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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최척전(崔陟傳)』

by 언덕에서 2019. 4. 9.

 

 

고대소설 최척전(崔陟傳)

 

 

  

1621(광해군 13) 조위한(趙緯韓.1567.명종 22∼1649.인조 27)이 창작한 고대소설로 11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문 필사본이 전한다. 겉표지에는 기우1(奇遇錄)’이라 쓰여 있고, 작품 첫머리에는 최척전(崔陟傳)’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다. 결미2天啓元年辛酉二月日素翁題(천계원년신유이월일소옹제)’라 쓰고 素翁趙緯韓號 又號玄谷(소옹조위한호 우호현곡)’이라는 필사자의 주가 있다. 이 주에 따를 때, 천계 원년은 1621년에 해당하며, 호를 소옹(素翁) 또는 현곡(玄谷)이라고 일컫는 조위한의 작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수록된 <홍도>가 조위한에 의해 소설화된 것으로 보인다.

 창작 동기에 대해서는 작자가 남원에 있을 때, 작품의 주인공 최척이 찾아와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말하며, 그 사실이 없어지지 않도록 경위를 기록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기술한다고 하여 가탁3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의 친구인 권필의 <주생전> 역시 이런 가탁의 방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창작이면서도 시의나 비난을 피하고자 이런 기법을 구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최척전』은 원작자인 조위한이 실제 인물인 최척의 이야기를 듣고 허구를 가미하여 문학 작품으로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내용은 조선, 중국과 일본, 안남(베트남), 요양(만주)에 이르는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당시 역사 속에서 생생하게 건져 올린 인물들의 삶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렇기에 전쟁의 피해자인 힘없는 백성들의 고난에 찬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동시에 그들의 뜨거운 인간애와 사랑, 믿음과 신뢰를 통해 인간성을 실현해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16, 17세기 동아시아 전란 중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하여 가족 이산과 재회의 문제를 다룬 이 작품은 이본으로 서울대학교 도서관 일사 문고본과 고려대학교 도서관본이 있으며,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원에 사는 최척이 정상사의 집으로 공부하러 다녔다. 어느 날, 옥영이 창틈으로 최척을 엿보고 그에게 마음이 끌려 구애하는 시를 써서 보냈다. 그리고 시비 춘생을 보내 답신을 받아오게 한다. 최척은 춘생을 통해 옥영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부친의 친구인 정상사에게 혼사를 주선해 달라고 부탁한다. 옥영은 이 혼사를 반대하는 어머니를 설득하여 마침내 둘은 약혼을 하게 된다.

 혼인날을 정해 놓고 기다리던 중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남원 지역에 의병이 일어났고 최척도 여기에 참전하게 되었다. 혼인 날짜가 지나도록 최척이 돌아오지 않으므로 옥영의 어머니는 부잣집 아들인 양생을 사위로 맞으려 한다. 그러나 옥영은 최척이 돌아올 때를 기다려, 두 사람은 드디어 혼인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이때 맏아들 몽석이 태어난다.

 정유재란으로 남원이 함락되면서, 옥영은 왜병의 포로가 되었고 최척은 흩어진 가족을 찾아 헤매다가 실심한 끝에 명나라 장수 여유문과 형제의 의를 맺고 중국으로 건너가 살게 되었는데, 자신을 매부로 삼으려는 여유문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한편 일본에 잡혀간 옥영은 계속 남자로 행세하면서 불심이 깊은 왜인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상선을 타고 다니면서 장삿일을 돕게 된다.

 여러 해가 지나 여유문이 죽자 최척은 항주의 친구 송우와 함께 상선을 타고 여기저기로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남에 배를 타고 갔다가, 상선을 타고 안남까지 오게 된 아내 옥영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이들은 중국 항주에 정착하여 둘째 아들 몽선을 낳아 기르며 십수 년간 행복한 생활을 누린다. 몽선이 장성하게 되자 홍도라는 중국 여인과 혼인을 시킨다. 홍도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 출전했다가 실종된 진위경의 딸이었다.

