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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금방울전(금령전)』

by 언덕에서 2019. 2. 5.

 

 

고대소설금방울전(금령전)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소설로 1, 국문 목판본ㆍ필사본ㆍ활자본이며 금령전(金鈴傳)’능견난사(能見難思)’라고도 불린다.

목판본은 모두 경판으로 28장본(국립중앙도서관본ㆍ대영박물관본)20장본(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본, 김동욱 소장본)16장본(국립중앙도서관본ㆍ한국정신문화연구원 도서관본ㆍ서울대학교 도서관본ㆍ하동호 소장본이화여자대학교 도서관본) 10여 종이 있다.

 필사본은 31장본(고려대학교도서관본)이 있고, 활자본은 신구서림(1916)ㆍ조선서관ㆍ세창서관ㆍ회동서관(1925)ㆍ경성서적조합(1925) 등의 판본 10여 종이 있어, 모두 20여 종이 전하고 있다.

 이 작품은 금방울의 탈을 쓴 금령이 남자주인공을 도와 괴수를 퇴치하고, 액운을 다한 뒤 탈을 벗고 둘이 부부가 된다는 설화적인 요소가 짙은 전기소설로 조선 후기의 작품으로 보이는 작자ㆍ연대 미상의 전기소설로 '금령전(金鈴傳)'이라고도 한다. 1917년 세창서관 간행본을 보면 제목이 능견난사로 되어 있다. 그런데 <금방울전>의 주인공 해룡과 <김원전(金圓傳)>의 김원이 똑같이 요귀를 죽이고 공주를 구출한다는 구성을 하고 있다. 또한, 김원의 큰아들의 이름이 해룡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본다면 이 작품의 작가가 <김원전>을 모방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작품에 들어가 있는 머리 아홉 개 달리 요괴를 퇴치하는 삽화는 서구의 민담인 <용퇴치자(勇退治者)><곰의 아들><지하국대적퇴치설화>와 내용이 유사하다. 또한, 소설작품으로는 중국의 <보강총백원전(補江總白猿傳)><진순검매령실처기(陳巡檢梅嶺失妻記)><신양동기(申陽洞記)>와 우리나라의 <최고운전><홍길동전><김원전> 등 비교해 볼 만하다. 금방울의 변신 동기는 <박씨전>에서 박씨 부인의 변신과도 연관 지어 볼 수 있다이 소설은 중국을 무대로 하였으며, 줄거리가 복잡하면서도 비교적 짜임새가 있는 낭만적인 소설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명나라 초에 장원이라는 선비가 동해 용왕의 아들을 구해주고, 이 인연으로 아들을 낳아 이름을 해룡이라고 지었다. 그 뒤 장원 부부는 난리로 해룡을 잃어버리는데, 도적 장삼이 해룡을 업고 강남고군으로 도망한다.

 한편, 김삼랑의 처 막씨는 지극 정성으로 봉양하던 어머니가 죽자 장례를 마치고 시묘살이를 한다. 어느 날 꿈에 옥황상제가 아이를 점지해주고, 죽은 남편과 동침하여 금방울이라는 딸을 낳는다. 금방울은 어머니에게 효성이 지극함은 물론, 신출귀몰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하루는 고을 수령인 장원이 막씨와 금방울을 잡아두고 금방울을 죽이려 했으나 오히려 혼만 당하고 풀어준다. 어느 날 장원부인이 병으로 죽었는데, 금방울이 보은 초를 가지고 와서 부인을 살려낸다. 이로 인해 막씨와 장원부인은 의형제를 맺고, 금방울은 두 부인을 왕래하며 사랑을 받는다.
  하루는 금방울이 난리 중에 잃은 해룡을 그린 족자를 장원에게 건네주고 사라진다. 이때 난을 평정한 태조 고황제는 늙은 나이에 금선공주를 얻는다. 어느 날 황후 · 공주 · 시비가 달구경을 하다가 요귀에 납치당하니, 황제는 공주를 구해주는 자에게 천하의 반을 주겠다고 전국에 방을 붙인다. 한편, 장삼이라는 도적의 집에서 자라던 해룡은 그의 아내 변씨에게 갖은 어려움을 당하는데, 그때마다 금방울이 등장하여 도와준다.
  참다못한 해룡이 집을 나와 산으로 갔지만, 금털이 나고 머리가 아홉인 요괴를 만나 위험에 처한다. 이때 금방울이 나타나지만 요괴에게 먹히고 해룡은 금방울을 구하려고 굴속을 기어들어 가다가 금선수부라는 곳에 이르게 된다. 그 앞에서 피 묻은 옷을 빠는 시녀가 건네준 보검으로 요괴를 찔러 죽이고 배를 가르니 금방울이 굴러 나왔다. 황제는 납치되었던 사람들을 구해온 해룡을 부마로 삼았다. 이때 북방 흉노의 침입이 있자 대장군이 된 해룡이 출정하여 큰 공을 세우고 좌승상에 오른다. 한편, 막씨와 장원부인이 금방울을 잃고 슬퍼하니, 꿈에 선관이 나타나 다시 만날 것을 알려준다. 마침내 꿈을 깨고 보니 금방울이 껍질에서 벗어나 선녀가 되어 있었다.

