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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김원전(金園傳)』

by 언덕에서 2019. 2. 8.

 

 

고대소설 김원전(金園傳)

 

 

 

 

 

조선 시대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소설이다. 흥미 위주의 괴담 소설로 괴상한 형태로 태어난 김원이 10년 만에 탈을 벗고 가지가지의 고행 ·기행을 거쳐 왕녀와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를 근간으로 17세기 말경에 창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인공 김원의 영웅적 일대기를 다룬 흥미 위주의 괴담 소설이다. 수박 형상의 기이한 모습으로 태어난 출생담, 아홉 개 머리를 가진 아귀의 등장과 그 퇴치 과정에서는 비현실적인 전기성을 발견할 수 있다. ‘탈각(脫殼) 설화’, ‘재생설화등 여러 가지 화소가 섞여 있고, 영웅이 거쳐야 할 통과 의례적 공간으로 지하세계를 설정하여 사건을 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김원전』<금령전>과 함께 '전기소설' 유형 속에서 논의됐다. 중국의 '전기'가 비현실적, 비인간적이며 괴기하고도 몽환적인 내용과 신선의 세계, 천상의 세계, 용궁 세계 등을 그리고 있는데 <김원전> 역시 이러한 범주이다그러나 『김원전』은 한 인물의 일대기를 충실히 그리면서 '김원'이라는 인물의 영웅성을 부각하는 영웅소설이기도 하다. 또한, 이 작품은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와 매우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우리나라 전래 설화로부터 파생된 작품이 아닌가 하고 추론되기도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운남 서촉 땅에서 사는 좌승상 김규는 부족한 것이 없으나 늦도록 자식이 없었다. 어느 날 부인 윤 씨가 꿈에서 선녀를 만나 자식을 점지받았으나 해산일에 나온 것은 수박처럼 둥근 덩어리였다. 이를 사람들은 변괴라고 하였으나 승상 부부는 김원이라 부르며 정성으로 길렀다. 십 년이 되는 해에 한 선관이 찾아와 원에게 하늘에서 지은 죄의 기간이 끝났으니 보에서 나오라 하고 천서 세 권을 선물한다. 김원은 자라면서 문무를 모두 갖춘 월등한 인재가 되어 승상 부부를 기쁘게 한다. 김원은 천마산에서 수련을 하다 흉악한 짐승 아귀가 미인 셋을 도적질하여 가는 모습을 보고 막으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은신처를 확인해 둔다. 김원은 돌아와 아버지에게 이 이야기를 전한다.
 한편, 명나라 황궁에 ‘아홉 머리 장군의 아들’이라고 지칭하는 아귀가 나타나 공주 셋을 약탈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황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낙향해 있던 김규를 불러들이고, 김규는 아들이 봤던 사건을 고한다. 황제는 김원을 도원수에 임명해 공주를 탈환해 올 것을 명한다. 천마산에 도착한 김원은 아귀가 끌고 온 여자들과 힘을 합해 아귀를 물리친다.
 공주 셋과 여자들을 구해 내 지상으로 올려 보낼 때, 공을 탐낸 부원수 강문추가 김원을 지하로 떨어뜨리고 구멍을 메운다. 공주들은 아버지께 사연을 고하고 김원을 구하러 사람을 보냈으나 실패한다. 이에 셋째 공주는 김원의 생사와 관계없이 김원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자청한다.
 지하에 혼자 남은 김원은 헤매다 우연히 용왕의 아들을 구해 주고, 용왕의 호의로 용녀와 혼례를 치른다. 김원은 용녀와 함께 지상으로 나올 때 용왕의 선물로 연적을 얻는다. 그런데 김원과 용녀가 머문 집의 점주가 연적을 빼앗으려고 김원을 살해한다.
 김원을 기다리던 셋째 공주에게 우연히 연적이 오고, 황제가 연적의 주인을 찾기 위해 방을 내자 점주가 찾아와 거짓말을 한다. 이때 연적에서 용녀가 홀연히 등장해 자초지종을 아뢰고 죽은 김원을 다시 살린다. 용녀와 셋째 공주는 함께 김원의 아내가 되고, 원은 형주후에 임명되어 행복한 삶을 누린다.
 

 

 

 자식이 없던 김 재상 부부가 늦게야 아이를 가졌는데, 수박처럼 둥글고 속이 어롱거리는 알 같이 태어났다. 사람들이 수박동이라 불렀는데, 수박동이는 젖을 받아먹더니 어느 날부터는 밥을 먹으며 날로 쑥쑥 자랐다. 열 살이 되던 해, 알에서 허물을 벗은 늠름한 남자아이가 나왔다. 김 재상 부부는 뛸 듯이 기뻐하며 그제야 김원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김원이 산에서 열심히 무예를 닦던 중 세 공주를 납치해 가는 머리 아홉 달린 구두장군을 만나고, 용감하게 싸워 상처를 입히지만 공주들을 구해 내지는 못했다. 나라에서는 공주를 구하는 장군을 구하자, 김원이 당당히 구두장군을 찾아 땅속으로 들어갔다. 이렇듯 김원전』은 또한 영웅의 일대기를 충실히 그리면서 '김원'이라는 인물의 영웅성을 부각하는 영웅소설이다. 또한, 이 작품은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와 매우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우리나라 전래 설화로부터 파생된 작품으로 추론되기도 한다. .

 『김원전』이 이야기하는 궁극의 목표는 고난 많은 이승을 광명의 삶으로 다스리고 등선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국조 신화에서 곰이 통과의례를 겪은 후 웅녀로 변신하여 단군을 낳아 홍익인간 사상으로 지상을 다스리다가 다시 산신으로 되는 과정과 같은 맥락을 이루고 있다또한김원이 천상 득죄를 하여 그 대가로 고난을 받지만 좌절하지 않고 극복하는 자세로 생활하면서 그 죄에 대해 속죄하여 광명 생활을 맞이하고죽어서 등선할 수 있었던 부분도 국조 신화의 수용이다. 그러므로 김원전』 원형은 국조 신화와 주몽 신화를 수용했음을 알 수 있다.

 

 

  김원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지하국대적설화>에서 결말은 등선 장면이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김원전』의 결말에 등선하는 장면이 나타난다지상계는 고대신화나 민담 또는 고소설에서 속세로 통해졌고천상은 신성 세계로 알려졌기 때문에 일단 지상에 태어난 것을 속인시 했다대개 적강 소설에서는 지상에 태어나 죄를 씻은 후에 천상으로 복귀한다고 서술되어 있다입사식의 주술 상관물로서 민담 가운데 가장 규모 있게 짜인 것이 <지하국대적설화>라 한다면 이내용을 소설화한 것이 바로 『김원전』일 듯하다

 국조신화에서 곰은 웅녀로 변신하기까지 금기 일광이라는 고난이 있었기 때문에 웅녀로서 사명을 이루게 되었다. 곰이 동굴에 들어가 웅녀가 된 후 그곳을 나왔다는 사실은 재생 제의로 이어진다. 주몽이 알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난을 겪지만, 그것을 극복하였기 때문에 고구려라는 나라를 세우게 되었다. 김원전』의 김원도 수박으로 태어나 성장 과정에서 입사식과 유사한 고난을 극복하였기에 공주와 결혼을 하고 형주후로 봉해져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등선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