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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고골(리) 대표 희곡『검찰관(Revizor)』

by 언덕에서 2018. 3. 14.

 

 

고골(리) 대표 희곡 『검찰관(Revizor)』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소설가 고골리(Gogoli, Nikolai Vasil'evich.1809∼1852)의 희곡, 5막으로 1836년에 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되었으나, 찬반의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제정 러시아 지방관리의 악덕을 철저히 묘사했기 때문인데, 그로 말미암아 고골리는 국외로 도피까지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편 <외투>와 더불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낭만파의 대표적인 시인이던 주코프스키는 이 작품을 상연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애써왔다. 「검찰관」은 19세기 부패한 러시아 사회상을 지방의 작은 도시로 설정하여 신랄하게 비판한 사회 풍자극으로, 상연 당시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줄거리는 도박으로 여비를 몽땅 날린 건달 청년 헬레스타코프가, 중앙에서 암행감찰 나온 검찰관으로 우연히 오인되자, 그것을 기화로 지방의 탐관오리들을 실컷 골려주고 자취를 감춘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진 것은 1932년 [극예술연구회]의 직속극단 실험무대의 제1차 시연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당시의 진용은 번역에 함대훈, 연출에 홍해성, 출연에 이헌구ㆍ함대훈ㆍ서항석ㆍ유치진ㆍ이하윤ㆍ김진섭 등 극예술연구회의 동인들이었다.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소설가 고골(Gogoli, Nikolai Vasil'evich.1809-1852)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 작품은 러시아의 어느 작은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서두에 뇌물을 좋아하는 시장과 무능한 관리들로 인해 부정부패가 난무해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어느 날 중앙에서 검찰관이 암행나왔다는 소문이 퍼지자 그 도시에 일대 대소동이 벌어졌다.

 이때 범상치 않은 용모를 한 헬레스타코프라는 젊은이가 여관에 투숙하자, 그의 행동거지가 수상하다는 말이 관리들 사이에 퍼지면서 그를 검찰관으로 오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헬레스타코프는 대도시에서 도박과 방탕한 생활로 돈을 다 잃고 고향으로 돌아가다가 그 마을에 잠시 머물게 된 것뿐이었다.

 헬레스타코프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골려주기로 작정하고 검찰관 행세를 했다. 그러자 시장은 집에서 조용히 파티를 열어, 이 청년을 초대해 비위를 맞추었다. 청년은 바람기가 동하여 시장의 딸에게 청혼까지 했다. 그리고는 생각지도 않은 선물과 돈을 받고는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에 자취를 감춰 버렸다.

 며칠이 지난 후 시장은 헬레스타코프 덕분으로 도회지로 나가 출세의 길이 열렸다고 믿고 축하 파티를 열고 있었는데, 파티가 무르익어갈 즈음에 우편국장이 편지를 들고 급하게 달려왔다. 그 편지는 헬레스타코프가 페테르스부르크의 친구에게 보낸 것으로, 자기를 검찰관으로 착각한 마을 사람들을 비웃으며 각각의 관료에게 지독한 별명까지 붙여놓고 있었다. 시장과 관리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는데, 그때 진짜 검찰관이 왔다는 전갈이 왔다. 그들은 돌이 된 듯 움직일 줄 모르는 사이 막이 내린다.

 

 

연극 <검찰관>

 

 

 도박으로 여비를 몽땅 털린 한 청년이 자기를 검찰관으로 오인한 지방의 탐관오리들을 실컷 우롱한다. 전편에 넘치는 종횡무진한 기지, 신랄한 풍자와 해학은 세계 문학사상에서 그 비류를 찾아볼 수 없는 하나의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 당시 이 희극을 친히 본 러시아 황제는 '음, 모두들 멋있게 두들겨 맞았어. 그러나 누구보다도 호되게 얻어맞은 것은 황제인 나야'하고 중얼거렸다 한다. 

 근대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확립자로 일컬어지는 고골리는 예술적 사실주의와 날카로운 풍자가 넘치는 묘사법으로 유명하다. 사회풍자적인 희곡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검찰관』은 러시아의 비판적 사실주의의 효시격인 작품으로써, 지방관료사회의 위선과 부패상을 철저하게 폭로하여 조소한 작품이다. 고골리는 이 작품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그는 이 작품 속에서 러시아의 부패한 관료정치를 비판하였다. 관리들의 부패상이라는 어두운 사회현실을 그리면서도 그것을 읽는 사람들을 옷을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람들은 이러한 고골리의 능력을 ‘눈물 속의 웃음’이라고 일컫는다.

 

 

 헬레스타코프는 잘난 체를 하며 겉치레를 좋아한다. 그는 본질적으로 천박하고 경솔한 청년으로 자신을 중요한 인물, 대작가라고 떠벌이고 다니며, 스스로 자신의 허풍에 도취해 있다. 그는 곧 속되고 허황된 사람의 전형이다. 우리나라 조선시대로 치자면 암행어사 쯤 되는 것 같은 검찰관 파견을 둘러싼 지방 탐관오리들의 작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술술 읽다 보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할 때도 있고 비열하고 야비한 하급관리들에 대한 혐오감도 들다가 다 읽은 후에는 파렴치를 알게 하고 부끄러움도 알게 한다.

 사회풍자적인 희곡의 걸적으로 손꼽히는 『검찰관』은 러시아의 비판적 사실주의의 효시격인 작품으로써, 지방관료사회의 위선과 부패상을 철저하게 폭로하여 조소한 작품이다. 고골리는 이 작품에 대해,  “헬레스타코프는 23세 정도의 늘씬한 체격을 가진 청년이다. 그는 약간 낙관적이며 말이나 행동에 있어서 어떤 사고 분별도 없다. 이 이야기는 단편적이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적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또, “누구나가 헬레스타코프이다. 적어도 몇 분 정도, 아니 순간적으로나마 그럴 수 있다. 헬레스타코프가 되어 보지 않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말재주가 있는 사관생도, 정치가, 또는 작가들조차도 헬레스타코프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러시아에서는 그 후 ‘헬레스타코프주의’가 ‘잘난 체’, ‘허풍’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