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국 현대소설

가브리엘 루아 소설집『내 생애의 아이들(Ces Enfants De Ma Vie)』

by 언덕에서 2017. 3. 8.

 

가브리엘 루아 소설집 『내 생애의 아이들(Ces Enfants De Ma Vie)』

 

 

캐나다 소설가 가브리엘 루아(Gabrielle Roy, 1909~1983)의 단편소설집으로 1977년에 출간되었다. 단편소설집 『내 생애의 아이들』은 비평의 찬사와 대중의 열광을 동시에 얻은, 작가 만년의 걸작으로  캐나다 동부의 빈한한 소읍과 작은 시골 마을들을 전전하며 8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젊은 날의 체험을 토대로 쓰인 것이다.

 각기 다른 개성과 심성을 지닌, 그러나 한결같이 선하기 그지없는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서, 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작중화자인 여교사의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에서 크나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방금 청소년기의 몽상에서 벗어나 아직 성년의 삶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어린 여교사는 아이들에게서 자신이 막 지나온 고통과 혼란을 느낀다. 아울러 그들의 어린 야성을 길들여야 하는 자기 뜻에 대해 종종 회의에 빠진다.

 "이른 아침 교실에 서서 내 어린 학생들이 세상의 새벽인 것처럼, 신선한 들판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학교라는 함정 속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로 달려가서 영원히 그들의 편이 되어야 옳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었다."

 작가 가브리엘 루아1는 프랑스계 캐나다인으로 '캐나다 문학의 큰 부인'이라 불린다. 세 번의 [캐나다 총독상] 수상, 캐나다 작가 최초의 [페미나상] 수상 등의 화려한 수상 경력과 깊이와 감동을 겸비한 문학으로 캐나다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영미문학권, 유럽문학권, 제3세계 문학권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는 작가다.  

 

가브리엘 루아(1909~1983)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시간적 배경은 1920년대 후반. 광활한 평원에 둘러싸인 캐나다 동부 빈촌 가난한 이민자들의 마을에 18세의 앳된 초등학교 여교사가 부임한다. 사계절이 있으나 겨울이 6개월 이상 되는 지역이다. 부모의 이민에 의해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아이들은 평원에 방목해놓은 듯 거칠지만 길들지 않아 순수하기 짝이 없다.

 고양이처럼 선생님에게 매달리며 학교라는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막무가내의 사랑과 기쁨을 호소하는 아이가 있고, 선생님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 눈보라 속을 헤치며 손수건을 들고 찾아오는 곱고 어린 영혼이 있다. 감미롭고도 우수에 찬 아름다운 노래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지친 영혼을 위무하는 어린 천사 같은 아이가 있는가 하면, 검은 불덩어리 같은 열정으로 글씨쓰기에 몰두하는 엉뚱한 아이도 있다. 그리고 먼 곳으로 오래 일 나간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동생과 만삭의 어머니를 돌보는 아이, 앳된 여선생님에게 연정을 느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수줍고 야성적인 소년도 있다. 

 이 사랑스럽고 때로는 어른보다 더 성숙하고 사랑이 깊은 아이들과 여교사 사이에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구분을 넘은 깊고 애틋한 교감이 오간다. 초임 여교사는 이 아이들에게서 성장의 고통과 강인한 고독, 용기와 헌신의 미덕, 예술과 아름다움이 지닌 놀라운 치유의 힘, 사춘기 특유의 감각적 떨림, 그리고 저항할 수 없는 사랑의 힘과 고통을 발견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여교사의 이러한 통찰을 통해, 소설은 단순하고 소박한 외면을 넘어서고, 아이들은 인간과 삶 전체의 초상을 표현한다.