 나라가 다시 어지러워지자 해룡은 순무 어사가 되어 돌아다니며, 자기를 키워준 장삼의 묘에 배례하고, 아내인 변 씨 모녀를 위로한다. 또한, 금방울이 건네준 족자로 인하여 부자 상봉을 하게 된다. 황제는 금방울을 서울로 데려와 양녀로 삼고 해룡과 결혼시킨다. 이에, 부귀공명을 누린 해룡과 두 부인은 백일 승천한다.

 

♣ 

 

「금방울전」은 전생의 인연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갖은 우여곡절 끝에 운명적인 사랑을 이루는 금령과 해룡의 이야기다. 본래 고귀한 용녀와 용자였던 둘은 지상으로 놀러 나와 신통력 내기를 하다가 신선들이 요괴를 가둬 놓은 비석을 건드리게 된다. 요괴에 쫓기던 용자는 장원 부인의 입으로 들어가 인간으로 태어난다. 용녀는 요괴와 싸우다 죽게 되는데, 용자를 구하지 못한 미안함에 자기도 인간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옥황상제한테 부탁한다. 그러자 옥황상제는 인간으로 태어나되 16년간은 인간이 아닌 방울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벌을 내리고 대신 더운 기운과 찬 기운, 힘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을 준다.

 이 작품은 전기적(傳奇的)이고 황당무계한 내용으로 일관되어 있으나 이야기의 틀은 비교적 잘 짜인 구조이다. 금령의 초월적인 힘은 미천하게 태어나 고달픈 삶을 사는 많은 독자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 해룡과 <김원전>의 김원은 똑같이 요귀를 죽이고 공주를 구출한다는 구성을 하고 있고, 또한 김원의 장자가 해룡으로 되어 있는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의 작가가 <김원전>을 모방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작품은 금방울의 탈을 쓴 금령이 남자주인공을 도와 괴수를 퇴치하고, 액운을 다한 뒤 탈을 벗고 둘이 부부가 된다는 설화적 요소가 짙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여 여주인공 금령이 금방울 모양으로 태어나서 벌이는 신기담을 흥미 있게 전개해 놓았는데 이 작품의 가치관은 해룡과 금령의 남녀 결합부귀 획득으로 나타난다. 『금방울전』을 쓴 작가의 가치관인 동시에 독자층의 행복의식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주인공의 적극적인 활동과 남녀의 결합은 여성 독자의 의식을 나타낸다. 특권획득과 신분 상승은 권력에서 소외된 피지배계층에 속하는 독자층의 의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금령의 초월적인 힘은 미천하게 태어나 고달픈 삶을 사는 많은 독자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었다.

 한편, 이 작품에서 금방울은 여성으로서 막강한 도술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여성도 강한 힘으로 나라에 공을 세우고 남성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여성 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금방울이 독자적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전생의 남편 해룡을 돕는 수준에 머무는 수준은 당시의 여성관을 반영한 결과이며, 제한된 여성의식의 발로이다. 이런 연유로 페미니스트 관점에서는 아쉬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