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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김동리 단편소설 『까치 소리』

by 언덕에서 2019. 2. 5.

 

김동리 단편소설 『까치 소리』

 

 

김동리(金東里.1913∼1995)의 단편소설로 196610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하여 1967년 [31 문화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까치 소리와 노모의 발작과 봉수의 살인 등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인데도 현실적인 사건의 전개는 그사이에 거의 필연적인 관련이 있다. 그것은 생의 근원적 부조리, 바꾸어 말하면 허무에 바탕을 둔 운명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까치 소리와 주인공의 발작적인 변태 심리를 동인으로 하여 사건을 진행한다. 중요한 내용은 봉수와 정순이, 그리고 상호 사이에 일어난 애정의 삼각관계를 축으로 전개된다

 흔히 우리의 민속 신앙에서 '까치'는 흉조와 길조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소재이다. 아침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고 저녁 까치가 울면 초상이 난다는 속설이 바로 그것이다. ''의 돌아옴은 까치 소리 가운데 길조(吉兆)와 결부시킬 수 있고, 돌아온 고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살인까지 하게 되는 것은 흉조와 결부시킬 수 있다. 하여튼, 이 작품은 주인공이 제대 후 겪게 되는 모든 절망적인 사건들이 까치 소리에 의해 예견된 운명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운명론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영화 [까치소리], 1967년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봉수는 한국전쟁에서 수십 번 죽음의 고비를 넘긴 제대 군인이다. 그가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유는 고향에 있는 애인 정순에 대한 사랑의 힘이었다. 봉수는 전쟁에서 살아날 가망이 없자 정순을 보기 위해서 비굴한 방법인 자해 행위로 제대한다.

 그러나 제대해 보니 정순은 속임수에 넘어가 상호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노모는 이상하게도 마을 회나무에서 까치가 울기만 하면 발작을 일으키며 죽여 달라는 소리를 연발한다. 그때마다 봉수는 살의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상호를 만나 봉수는 정순과 만나게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상호는 봉수에게 용서를 빌고 기회를 약속한다.

 상호의 호의에 의해서 동생 영숙과 함께 정순을 만난 봉수는 정순에게 상호를 버리고 자기와 결혼할 것을 간청하고 정순은 기회를 보아 도망 나올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봉수는 정순의 동생 영숙이 그럴 수 없다는 언니의 편지를 전하자, 그때 갑자기 절망감과 까치 소리의 주술성에 의하여 야수적 충동에 휘말린다. 봉수는 갑자기 충동에 휘말려 자기를 좋아하는 상호의 동생 영숙을 능욕하고 그녀를 목 졸라 죽인다. 죽이기 직전 예의 살의를 유발하는 까치 소리가 들렸다. 영숙은 평소에 봉수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터였으나 언니의 편지를 전하는 순간에 살해당한다. 

 

영화 [까치소리], 1967년

 

 이 소설은 196610[현대문학 ] 142호에 발표한 단편소설로 김동리 문학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만큼 높은 문학적 수준을 성취한 작품이며 탁월한 주제와 치밀한 구성을 지녔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 무렵 늙은 회나무가 서 있는 어느 마을을 배경으로 절망에 빠진 인간의 변태 심리와 비정한 운명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소박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전쟁이 가져온 혼란과 그 상처를 내용으로 하는 이 작품은 자연주의적 문맥을 유지하면서 극적으로 표현된다. 이것을 '까치 소리 '가 지닌 신화의 상징체계에 무리 없이 투영시켜 까치 소리와 주인공의 발작적 변태 심리를 동인으로 하여, 봉수와 정순이 그리고 상호 사이의 애정의 삼각관계를 축으로 사건을 전개한다.

 문학평론가 권영민에 의하면 현대의 상황과 신비적인 민간 신앙이라는, 얼핏보면 서로 전혀 무관할 것 같은 두 개의 세계를 결합시켜 놓은 작품이 이 「까치소리」이다.  이런 식으로 두 개의 세계를 결합하려는 노력은, 김동리가 그의 후기 작품들에서 상당히 빈번하게 시도한 바 있다. 「까치소리」는 이러한 그의 지속적인 작업 가운데서도 예술적으로 높은 성과를 거둔 실례라고 권영민은 주장한다.

 이 작품에서 까치소리에 얽힌 속신 그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잔혹하고 맹목적인 인과의 법칙이다. 주인공은 이러한 법칙의 노예가 되어, 전혀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는 사람,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 중에서 가장 무죄한 사람을 죽이게 된다. 김동리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 인과의 법칙에 의하여 움직이는 세계 속에서 인간의 자유 의지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심각한 철학적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

 

 속신이나 전설 등을 원형, 혹은 기호화해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이야기를 '원형과 빗댐 구조의 이야기'라고 한다. 이 작품은 까치 소리에 얽혀든 운명을 다룬 소설이다. 주인공 ''의 수기를 서술자가 입수하여 옮기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소위 '빗댐의 이야기 구조 '이다. '빗댐 구조의 이야기 '는 속신의 길조와 흉조의 조짐이 모두 가능한 상태에서 어느 것이 실현될 것인가 하는 긴장 속에서 진행된다. 이 소설에서 까치 소리는 작중 인물의 운명에 영향을 주게 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의 한 구체적인 행위의 동기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이 작품은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성을 작가의 독특한 운명관으로 채색하여 죽음의 불안과 삶의 욕구적에 대한 분노와 전우에 대한 죄책감 등 전쟁에서 볼 수 있는 병사들의 복합 심리 상태그리고 이의 귀결을 까치 소리라는 반복된 상징 속에서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있다따라서 이 소설의 미학은 자연주의적 특성 외에 까치 소리로 표현된 연기관(緣起觀)과 인과응보의 상징주의를 담고 있다.

 

 

 

 

 


 

 

영화 까치 소리


 

 전장에서 돌아온 남자가 변심한 애인에게 복수하고 끝내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방황하는 이야기를 그린, 1967년 작 한국영화로 1967년 태창 영화사 작품이다. 김동리 원작의 동명 소설을 김수용이 감독하였으며, 신성일ㆍ이대엽ㆍ한은진이 출연하였다. 한 사나이의 복합적인 애증 심리가 까치 소리를 통해 공명하는 흑백영화이다. 약혼녀를 두고 전장으로 나간 봉수(신성일 분)는 애정에 대한 강한 집념 때문에 스스로 손가락을 끊고 제대,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미 약혼녀는 친구 상호(이대엽 분)의 아내가 된 뒤였다. 배신당했다고 믿은 봉수의 복수심은 마침내 약혼녀를 빼앗아간 친구의 집안을 망하게 하고, 여자는 자결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봉수 역시 정신착란을 일으켜 거리를 방황한다는 내용이다.

 6회 [대종상] 제작상 및 제11회 [부일 영화상] 각본상을 받았다. 조연을 맡은 한은진은 제5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