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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장 지오노 단편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by 언덕에서 2017. 8. 16.

 

 

 

장 지오노 단편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단편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은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Jean Giono.1895∼1970)의 대표작으로 1953년 <리더스다이제스트> 지에 처음 발표되었다. 작품은 그 이듬해 미국의 <보그(Vogue)>지에서 <희망을 심고 행복을 가꾼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발표된 후 전 세계 13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내용은 자신의 이익이나 보상을 바라지 않는 미약한 한 사람의 불굴의 정신과 노력이 위대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1929년 『언덕』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장 지오노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황무지에 푸른 숲을 남기고 평화로운 고독 속에 눈을 감는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의 삶을 짧은 분량이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서정적이고 동화적인 문체로 그리고 있다. 황폐한 땅에 나무를 심으며 사는, 욕심 없이 그저 나무만 심으며 사는, 사람의 이야기는 영혼을 걸러주는 작업으로 나무를 심는 고독한 한 인간의 일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삶은 바쁜 삶에 지친 우리에게 평화와 감동을 준다.

 이 작품의 주인공 ‘엘지아르 부피에’는 40여 년간 홀로 나무를 심었고, 황무지를 숲으로 바꾸어 나간다. 그런데도 아무런 대가를 생각하지 않았으며, 대지가 변해 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낄 뿐이었다. 그는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희망을 품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주인공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가르침을 배운다.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사람은 자신만의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세상을 위해 애쓰는 분들이 계신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10년. '나'는 프랑스의 어느 산악지대를 여행하다가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그곳은 매우 황폐해서 숲은 없었고, 그 어떤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메마른 황무지였다. 노인은 30마리의 양을 키우며 외로이 살고 있었다. 그는 여행에 지친 나에게 우물에서 맑고 깨끗한 물을 길어 주었는데, 그의 집은 돌을 주워 이어서 지은 초라한 집이었다. 그러나 집의 지붕은 새는 곳이 없었고, 그의 옷 역시 아주 잘 기워져 있어서 단정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가 매우 성실해서 다 무너져 내린 집을 어떻게 복원시켰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의 집은 사람이 사는 마을이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루를 그의 집에서 더 묵었던 '나'는, 그의 이상한 행위를 알게 되었다. 그는 도토리 한 자루를 준비하여 그 속에서 가장 굵고 알이 좋은 것 100개를 골라낸 후 황무지에다 아주 정성스레 심었다. 그는 3년 전부터 도토리 심기를 해왔으며, 지금까지 십만 그루의 도토리를 심었으나, 그중에 싹이 나온 것은 불과 2만 그루였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 중에서 절반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황폐한 이곳에 만 그루나 되는 떡갈나무가 자랄 것으로 생각하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노인의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였으며, 이 황무지를 생명의 땅으로 변화시키려고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인은 나무가 부족한 결과로 땅이 죽어가고 주민들이 포악해진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땅은 아니지만 산 곳곳에 너도밤나무뿐 아니라 떡갈나무 씨를 뿌리고 가꾸는 것이었다. 그는 살아있는 한 아주 많은 나무를 심겠다고 말했고, '나'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다음날 우리는 헤어졌다.

 몇 년 후인 1914년에,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나'는 5년간 군에서 복무했다. 전쟁의 갖가지 참상을 겪고 난 '나'는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맑은 공기를 따라 노인이 살던 옛 황무지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황무지는 숲이 되어 있었다. 떡갈나무들은 10살이 되었고, 숲은 세 구역이나 되었는데, 제일 넓은 곳은 폭이 무려 11km이었다. 1915년에 그는 자작나무들도 심었다고 했다. '나'는 그의 인격에 감동하여 1920년 후부터는 매년 그를 찾게 되었는데, ‘나’는 울창한 숲을 바라보며 사람의 노력으로 삶의 터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산림 감시원들은 숲이 저절로 자랐다고 하면서 신기해했고, 노인에게 산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할 것을 당부한 뒤 떠났다. 얼마 후, 정부 대표단이 와서 산을 시찰했는데, 그들 역시 산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 했다. 그러나 누구도 노인 혼자서 숲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는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1935년 부피에의‘나무 심기’는 정부정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세계 2차대전이 일어난 1939년, 당시의 연료였던 나무 공급을 위해 숲이 파괴될 위험에 처했지만, 다행히 그 위기를 무사히 비껴갔고, 노인은 묵묵히 나무 심는 일을 계속했다.

 세월이 흘러 1945년이 되었다. '나'는 아주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과거의 그 황무지에 물이 흐르고 있었고,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조금씩 자연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메말랐던 마을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주민들이 하나둘씩 돌아왔다. 예전의 그곳에는 아주 난폭한 사냥꾼 셋 외엔 아무도 살지 않았는데, 젊은 부부가 네 쌍이나 있었고, 마을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나중에는 새로 이주해 온 사람들까지 불어나 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노인 덕분에 아주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부피에 노인은 1947년 89세의 나이로 바농에 있는 요양원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오늘의 절망이 숭고한 한 인간의 노력을 통해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대의 병든 물질문명 때문에 생명의 위기가 가속하고 있는 오늘날, 이 작품은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도서로써 전 세계에서 널리 읽히고 있다. 장 지오노 역시 이 책을 출판할 때 공동의 선(善)을 위해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자신을 자연의 일부라고 여길 때 자연은 우리를 절대 버리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다면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말은 현대의 우리가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전 세계에 퍼졌다. 영화는 상영시간이 30분에 불과하지만, 짧은 시간을 통해 한 노인의 숭고한 정신을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1987년 캐나다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1988년 아카데미 단편영화(만화부문)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나’가 간직하는 잊을 수 없는 인격은 부피에 노인의 삶 전체를 통해 나오는 것이다. 나무는 아내와 외아들을 잃은 한 노인이 인생의 무상함을 달래려는 방편으로 삼은 것이 아니다. 또한, 물질적 풍요를 바라고 심은 것이 아니라, 영혼을 자꾸 걸러주는 작업이었다. 그랬기에 자아를 넘어선 타인을 위한 삶이 가능했다.

 이 책『나무를 심은 사람』은 녹색혁명의 목적으로 생각하거나 문명의 이기를 탓하며 읽을 요량에서보다는, 하루의 일을 마친 저녁 시간에 창문을 열어두고 차 한 잔을 끓여 옆에 두고 앉아 마음 가까이 맞닿은 근사한 소설을 찾을 때야 어울리는 책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봄마다 우리가 사는 주변의 빈 땅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심은 나무가 해를 더해갈 때마다 우거진 숲을 이룰 날이 올지 어떻게 알겠는가? 

 

 

- 월간지 '맑고향기롭게' 2017년 7월호에 게재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