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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옥루몽(玉樓夢)』

by 언덕에서 2019. 2. 19.

 

 

 

고대소설 옥루몽(玉樓夢)

 

 

 

 

 

조선 숙종 이후에 지어진 것으로 짐작되는 고대소설로 일명 <옥련몽(玉蓮夢)>이라고도 한다. 국문 필사본. 상ㆍ중ㆍ하 33. 64회로 된 장회소설1(章回小說)이다. 작자가 숙종 때의 파은 남익훈이라는 설, 홍진사라는 설, 헌종 때의 담초 남영로라는 설 등이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불교적 인생관에 바탕을 두고 일부다처의 애정 생활을 미화한 장편소설로 주제와 줄거리가 <구운몽>과 비슷하며, 등장인물의 성격묘사 등에서는 <구운몽>보다 오히려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한문으로 되어 있어 평가를 덜 받는다. 1915년 회동서관이 발행한 한문본이 있고, 국문본이 사본으로 전한다동양적인 중세기 봉건사회에서 귀족들의 이상적 생활을 표현한 봉건 문학이다.

 <옥련몽(玉蓮夢)>에서 주인공인 양창곡23첩과 더불어 호화로운 귀족 생활을 하며 오랑캐 나라를 토벌한다는 줄거리는 『옥루몽』의 상권과 같고, 반란을 진압한 다음 연왕으로 봉해지는 부분은 하권에 해당한다. 다만, 천자 진왕의 가정과 호화로운 귀족 생활을 누리는 부분이 축약되었을 뿐 <옥루몽>과 그 내용이 흡사하다국문 활자본 <옥련몽>은 박학서원(1923)ㆍ경성 서적조합(1916)ㆍ신구서림(1922)에서 발행한 <강남홍전>과 회동서관(1926)ㆍ신구서림(1922)에서 발행한 <벽성선>이 있다. <강남홍전><벽성선>은 국문 활자본 『옥루몽』에서 각각 강남홍, 벽성선과 관련되는 부분만 뽑아 개작한 내용이다. <옥련몽>은 『옥루몽』의 선행본인데 중반 부분이 『옥루몽』과 상당히 다른 것으로 보아 개작 과정에서 다른 작품으로 변모된 것으로 보인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천상계에서 옥황상제가 백옥루를 다시 고쳐 짓고 선관들을 초대하여 낙성연2을 베풀었다. 이 연회에서 문창성이 취중에 읊은 시 가운데 지상계를 그리워하는 면모가 엿보이자, 옥황상제는 지긋이 웃는다.

 문창성이 선녀 무리인 제왕선녀ㆍ도화성과 마하지에 핀 연꽃을 꺾어 술을 마시며 희롱한다. 이에 옥황상제의 밑에 있는 신령한 부처는 자신의 법력으로 이들을 인간계로 내려보낸다. 그리하여 문창성은 양창곡으로, 제방옥녀는 윤소저로, 천요성은 황소저로, 홍란성은 강남홍으로, 제천선녀는 벽성선으로, 도화성은 일지련으로 각각 태어나게 한다한편, 지상계에서는 중국 남쪽의 옥련봉 밑에서 사는 양현이라는 처사가 마흔이 넘도록 자식을 두지 못하고 있다가, 관음보살의 석상 앞에 가서 기원한 뒤 양창곡이라는 재주와 슬기가 뛰어난 사내를 얻는다.

 양창곡이 과거에 응시차 상경하던 길에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에 남성적 기질을 지닌 기녀 강남홍을 만나 인연을 맺었는데, 강남홍양창곡에게 항주자사의 딸 윤소저를 그의 배필로 추천한다. 윤소저는 말수가 적고 인자하며 순종의 미덕을 지닌 전통적인 사대부집 여인상이다. 강남홍이 양창곡을 황성으로 보낸 뒤 항주의 부중으로 들어가서 윤소저의 시녀가 되기를 자원하니, 둘의 우정은 깊어만 간다.

 이 무렵, 소주자사 황공이 강남홍의 미모를 탐하여 연회를 베풀고 그녀를 겁탈하려 하자, 강남홍은 강물에 투신자살한다. 그러나 윤소저가 이 일을 미리 짐작하고 잠수를 잘하는 손삼랑이라는 여인을 잠복시켜 비밀리에 강남홍을 구출한다. 윤소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강남홍은 어선을 타고 표류하다가 남쪽 탈탈국(脫脫國) 에 도착하여 그곳의 절에 가서 몸을 의탁한다.

 한편, 양창곡은 황성에서 편지를 받아보고 강남홍이 자살한 줄 알고 못내 슬퍼한다. 양창곡이 장원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되니, 황각로와 노상서가 각각 자기의 딸과 혼인시키기 위하여 구혼한다. 그러나 양창곡이 이를 거절하고 윤상서의 딸 윤소저와 혼인하자 양창곡은 황각로의 딸과 혼인하라는 천자의 명령을 어긴 죄로 하옥된다.

 그 뒤 양창곡은 다시 노상서의 모함을 받아 강주로 유배된다. 양한림 양창곡은 이곳에서 본부 기생으로 음률에 능하며 우아한 여인 벽성선을 만나 가연을 맺는다. 이후 다섯 달 만에 유배 생활에서 풀려나 예부시랑이라는 벼슬을 제수받고는 천자의 명령에 따라 황각로의 딸과 다시 혼인한다.

