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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체호프 희곡 『갈매기(Chaika) 』

by 언덕에서 2019. 3. 26.

 

 

체호프 희곡 갈매기(Chaika)

 

 

 

러시아 작가 A.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1860∼1904)4막 희곡으로. 잡지 [러시아 사상] 189612월호에 발표되었다. 체호프가 36세 때 쓴 것으로 1896년 발표되어 알렉산드르 극장에서 이뤄진 첫 공연은 연출가가 희곡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한 탓으로 실패하여 작자를 매우 실망케 하였으나, 1898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의 재연 때는 큰 성공을 거두어 갈채를 받았다.

 희곡 갈매기는 젊은 예술가의 열정과 사랑, 가슴 아픈 좌절을 그리고 있는,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희곡이다. 1896년 알렉산드르 극장에서의 초연은 대실패로 막을 내렸지만 2년 뒤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다시 올린 무대는 큰 성공을 거두어 체호프의 희곡이 본격적으로 평가받는 계기가 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린가()의 아들이며 연극에 뜻을 둔 젊은 작가 지망생 트레플레프가 자신의 별장으로 유명 여배우인 어머니 알카지나와 그녀의 애인인 극작가 트리고린을 초대해서, 자신의 연인인 니나가 주연인 전위극(前衛劇)1을 보여주며 극작가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그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자 실망한다. 알카지나는 유명 작가인 트리고린과 열애 중이라 더욱 관심이 없다. 트레플레프는 자신이 만든 전위극이 어머니의 무시로 엉망이 되어가고 있자 극을 중단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마샤는 의사에게 트레플레프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트레플레프는 자신의 연인인 니나가 트리고린에게 관심을 두는 것에 분노한다. 어머니의 사랑과 네 나의 사랑도 잃었다고 생각하는 트레플레프는 죽은 갈매기를 그녀의 발밑에 던진 채 사라져 자살을 시도하나 실패한다.

 한편, 니나는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유명 작가 트리고린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차 사랑에 빠진다. 트리고린은 트레플레프가 홧김에 사살한 갈매기를 보고 갈매기처럼 몸을 망치는 아가씨의 이야기를 생각해내고 니나를 유혹한다. 알카지나와 트리고린이 함께 떠나는 날에 트레플레프는 어머니와 화해를 시도하나 화해는커녕 둘은 더 심하게 싸우고야 만다. 트리고린은 아쉬움 때문에 니나에게 좀 더 머물 것을 제안했으나 이를 알아차린 알카지나는 현란한 말솜씨로 트리고린을 다시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그러나 니나와 트리고린은 비밀리에 모스크바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트리고린과 니나가 떠난 지 2년이 흐르고 점차 트레플레프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아 그는 유명한 작가가 된다. 그 사이, 니나는 트리고린과 사랑을 했다가 실패하고 폐인이 되었다는 소문까지 들리게 된다. 트리고린은 다시 알카지나와 연인 관계가 되었고 니나의 존재를 잊은 지 오래다. 트레플레프의 집에 우연히 들른 니나는 그를 만나지만, 다른 방에서 들리는 트리고린의 목소리에만 관심을 둔 채 트레플래프의 사랑을 거부하고 떠난다.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본 트레플레프는 자신의 재능에 대한 절망과 불확실한 앞날에 비애를 느끼고 자살한다.

 

 

 

 『갈매기는 현실과 꿈의 틈좌절된 희망과 엇갈린 사랑 등 중기 체호프 문학의 특징인 출구 없는 절망과 우울의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 ‘갈매기는 대배우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연인에게도 버림받은 니나와 떠나간 사랑에 좌절하여 자살하는 트레플레프를 상징한다하지만 4막에서 니나가 몇 마디 짧은 대사로 표현한 절망에서 인내로의 전환이라는 주제는 체호프 극 특유의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그만큼 더 빛을 발한다이는 서서히 절망에서 희망으로 옮겨가는 체호프 문학세계의 변모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배우 알카지나의 아들 트레프레프는 애인 니나를 주역으로 하여 새로운 형식의 연극 창조를 꿈꾸는 문학청년이다. 하지만 니나는 알카지나와 연애 관계에 있는 통속작가 트리고린을 사랑하여 그를 뒤쫓아 모스크바를 떠나는데, 결국은 버림받고 순회극단에 들어간다그러나 이러한 고뇌와 시련을 통해 니나는 배우로서의 숭고한 사명감을 깨닫고, 굳세게 살아가기로 한다. 한편, 현실과 사회에 등을 돌리고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힌 트레플레프는, 예술과 생활에서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절망 끝에 자살한다.

 삶의 인내를 강조하는 이러한 주제의식은  <바냐 아저씨>에서 더욱 또렷하고 의식적으로 표현된다. <바냐 아저씨>갈매기보다 6년 앞서 쓴 전원생활을 다룬 서툰 통속극 <숲의 주인>을 개작한 작품이다. 가장 감동적인 종막에서 실연의 상처를 억누르며 소냐가 바냐를 위로하는 장면은 절망 속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 순수 영혼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 모두는 체호프가 경험한 인간인 동시에 작가 자신의 분신이다. 트레플레프는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를 통해 미적 혁신을 추구한 체호프 자신의 분신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풍경화가 레비탄의 분신이기도 하다. 그가 사랑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고, 날아가는 갈매기를 쏘아 죽인 일화 등이 트레플레프의 이야기에 녹아 있다. 성공한 작가 트리고린에게는 체호프 자신의 여러 내면과 문학계 지인들의 일상적 모습들을 반영했다. 그리고 의사인 도른에게는 체호프 자신의 성격과 기질이 녹아 있다. 한편 니나에게는 리자 미지노바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데, 리자는 체호프의 친구이자 유부남인 소설가 포타펜코와 사랑에 빠져 탈주를 감행했다. 파리에서 딸까지 낳지만, 아기가 죽자 버림받는 리자의 이야기가 갈매기에서 니나와 트리고린의 이야기로 형상화된다. 성공한 여배우 알카지나는 당대의 유명 여배우들과 닮았다고 전해진다.

 체호프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열 명의 주요 인물 및 내면에 자신만의 갈매기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 간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어긋나는 사랑의 다양한 양상을 포착한다한편 새로운 형식과 예술을 추구하는 세대와 기존의 형식을 고수하며 기득권을 누리고자 하는 세대’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표현하고 있다.

 

 

  1. 「명사」 『연기』 기존의 고정화된 연극 양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미학 원리와 형태를 시도하는 연극.=실험극.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