 이듬해 만주족이 침입하여 병자호란이 발발하고 최척은 아내와 아들을 이별하고 명나라 군사로 출전하였다가 청군의 포로가 된다. 그는 포로수용소에서 명나라의 청병으로 강홍립을 따라 조선에서 출전했다가 역시 청군의 포로가 된 맏아들 몽석을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부자는 함께 수용소를 탈출하여 고향으로 향한다. 한편 옥영은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워 몽선, 홍도와 더불어 천신만고 끝에 고국으로 돌아와 일가가 다시 해후하여 단란한 삶을 누리게 된다.

 

 

 

 전쟁 중에 가족을 잃고 여러 나라를 떠돌며 온갖 역경과 좌절을 이겨내고 끝끝내 살아남아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을 누리게 되는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영웅도 아니고 신통력도 갖지 못한, 힘없는 백성들이기에 뜨거운 감동을 준다. 게다가 이십여 년 만에 기적적으로 다시 만난 최척과 옥영, 그 가족은 실존 인물이어서 이들의 눈물겨운 삶이 더욱 가슴 벅차게 다가온다. 이 작품은 옥영과 최척의 만남과 이별, 홍도와 그 아버지의 이별과 만남을 중심으로 한 내용전개를 통해 당시의 전란이 초래한 이산가족의 고통과 강한 가족애에 의한 재회라는 주제를 나타내고 있다. 사건전개의 주요요인으로 불교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당시의 전쟁이 조선인과 중국인의 삶에 어떤 운명의 그림자를 드리웠는가를 탐구하고 있으며 작품의 무대도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일본 등으로 확장되어 있다. 또한 조선인 몽선과 중국 여인의 홍도와의 결연은 다른 고전 소설에서 볼 수 없는 사건이다.

 외국인과의 결혼을 금기처럼 여기던 시대상까지 고려한다면 작가의 진취적 사상을 엿볼 수 있고여주인공 옥영은 자기 뜻에 따라 배우자를 선택했으며강인한 의지와 슬기로 전쟁이 가져다준 역경을 극복하고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여인으로 설정되어 있다후대 소설의 '춘풍의 아내'와 같은 강인하고 능동적인 여성상의 선구적 모습일 것이다또한천상계의 신선이 죄를 짓고 지상으로 귀양 온다는 이야기 요소인 적당모티브와 후대의 군담 및 영웅 소설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

 

 

 조위한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1567(명종 22)~1649(인조 27) 동안 살면서 임진왜란 · 병자호란 · 정묘호란을 직접 겪었다. 허준과 돈독한 친분을 맺으며 당시 사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선비로 알려져 있다. 광해군의 폭정과 혹독한 부세(賦稅)4를 개탄하여 그 정경을 자세히 엮어놓은 가사 작품 「유민탄 (流民歎 : 떠도는 백성들을 탄식하는 노래)」을 지었다고 『순오지(旬五志)』 등 여러 문헌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진다.

 이 소설은 임진왜란을 계기로 명ㆍ청간의 세력교체를 배경으로 하여 조선ㆍ일본ㆍ중국ㆍ만주를 연결하는 최척과 옥영ㆍ몽선ㆍ몽석과 홍도의 이별ㆍ재회의 구성법이 고전 소설의 참신한 맛을 더해주고 있다. 옥영과 최척의 만남과 이별, 홍도와 그 아버지의 이별과 만남을 중심으로 한 내용전개를 통해 당시의 전란이 초래한 이산가족의 고통과 강한 가족애에 의한 재회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과거의 고전 소설에서 도외시되었던 역사성과 지리적 감각이 이 『최척전』을 계기로 사실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더욱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할만하다강항의 <간양록>이나 노인의 <금계일기>에서 볼 수 있는 포로가 된 주인공의 행적을 중심으로 피로5문학(被盧文學)이라는 새 장르의 가능성을 제기해 볼 수 있다이 소설에서 사건전개의 주요요인으로 불교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 있다대체로 사실주의적 표현으로 당시의 우리나라 사회ㆍ역사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17세기 소설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 아닌가 한다.

 

 

  1. 「명사」 기이한 인연으로 만남. [본문으로]
  2. 글이나 문서 따위의 끝부분. [본문으로]
  3. 거짓 핑계를 댐. [본문으로]
  4. 『법률』 세금을 매겨서 부과하는 일.≒양세. [본문으로]
  5. 적에게 사로잡힘. 또는 그런 사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