 이때 남만(南蠻)이 중국을 침공하여 양창곡은 대원수로 출정하고, 강남홍은 적국의 지휘관으로 출전함으로써 서로 대치한다. 그러나 강남홍은 상대편 장수가 명나라의 양창곡임을 알고 명나라 진영으로 도망하여 양창곡과 상봉하고, 명군의 부원수가 된다. 한편, 적국인 축융국(祝融國)의 공주 일지련은 홍원수와 접전하다가 생포되어 명나라 진영으로 오게 된다. 명나라 진영에서 양원수를 본 일지련은 연모의 정이 생겨, 남만의 진영으로 돌아가 부왕을 움직여 명나라에 항복하게 한다. 일지련은 근면, 검소하고 총명한 여인으로 강남홍과 벽성선의 장점을 나누어 가진, 이들의 중간적 인물이다.

 이때 양부(楊府)에서는 황부인이 벽성선을 질투한 나머지 그녀를 암살할 음모를 꾸미나 곧 실패한다. 벽성선은 시골의 한 암자로 가서 숨어 살지만, 다시 모함을 받아 온갖 고초를 겪는다. 양창곡이 개선하고 입성을 하니 천자는 양원수를 연왕에 봉하고, 강남홍 만성후(蠻城侯)에 봉한다. 또한, 천자가 황부인의 죄상을 밝혀 처벌하고 유배시키자 황부인은 곧 개과천선한다. 이렇게 해서, 연왕 양창곡은 두 부인인 윤부인ㆍ황부인과, 세 첩 강남홍ㆍ벽성선ㆍ일지련과 함께 온갖 영화를 누리다가 마침내 천상계로 돌아가 다시 선관이 된다.

 

♣ 

 

 이 작품은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를 연상시킬 만큼 광대한 스케일과 다양한 인물군이 등장하는 복잡한 장편소설이다. 그러나 내용을 분석해보면 <구운몽>의 구성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작품을 생동감 있게 개작한 <구운몽> 부류의 소설이기도 하다. 천상의 선관이 인간으로 태어나, 사대부 남성으로서 모든 이상적인 조건을 두루 갖추고 벼슬해서 부귀를 누리며 여러 여성의 사랑을 얻었다고 하여 <구운몽>의 이상주의를 충실하게 이었다.

 그러나 <구운몽>과는 달리 불교적인 깨달음을 내세우지 않았고 부귀와 사랑을 얻는 과정이 치열한 대결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산촌의 한미한 선비인 양창곡이 중앙에 진출해서 권력을 독점하고 횡포를 일삼던 세력과 대결하고, 양창곡의 여러 처첩 중에서 기생인 강남홍이 적극적인 성격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부분은 신분보다 능력을 중요시함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양창곡이 아니라 조연으로 보이는 강남홍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 『옥루몽』에는 조선시대 귀감이 될 만한 숙녀, 자색을 지녔으나 투기가 심한 여인, 자색과 무예가 뛰어난 이민족 여성, 그리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교방 기녀들이 등장한다. 이 여성들은 미모를, 우아한 성품을, 그리고 여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특출한 능력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들을 뛰어넘는 여성이 있으니, 바로 소설 속 여성 주인공 ‘강남홍’이다. 영특함과 출중한 재능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꾼 여인이다. 그는 양창곡을 최고의 인물로 점찍고 자신의 한 몸을 그에게 의탁하여 신분 상승을 꿈꾼다.

 

 

 

 

 소설 속 강남홍은 미천한 교방 기녀지만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해줄 인재를 찾는다그녀는 보잘것없는 평범한 서생 양창곡을 신분이 높은 여인과 맺어주는데 자신의 처지로는 양창곡의 사회적 위치를 바꿔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와 별도로 강남홍은 자신이 정절을 위협받는 상황에 부닥쳐서는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강남홍의 영웅성은 양창곡의 인생을 바꿔 놓는 힘이 된다강남홍은 고대 여성들에게 금기시되었던 투기까지 과감히 부리며 여성의 한계를 극복한다강남홍은 집안의 다른 여성들을 무시하지 않고 여러 여성과 경쟁이 아닌 상호 존중의 유대로써 지기를 맺는다. 여성들 사이에서 경쟁과 암투 없이 우위에 서는 방법으로 여성들의 선망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한다. 강남홍은 꺾이지 않는 의지와 적극적인 노력, 사랑하는 사람과의 낭만적인 로맨스신분에 굴하지 않고 모든 사람 앞에서 당당히 주도권을 쥐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당시 조선 여인들의 이상형이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구운몽>과 구성, 인물, 주제에 대조가 되어, <구운몽>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 <구운몽>의 아류 소설인 듯하다. <구운몽>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큰 대장편으로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이 주목받고 통속적인 흥미가 있는 작품이다. 내용상 <구운몽>이 불교적 색채가 짙은 데 비하여 이것은 더욱 현세적이고 세속화된 작품이다. , 전자가 결국 인생을 부정하고 영원한 종교적 세계를 지향한 데 반하여 이는 인생을 긍정하고 어디까지나 현세에서 세속적인 행복을 추구하려 하고 있다.

  이 소설의 작자는 숙종 때 남익훈이라는 설과 홍진사라는 설도 있다. 조선 후기에 담초 남영로(18101858)가 지은 고대소설. 박학서원 판 국문본의 서문에 따르면, 1913년에 생존하였던 남정의는 그의 조부 남영로가 지은 자필 사본을 70년 만에 출간한 것으로 되어 있다.

 

 

  1. '연속강담식으로 장(章) 또는 회(回)로 나누어 서술한 중국의 통속 장편소설의 통칭. 항상 매회마다 끝을 [본문으로]
  2. 건축물이 완공됨을 축하하는 연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