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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마이어푀르스터 중편소설 『황태자의 첫사랑(AltHeidelberg)』

by 언덕에서 2017. 3. 29.

 

마이어푀르스터 중편소설 『황태자의 첫사랑(AltHeidelberg)』

 

 

독일 소설가 빌헬름 마이어푀르스터(Wilhelm Meyer Forster, 1862~1934)가 발표한 중편소설로 1899년 발표되었다.『황태자의 첫사랑』은 카를 하인리히 황태자의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로 프러시아 공국의 황태자인 주인공 칼 하인리히는 성 안에서 생활을 하다가 1년간 하이델베르크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랑이야기다. 그곳에서 그는 황태자로서의 삶이 아닌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한 학생의 모습으로 사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사랑도 하게 되고. 황태자는 자신이 그 동안 얼마나 갇힌 삶을 살았으며 삶을 경험해 보지 못 하였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황태자의 첫사랑』 (원제 AltHeidelberg)은 그 아름다운 내용 때문에 여러 세대를 걸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1899년에 중편소설로 발표된 다음 1901년에 희곡으로 각색된 이 작품은 1924년에는 오페레타로, 1927년에는 무성영화로, 1954년에는 뮤지컬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반복적으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여 왔다. 1924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페라 형식으로 올렸고, 그후 1927년에 무성영화로 선을 보인 다음, 1954년에 천연색 영화로 화려하게 빛을 본 이 작품은 뮤지컬 형식을 가미해 당시 인기 오페라 가수 ‘마리오 란자(Mario Lanza)’의 육성을 삽입, 대박을 터뜨렸던 불후의 뮤지컬 명작이기도 하다.

 한국의 근대연극과 연관지어 바라보면, 이 작품은 박승희가 이끈 ‘토월회’가 1920년대 동안 대표적인 신극단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해 준 중요한 작품이다. 일본 유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조직한 토월회는 1회 공연에서 참담한 실패를 거두었으나, 1923년 9월에 『황태자의 첫사랑』 (당시 ‘알트 하이델베르히’라는 제목으로 공연됨)이 포함된 2회 공연의 대성공으로 금전적 빚을 갚을 수 있게 되고, 계속 단체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1954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프러시아 공국 황태자가 어릴 적부터 자라 온 카를스부르크 궁정은 인간 본연의 활달하고 유쾌한 모습보다는 위선적이고 경직된 생활로 가득 차 있다 황태자는 항상 궁정에서 웃음을 잃은 채 우울하게 지낸다. 그래서 황태자는 늘 바깥세상으로 나아가 호기롭게 젊은 시절을 보내기를 바란다. 그러던 중 그는 하이델베르크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많은 젊은이들과 함께 학창 시절의 즐거움과 인생의 기쁨을 마음껏 누린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는 신입생이 선배들 앞에서 대형 컵에 담긴 맥주를 단숨에 마셔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는데 황태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통에 따라 신고식을 치른다. 학생들 모두는 그가 황태자인지 모른다. 이때에 부르는 노래는 황태자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기억되어 훗날에도 잊지 못하는 추억이 된다. 또 황태자는 부모를 여윈 하녀인 아름다운 연인 케티를 만나 순결한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갑자기 귀국을 하게 되고, 이후 왕위를 계승하면서 결국 하이델베르크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평범한 여인을 왕비로 맞이할 수 없어 자센 공국의 공주와 약혼해야만 한다. 황태자와 케티, 두 연인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는 운명에 처한다.

 그는 차가운 사람이 되어 성 안의 삶을 염세적으로 바라보며 하이델베르크를 그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결심을 하고 하이델베르크로 떠난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재회하지만 현실의 벽은 두껍다. 연인이었던 케티와 하루 만에 이별을 하며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1954

 

 1970년대 초반, 만화가게에서 <유쾌한 친구들>이라는 제목의 장편만화를 본 적이 있다. 유럽의 어느 나라 황태자가 신분을 숨기고 학교에 입학하여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 훈훈한 이야기여서 지금도 만화의 아름다운 장면을 잊지 못한다. 이후 세월이 흘러 영화와 영화의 원작인 이 소설을 접하면서 그때 감동 깊게 보았던 만화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알게되어 가슴 뛰었던 기억이 난다. 황태자를 어려워하던 삭소니아 회원들은 재회하자 차츰 옛정을 되살려 즐거운 시간을 만든다. 돌아갈 시간이 되자, 스무 살이 된 케티와 뜨겁게 포옹한 황태자는 “우리 서로를 마음속에 간직해 두자. 다시는 만나지 못하겠지만 당신을 결코 잊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다. 대공이 된 황태자는 청춘의 싱싱한 추억을 안고 엄격한 궁정으로 돌아간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답답한 일상을 이겨내어야 한다. 가고 싶은 곳, 갖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양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백마 탄 왕자, 내 눈 속의 케티’라는 추억은 모든이에게 필요하다. 젊은 시절을 치열하고 성실하게 보내면 살아갈 힘이 생긴다. 

 

 

『황태자의 첫사랑』은 하이델베르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춘 남녀의 낭만적 사랑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황태자는 궁정에서 백부의 손에 엄격하게 자라났다. 스무 살이 되어 자유의 도시 하이델베르크로 유학 온 그는 첫사랑을 만나고 청춘을 만끽하지만, 아직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이겨 내기에는 나약한 존재다. 숙명처럼 찾아온 첫사랑 케티와의 짧았던 사랑과 긴 이별 그리고 재회. 신분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발랄하고 애잔한 사랑 이야기다.

 이 작품은 황태자의 사랑 얘기만은 아니다. 황태자이기 이전에 한 청년인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고 그로 인해 한 걸음 더 성숙해지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우리의 대학생 또래의 황태자의 눈을 통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무엇을 추구하며 무엇을 경험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황태자의 고민처럼 대세에 순응하느냐, 자신의 의지대로 하느냐라는 쉽지만은 않은 상황은 우리들 누구에게나 자주 닥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하나하나의 결정들을 통해서 우리들의 삶이 결정되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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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마이어푀르스터Wilhelm Meyer-Foerster는 1862년에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났다. 원래 사관학교에 진학할 계획이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그 꿈은 무산되었다. 그는 라이프치히, 베를린, 뮌헨, 빈 대학을 돌며 법학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졸업 후 곧장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23세에 처녀작 [작센 지역 사람들(Saxo-Saxonen)]을 발표한 후로 1898년의 [황태자의 첫사랑Karl Heinrich]을 포함해 몇 권의 소설과 희곡을 발표했다. 그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드라마로 각색한 [황태자의 첫사랑Alt-Heidelberg]이 1901년의 초연부터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부터였다. 그러나 그 다음 해에 부인이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2년 후에는 자신도 시력을 잃고 비참한 생활을 하다가 1934년에 불행한 삶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