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산 장편소설 『군함도(軍艦島)』
한수산(韓水山.1946∼ )의 장편소설로 2016년 5월 [창비]에서 간행되었다. 일제강점기 하시마(瑞島)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피폭의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다. 2003년 6월 간행된 원작인 <까마귀>와 일본어판 <군함도>를 보완하여 개작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수산은 1988년 일본에 체류하던 중 동경의 한 서점에서 오까 마사하루 목사가 쓴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접한 뒤 하시마 탄광의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피폭에 대한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군함도와 나가사키에만 십여 차례 방문하고 일본 전역을 비롯해 원폭 실험장소인 미국 캘리포니아 네바다 주까지 다녀왔으며, 수많은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는 등 치밀한 현장취재를 거쳤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2003년 대하소설 『까마귀』를 펴내고, 작품을 보완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 작가는 일본어판 『군함도(軍艦島)』(作品社 2009)를 출간 후, 전폭적인 수정작업을 거쳐 2016년 한일 동시 출간본을 펴내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일본은 패배의 기운이 짙어갈수록 전쟁의 광기가 극에 달한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 군수기업 미쯔비시가 운영하던 하시마 탄광에서 중국인 포로, 일본인 광부와 함께 절대다수를 차지한 것은 조선인 징용공들이었다. 명국과 태복은 많은 조선인처럼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건너왔다가 광부 모집책에 속아 하시마로 끌려왔으나, 징용과 관(官)을 동원한 조직적인 강제 차출로 들어오는 조선인 광부들의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부유한 집안의 자식으로 비교적 편안히 살아왔던 주인공 지상은 형을 대신해 징용대상자가 된다. 그리고 전쟁에 미친 나라와 주권을 잃은 나라 가운데서 일어나는 격랑에 휩쓸린다. 사고는 끝이 없고 죽어나가는 사람 태반은 일본어 주의사항을 못 알아듣는 조선인 광부들이다. 땀과 탄가루가 범벅이 된 채 그들은 가스폭발로, 무너지는 갱목의 낙반사고로, 감시와 매질을 못 견딘 발작으로 끊임없이 죽고 다치는 동료들을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지옥 같은 노동의 나날 속에서 지상은 생각한다.
“선조 임금 때 그렇게 당하고도 30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조선은 또 똑같은 짓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여기 끌려와 있는 것도 그때와 끈이 닿아 있다고 생각하면 그래서 더 원통하다. 우리는 왜 지난날에서 배우려 하질 않는가. 왜 이다지도 과거를 잘 잊어버리는가.”
내일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징용인들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더러는 주검으로 돌아오고 더러는 실패의 대가를 혹독히 치른다. 그래도 자유를 향한 그들의 몸부림은 그치지 않는다. 어떤 날은 분노로 견디고 어떤 날은 서러움으로 견디면서 시간이 흘러간다. 그러다 나라가 없으면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깨닫게 된다. 견디다 못한 지상은 정신적 지주인 명국, 뜨거운 피를 가진 동년배 우석 등과 함께 치밀한 탈출 계획을 세운다. 결국 지상과 우석은 제각기 탈출에 성공하지만, 자유의 몸이 되어 밟은 나가사키에는 원자폭탄이 떨어진다. 군함도에서는 갱 속에서, 나가사키에서는 원폭의 구름 아래서 등장인물들은 하나둘 죽어간다. 사라지는 그들 뒤로 절규가 남는다.
“이것이었구나. 나라가 없다는 것이 이런 거였구나.”
지상에게는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아들이 있다. 지상의 아내 서형은 모든 만남은 기다림이 만드는 것이라고 믿고 긴 세월을 버틴다. 결국 그 기다림이 지상을 살린다.
일본 나가사키 항에서 약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는 군함도(軍艦島, 하시마)는 축구장 3배 크기의 무인도이다. 배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군함도라 하였는데 지금은 관광지가 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경제유발효과(1년 140억원)도 엄청나지만 일제강점기에 군수전범기업인 미스비시 조선소가 1916년 불하받아 만든 인공 섬으로 여기에는 해저 석탄 탄광이 있어 석탄을 채굴했던 곳이다.
일본 거대 군수기업인 미쓰비시의 자본이 지배하는 나가사키, 그곳에서 약 18㎞ 떨어진 곳에 탄광만으로 이루어진 섬 하시마(군함도)는 태평양 전쟁의 발발과 함께 지옥의 섬으로 불린다. 끔찍한 굶주림과 폭력에 시달리던 조선인 징용 광부들은 살기 위해 탈출을 감행하지만 대다수는 물에 빠져 죽거나 붙잡혀 생사를 확인할 길 없다.
장편소설 「군함도」는 하시마 탄광의 비참한 현실과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하려는 자들과 그들이 죽음의 길로 향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는 자, 이들을 둘러싼 친일파와 일본군, 기업위안부가 한데 얽힌 지옥섬 하시마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
일본인들은 1938년부터 1945년 해방이 되기 전까지 조선 땅에서 강제징용이란 이름으로 600여 명의 조선 젊은이(13세∼15세 남짓)들을 유괴, 납치 등 강제로 끌고가 해저 1,000m이나 되는 탄광에 집어넣고 고된 작업을 시켰다. 하루에 12시간에서 16시간의 노동에 시달려야 했고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심한 매질과 채찍을 일삼아 그야말로 지옥의 섬이었다.
더욱이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2분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으로 방사능의 검은 비가 쏟아졌다. 일본인들은 탄광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에게 청소도구를 주고 나가사키를 청소시켰다. 그래서 원폭피해자가 속출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피폭자의 숫자조차 파악한 바가 없다.
‘군함도’는 과거가 아닌 오늘의 문제이다. ‘군함도’는 어제의 우리 선조의 고난과 통한의 역사를 그린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군함도’에는 무수한 오늘이 내재돼 있다. 허위를 근거로 한 일본의 군함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의 문제, 피폭의 가공할 후유증 문제 등 ‘군함도’는 오늘 우리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작가는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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