에 넣어 간직하면서 살다가 세상의 명리가 덧없음을 느끼고 명산에 들어가 살았다. 그가 어디서 생을 마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로 소설은 끝난다.

『용궁부연록』은 금오신화에 수록되어 있는 다섯 편 단편소설 중 하나다. 함께 실린 <남염부주지>와 함께 지금으로부터 540여 년 전 우리 민족으로는 최초로 몽유록계 소설 구조를 갖추고 창작된 작품으로 조선 중기 이후 많이 창작된 몽유록계 소설의 선구가 된 작품이다. 또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이나 지명, 시대적 배경 등이 모두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했다는 점도 자아구현과 민족주체성 확립에 전형이 되어 온 작품이다. 

 이 작품은 비극적 성격을 드러내면서 현실과 이상의 대립을 하나의 문제로 제기한다. 자신은 지적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자 하나 세상이 자신을 받아들여 주지 않는 데에서 오는 작자의 불만을 나타낸 작품이다. 김시습은 어릴 때 탁월한 글재주를 인정받아 조정에 초대되어 가서 세종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일이 있었다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작자의 전기적 사실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것으로 흔히 해석되고 있다. 작품의 기본적인 성격은 <금오신화>에 실린 다른 작품들의 경우와 유사하나 문제의식은 비교적 깊지 않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어족(魚族)을 의인화하는 소설 작법을 도입해, 용왕과 그의 딸 용녀는 가상적인 인물이니까 의인화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게를 <곽 개사>로, 거북을 <현 선생>으로 의인화해 용왕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열로 끌어올린다. 동시에 그들의 움직임을 동영상을 보듯 해학적으로 묘사해 놓은 기교는 “가히 일품”이라는 문학적 평가를 수백 년 동안 받아오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한편 이 작품에서는 인물 구성에서는 여인을 등장시키지 않고 남자만 등장시켜 놓았는데, 전조의 한생으로 한 것은 한씨가 개성의 벌족2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작자는 주인공의 성을 결정하는 데에도 그 지방성을 고려한 것을 보면 얼마나 치밀하게 구성해 놓았는가를 알 수 있다.

 이 작품의 중심내용은 주인공이 꿈을 통하여 자신이 지닌 지적인 능력을 발휘해 보이고 융숭한 환대를 받았다는 부분이다그러나 꿈에서 깬 뒤에는 세상의 명리를 구하지 않고 자취를 감추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나라 소설집 <전등신화> 에 실린 <수궁경회록>, <용당영회록>의 그 모방작으로 지적된다.   

 

 

 

 

 

  1. 고전 소설 가운데, 꿈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내용으로 하는 소설. 주로 주인공이 현실의 자아를 그대로 가진 채 꿈속의 세상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고 난 뒤에 꿈에서 깨어나 스스로 꿈속에서 겪은 일을 기록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문학 작품의 한 유형으로 ‘현실-입몽-각몽’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본문으로]
  2. 나라에 공이 많고, 벼슬을 많이 한 집안.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