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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이춘풍전(李春風傳)』

by 언덕에서 2019. 2. 12.

 

고대소설 이춘풍전(李春風傳)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소설로 한글 필사본인데, 국립도서관본ㆍ가람문고본ㆍ김기동 소장본 등 3종이 있다. 그 밖에 김영석이 1947년 개작하여 협동문고로 간행한 <이춘풍전>이 있고, ‘부인 관찰사라는 표제의 활자본이 있다. 1905년에 필사한 장덕순 소장 전사본이 전한다. 허랑방탕한 인물 이춘풍이 아내의 꾀로 망신을 당한다는 풍자소설이다.

 숙종 때 서울에 사는 이춘풍의 방탕한 생활을 통하여 조선 말엽 몰락해 가는 양반들의 위선적 생활을 풍자한 풍자소설이다. 전편에 끊임없는 해학을 내포하고 있어서 풍자의 효과를 잘 나타내었으며, 조선 말엽 부패한 시대상도 적절히 폭로하였다. 아내가 남장을 하고 남편의 방탕을 징계하는 구성은 기발한 수법이다.

 평양을 중심 무대로 하여 타락한 양반의 위선과 정치 부패상 등을 해학과 풍자를 섞어 다룬, 한국 유머 소설의 원조며 대표작이다. , 이른바 한국 고대소설에서 가장 말기에 위치하여, 그다음에 나타나는 신소설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시대적 의의가 큰 작품이며, 근래에도 극화되어 호평을 얻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숙종 때 서울에 사는 이춘풍은 가정은 돌보지 않고 놀러 다니며 가산을 탕진한다. 나중에는 아내가 품을 팔아 모은 돈까지 다 없애고 빚까지 진다. 박득만이라는 상인이 돈을 써서 벼슬을 사려고 한다는 소식을 얻어듣고서 최참판에게 다리를 놓겠다고 찾아갔으나 용돈도 못 얻고 술대접만 받고 돌아온다.

 춘풍은 돈이 떨어지자 기생 월향에게까지 천대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내 김씨가 굶주려서 거동도 못 하고 누워 있다. 춘풍은 자신의 방탕한 생활을 반성하고는 아내에게 서약까지 한다. 이에 김씨는 기뻐하며 주린 배를 안고 열심히 품팔이하여 돈을 모은다. 춘풍은 다시 교만하여져서 호조(戶曹)에서 돈 2,000냥을 빌리고 아내가 모은 500냥까지 합해서 평양으로 장사를 하러 간다.

 이춘풍은 평양 명기 추월에 미혹되어 장사는 하지 않고 돈을 탕진하다가, 이윽고 박대와 수모를 받으며 추월의 집에서 하인 노릇을 한다. 남편의 소식을 들은 김씨는 마침 이웃에 사는 참판이 평안감사로 부임하게 되자 청을 드려 비장(裨將)이 되어 남장하고 평양에 간다. 추월의 집을 찾아가 추월의 간교한 행색과 남편의 거지 같은 모습을 확인하고, 추월을 엄히 문책, 곤장 50대를 친 후 5,000냥을 남편에게 주게 하고 이춘풍 역시 태장(笞杖) 10대를 쳐서 죄를 다스린다.

 이춘풍은 아내 덕에 큰돈을 돌려받게 된 것도 모른 채, 예전의 방탕한 모습 그대로 돌아간다. 집에 돌아온 이춘풍은 자기 능력으로 큰돈을 번 것처럼 거들먹거린다. 김씨는 다시 한 번 비장으로 변장해 나타난다. 그런 후 흰죽을 쑤어 오라고 명령한다. 아내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이춘풍은 직접 죽을 만들어 대접한다. 비장 김씨는 먹는 척하다 이춘풍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가 추월이 집에서 종살이할 때에는 다 깨진 사발에 눌은밥과 국을 부어 숟가락도 없이 뜰에 서서 되는 대로 먹었다. 그때를 생각하며 이 죽을 다 먹어라.”

 여전히 눈치 없는 이춘풍은 아내가 볼까 재빨리 죽을 먹는다. 김씨는 옷을 갈아입고 자신이 비장이었음을 고백한다. 그제야 이춘풍은 비장이 아내인 것을 알고 잘못을 뉘우치고 방탕한 생활을 청산한다. 이후 집안을 다스리는 데에 힘써 화목하고 부유한 가정을 이룬다.

 

 주색잡기로 가산을 탕진한 이춘풍은 호조에서 2,500냥의 거액을 빌려 평양으로 장사를 떠난다. 그러나 기생 추월에게 빠져 돈을 몽땅 탕진하고, 그녀의 하인 노릇을 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춘풍의 처 김 씨는 남장하고 새로 부임하는 평안감사를 따라 평양에 가서, 회계 비장이 되어 추월을 추궁하여 돈 2,500냥을 되찾고 남편을 곯려준다무능한 남편을 슬기로운 아내가 바로잡는다는 내용은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여성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작품이다. 조선 후기 사회의 부패한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냈으며 다양한 인물의 인간성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평범한 서민을 주인공으로 하여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판소리계 소설과 같은 평민 문학이다가정이 무능하고 방탕한 남편 때문에 몰락하지만 슬기롭고 유능한 아내의 활약으로 재건되는 이야기의 전개는 허위에 찬 남성 중심의 사회를 비판하고 여성의 능력이나 기능을 부각하려 한 의식을 보여준다.

 

 

 인간의 삶을 가정적인 차원에서 문제 삼고 있으며, 허위로 가득 차고 방탕한 삶을 비판하고 근면과 슬기와 성실한 삶을 강조하는 교훈적 주제를 담고 있다또한, 조선 후기의 부패한 사회상을 풍자한 작품이기도 하다. 돈으로 벼슬을 사려다가 집안이 망한 상인 박득만과 최 참판 사이에서 대리청탁으로 돈이나 뜯어 쓰려는 이춘풍의 행위는 관직을 사고파는 일이 성행했던 당시 사회상을 풍자한다.

 김씨는 무능하고 허위에 가득 찬 남편을 직접 질책하기보다 슬기롭게 계획을 세워 스스로 깨우치도록 한다. 호조에서 빌린 돈을 갚고, 노비와 전답을 마련해 풍족하게 살아갔다는 결말은 모두 유능한 김씨 덕분이다. 무너진 집안을 일으켰다는 것보다 남편의 성격을 영리한 방법으로 개조한 김씨의 지혜와 활약이 돋보인다.

 호조에서 돈을 빌려 온 이춘풍을 갖은 수법으로 털어내고는 돈이 떨어지자 하인으로 구박하는 추월의 모습에서 신의와 인정이 메마른 각박한 사회를 공격한 점도 엿볼 수 있다한 여성의 활약으로 방탕한 남성을 개과천선하게 하고 몰락한 가정을 이룩하였다는 점에서 여성의 주인의식을 보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