 

가브리엘 루아(1909~1983)

 

 

 

 광활한 평원에 둘러싸인 가난한 이민자들의 마을에 18세의 앳된 여교사가 부임해온다. 부모를 따라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아이들은 평원에 방목해놓은 듯 거칠지만 그만큼 길들여지지 않아 순수하고, 이 떠들썩한 천사 무리와 여교사 간에 일대 아름다운 난장이 벌어진다. 고양이처럼 선생님에게 매달리며 학교라는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막무가내의 사랑과 기쁨을 호소하는 꼬마 빈센토, 선생님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 눈보라 속을 헤치며 손수건을 들고 찾아오는 곱고 어린 영혼 클레르, 감미롭고도 우수에 찬 아름다운 노래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지친 영혼을 위무하는 어린 천사 닐, 검은 불덩어리 같은 열정으로 글씨쓰기에 몰두하는 엉뚱한 아이 드미트리오프, 먼 곳으로 오래 일 나간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동생과 만삭의 어머니를 돌보는 애어른 앙드레, 앳된 여선생님에게 연정을 느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수줍고 야성적인 소년 메데릭 등 작품들의 주인공이다.
 이 사랑스럽고 때로는 어른보다 더 성숙하고 사랑이 깊은 아이들과 여교사 사이에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구분을 넘어 깊고 애틋한 교감이 오간다. 여교사는 이 아이들에게서 성장의 고통과 강인한 고독, 용기와 헌신의 미덕, 예술과 아름다움이 지닌 놀라운 치유의 힘, 사춘기 특유의 감각적 떨림, 그리고 저항할 수 없는 사랑의 힘과 고통을 발견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여교사의 이러한 통찰을 통해, 소설은 단순하고 소박한 외면을 넘어서고, 아이들은 인간과 삶 전체의 초상으로 화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교사라는 직분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가난과 어려움이라는 제각각의 사정들을 가지고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모든 관심을 기울이며 제대로 성장하도록 돕는 선생님의 모습은 숭고하기 짝이 없다. 작중 주인공인 여선생님은 가르치는 내용의 세련됨은 지금만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의 우리 현실에서 정말로 선생님이라고 불릴만한 분들이 점점 줄어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일기도 했다. 무엇보다 섬세한 감성과 묘사를 여든에 가까운 작가가 썼다는 게 인상적이다. 이런 것을 축복이라고 부르는 건가.

 작품 속 여교사는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평원 곳곳에 있는 아이들의 집을 찾아다니면서 아이들의 가난과 시련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고 어떻게든 아이들을 보호하고 도우려고 한다. 이러한 그녀의 헌신 덕분에, 학교는 비로소 진정한 '가르침'과 '배움'이 오가는 자리, 새로운 인식의 터전, 각기 다른 문화와 빈부, 신분 등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는 모든 차이가 화합을 이루는 참된 의미의 '교실'이 된다. 이 소설은, '감동'이라는 문학의 상수를 훌륭하게 살려내었고, 우리 교육 현실에 훌륭한 선생님의 본보기는 어떤 것인가 하고 사례를 드는 듯하다.

 

 

 

 

  1. 1909년 3월 22일 캐나다 마니토바주의 생-보니파스에서 태어났다. 광활한 초원지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1929년 위니펙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연극배우로서의 활동을 병행하며 8년 동안 교사생활을 한다. 1939년 몬트리올에 정착해 기자로 일하다가 1945년 『싸구려 행복』을 발표해 캐나다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프랑스의 페미나상을 수상하며 일약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한다. 1954년 긴 침묵과 고통스러운 집필 과정을 거쳐 『데샹보 거리』를 발표하고 이 작품으로 첫 번째 캐나다 총독상을 받는다. 1977년 교사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여섯 편의 중,단편을 묶은 『내 생애의 아이들』로 또 한 차례 캐나다 총독상을 수상하며, 비평계의 찬사와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는다. 일생 동안 같은 산을 그리는 독학의 화가 이야기인 『비밀의 산』 외에 『알타몽의 길』『휴식 없는 강』『즐거운 여름』『세상 끝의 정원』『지상의 여린 빛』『무엇 때문에 고민하나, 에블린』등의 작품이 있다. 1983년 7월 13일 74세의 나이로 운명했다. 사후에 미완의 자서전 『비탄과 환희』가 발표되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