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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방한림전(方翰林傳)』

by 언덕에서 2019. 2. 26.

 

 

고대소설 방한림전(方翰林傳)

 

 

 

 

 

작자ㆍ창작 연대 미상의 고대소설로 국문 필사본이며 1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웅소설인데 일명 낙성전(落星傳)’, ‘가심쌍완기봉’, ‘쌍완기봉이라고 하며, 조선 말기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고대소설이다. 작품의 제목은 주인공이 낙성의 조짐을 보고 양자를 얻은 데에서 유래하였다. 필사 연대가 대략 1883년임을 짐작할 수 있고, 규방에서 필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여성 영웅소설로써 몇 가지 독특한 내용을 보여준다. 여성을 영웅화시켜 놓은 다른 작품에서는 남장 영웅으로 활약하다가 결혼을 계기로 하여 전부 여성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데 반하여, 이 작품에서는 죽을 때까지 남자로 행세하고 있음이 특이하다결혼한 여성과 죽을 때까지 부부간 의리를 지켜나가는 것과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를 양자로 삼아 키우고, 그 양자가 출세하여 병부상서가 되는 것도 다른 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내용이다. 책은 김동욱이 소장하고 있다.

 

낙성전(落星傳) : 가심쌍완기봉, 방한림전, 쌍완기봉 등 이칭이 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대명 시절 북경 유화촌에 사는 방관주는 여걸의 기상을 타고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딸이 소원한 대로 남장을 입혀 기르며, 친척들에게도 아들이라 속인다. 방소저는 팔 세 되는 해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다. 그는 자신이 비록 여자나 처신을 남자로 하였고, 과거에 응시하여 문무 양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된다.

 병부상서 영의정의 딸 혜빙 소저를 두고 방한림에게 청혼하니 방한림은 쾌락하고 성례한다. 첫날밤에 방한림은 신부에게 사실을 고백하고는 서로 비밀을 지켜 부모 모르게 부부간으로 지내자고 언약한다. 방한림은 형주 안찰사가 되어 부인 혜빙과 작별하고 떠난다. 하루는 산수를 찾아 노는데 벽력 소리가 나며 큰 별이 떨어진 자리에 아기가 있어 양육하며 이름을 낙성이라 부른다. 낙성을 얻은 날 황성에서는 대장군 양덕이 죽었다고 한다. 방한림은 순무1를 마치고 낙성을 데리고 상경하려 부인에게 맡기니, 부인은 그를 양자로 삼아 기른다.

 방한림은 병부상서가 된다. 이때 간신이 득세하여 조정이 어지럽고 북호가 중원을 침공하니, 방상서가 자원, 정북 대원수가 되어 출전한다. 방원수는 오랑캐왕을 생포하여 항복을 받고 개선하니, 황제는 방원수에게 우승상에 강릉후를, 부인에게는 진국 부인을 봉한다. 방공자는 12세가 되어 김추밀의 딸과 결혼한다. 그는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도어사가 된다. 김부인이 아들을 낳으니 이름을 현이라 짓는다. 방어사는 병부상서가 된다. 어느 날 형산의 도사가 찾아와 방승상의 관상을 보고, 마흔 살을 살지 못할 것이라 말하고 사라진다. 과연 명운을 다하여 방승상이 득병하자, 임금이 병문안을 왔고 비로소 방승상은 자신의 본색이 여자임을 실토하고 기군(欺君)2한 죄를 빌었다. 임금은 방승상을 쾌히 용서하고 빨리 쾌차하기를 빌었다. 임금이 환궁한 다음에야 비로소 서평후는 사위가 여자였음을 알았다. 방승상이 39세를 일기로 별세하고 이어 영부인도 별세하였다.

 방상서가 부모의 삼년상을 마치자 임금은 그의 벼슬을 돋워 참지정사 태중 태부로 하였다. 방참정의 치정(治政)이 그 부친에 못지않았다. 방참정은 부인 김씨에게서 73, 후처 이씨에게서 32녀를 얻었다. 그는 우승상 진양후로 되었다가 위국공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렸다. 진양후 부부 세 사람이 70여 세에 졸하니, 남손이 50여 인이오. 여손은 20여 인이었으며, 그 열 아들이 모두 좌승상 대도독에 이르러, 그 집안의 빛남이 명조(明朝)에 으뜸이었다.    

 

 

 

 

 

 이 작품은 봉건 유교사회에서 여자와 여자가 결혼하여 해로한다는 내용을 담은 특이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조선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서사와 캐릭터인데 바로 여성 동성혼의 서사와 방관주 및 영혜빙이라는 두 여성 주인공이다. 영혜빙은 혼사가 오가는 방관주를 한 번 보고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사실과 남자로 변장한 사정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유교적 삶을 요구하는 남성 대신 남장 여성이라도 영웅을 만나 부부나 형제처럼 사는 게 소원이라고 당당하게 밝힌다. 
 방관주는 스스로 여성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남성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부모 역시 그가 선택한 삶을 존중한다. 부모가 죽은 후 자아실현의 의지를 펼치는데, 다른 여성영웅소설과 달리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다. “나는 비록 여자이지만 남자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찌 여자가 남편 섬기는 도를 내가 행할 수 있겠는가!” 방관주는 이렇게 외치며 과거에 응시해 장원급제하고 사회와 국가에서 최고의 인물로 인정받는다.

 두 주인공은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이상적인 부부관계를 실현한다. 『방한림전』의 서술자와 등장인물인 황제는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이자 기특한 일’이라며 표현한다. 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 서서히 싹트기 시작한 주체적 여성의식을 반영해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동성혼을 완성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작품은 여성영웅소설이면서도 주인공 방관주가 끝까지 남자로 행세한다는 점, 두 여성이 기이한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는 점, 애정의 문제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특징적이다작품의 내용으로 볼 때, 이 작품은 매우 유별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남성과 여성만의 관계만을 절대시하는 일반 사회의 고정관념이나 이를 반영하는 문학작품의 전형성을 탈피한다. 이 작품에서는 방관주와 영혜빙이라는 두 여성의 결혼생활을 통하여, 기왕의 남성 중심적이며 가부장적인 사회와 결혼제도 내에서의 여성 억압을 거부한다. 또한 주체적이고도 자유 의지가 강한 여성들이 자아실현을 해가는 여성 존중적인 삶의 방식을 구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구성이 엉성하고 표현도 치밀하지 못한 편이다작품의 끝에 "규중 여자의 문견이 고루하고언담이 모호하여 세세한 말씀은 빠지고 대강만 기록하여 위국공 행적이 신기하여 유전하염즉 하되 전수 너무 호번할 것이요암매한 정신에 거두지 못하여 시작지 못하니 가석가탄이라."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여성의 작품이 아닌가 한다병적일 정도로 남자를 피하는 심리가 포착되는 부분도 여성의 작품일 가능성을 더하게 한다.

 또한 이 작품은 조선의 봉건적 남성 중심 사회에서 매우 드물게도 페미니즘적 사상과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여겨진다. 원본은 원래 정병욱이 소장했던 것을 현재는 정학성이 소장하고 있으며, 이본으로 김동욱 소장본(현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 소장) <방한림전>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의 <쌍완기봉>이 알려져 있는데, 이들 이본 간의 내용상 차이는 별로 없다.

 한편, 스킬랜드의 <고대소설>에서는 <낙성전><낙성비룡>의 이본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이것은 유사한 작품명에서 유추한 잘못된 견해로, <낙성전><낙성비룡>은 제목이 유사하나 내용은 전혀 다른 별개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1. 여러 곳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달램. [본문으로]
  2. 임금을 속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