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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장용학 장편소설 『원형의 전설』

by 언덕에서 2016. 12. 20.

 

 

 

 

장용학 장편소설 원형의 전설

 

 

 

 

 

장용학(張龍鶴, 1921∼1999)의 장편소설로 1962년에 발표하여1962년 3월부터 11월까지 [사상계]에 연재되었다. 난해한 주제와 사건 및 표현기법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장편소설이다.  

 1950년 <지동설><미련소묘>로 [문예]지의 추천을 받아 등단한 장용학은 <사화산><무영탑><요한시집><비인탄생><역성서설><현대의 야> 등 주목할 만한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였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장편소설 『원형의 전설』은 소외된 인간의 군상을 중심으로 현대문명으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원초적인 존재 의식을 당대 사회의 역사적 현실과 말도 있게 조응시키면서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 의식을 파고든 작품이다. 특히 그의 작품 세계는 그의 표현대로, “민족이냐, 계급이냐! 자유냐, 평등이냐!‘ 등의 외부적 상황과 결부되기보다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의식에 밀착된 문화 의식 속에서 실존적 의미를 해명하려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소설가 장용학 (張龍鶴, 1921∼1999)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이장(李章)은 나이가 들면서 자기 부모들이 친부모가 아닐 것이라는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의 아버지인 이도무와 어머니는 보안부 사원들에게 총살당하게 되고, 이장은 방골 마을에서 벼락 치던 날 태어난 사생아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 후 이장은 의용군으로 들어가 죽을 고비를 넘기며 털보 영감에 의해 구출된다. 털보 영감은 그의 딸 윤희와 같이 사는 노인으로, 이장에게 윤희와 하룻밤 자기를 원한다. 마지못해 허락한 그는 윤희가 그의 아버지의 아이를 갖게 된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다음날 윤희는 목을 매 자살한다.

 북으로 향하던 이장은 내무서원에게 붙들리고 포로수용소에서 나와 북한에 남는 길을 선택해, 탄광에서 노무 관리를 하고, 그 후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교편생활을 하게 된다. 이장은 또한 간첩 교육을 받아 7년만에 남한 땅을 밟게 되고, 북한에서 그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게 된다.

 오택부와 오기미는 매우 다정한 남매 사이로, 기미는 커가면서 다른 남성에게 눈을 돌리고, 어느 날 그녀는 다른 한 남성에게 강간을 당해 아이를 갖게 된다. 그리고 방골 마을에서 어느 벼락 치던 날, 아이를 낳은 뒤 나뭇가지에 가슴이 찔려 죽게 된다. 그 아이는 이도무에게 인도되었고, 이장이란 이름으로 호적에 올리게 된 것이었다.

 그는 간첩으로 어느 대학 교수가 되며, 국회의원인 오택부, 마담 버터플라이인 지야, 그리고 현 화백과 그의 딸 공자와 만나게 된다. 이장은 오택부의 양녀가 된 지야를 사랑하게 되나, 어떻게 보면 사촌 남매 사이였고, 오택부가 이장의 아버지라면 남매가 되는 것이었다. 이장은 자야와 함께 오택부를 만나 거기서 약혼을 발표하고, 오택부를 당황하게 한다. 이장은 현 화백에게 빌린 차를 타고 지야와 함께 그가 전에 갇혔던 동굴 속으로 가 지내는데, 그 동굴에서 오택부와 이장은 격투를 벌인다.

 결국, 이장에 의해 오택부는 죽게 되고, 사람들이 총소리를 듣고 동굴에 오는 사이에 그 동굴은 벼락을 맞아 이장과 지야, 그 둘은 동굴 속에 묻히게 된다. 결국 주인공 이장은 벼락으로 태어났다가 벼락으로 죽은 사생아로 ‘원형의 전설’의 인물이 된다.

 

 

 

 

 

 장용학은 스토리보다 관념세계에 치중하여 현대인간의 상황조건을 진지하게 추구하여 관념소설의 새 장을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았다. 이 작품은 그러한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으로, 미래의 인물을 서술자로 내세워 전설적 방법이라는 특이한 소설적 방법을 구사하였다. 북한 의용군이다가 국군이 된 이장(李章)이라는 인물의 비극적 생을 통해 인간의 주관적인 편견과 의식의 조작 속에 감금된 현대인간의 비극성과 우매성을 그렸다.

 그의 소설적인 방법은, 체험을 서사적 방법으로 제시하기보다는 관념을 캐리커처 (caricature)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법 속에 숨어 있는 그의 소설의 주제는, 현대 인간의 비인간적인 상황에 대한 고발과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이며, 장용학은 이를 관념적 문체로 진술하고 있다. 『원형의 전설』은 이와 같은 소설적 기법과 주제의식이 더욱 확대되어 구체화 된 작품으로, 기존의 단편소설들에서 보여준 관념과 이야기의 만남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에는 작가의 세계 인식방식이나 인간의 존재 문제, 이데올로기 비판, 허상과의 투쟁 등 그의 사상적 편린들이 종합적으로 나타난다. 작중 화자에 의하면 세계는 원래 원형이며, 현대의 병적인 문명에 의해 경계와 매듭, 처음과 끝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런 이분법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인간은 주관적인 편견과 의식의 조작 속에 감금되어 있다. 원형은 이원론의 분열에 대한 일원론의 조화로운 세계를 나타낸다.

 작품에서 주인공 이장의 삶이 근친상간으로부터 출발하여 근친상간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현대 문명의 타부를 깨뜨려 보려고 시도한 주제의식에서 비롯한다. 이 작품은 그 서술적 시각이 미래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전설을 이야기하는 화법이라고 할 수 있는 ‘-입니다'체를 채용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한자를 사용한다든지 관념어를 남발하고 있으며, 비유적인 표현이 많은 것도 모두 기존의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소설적 방법은 현대 문명의 벽을 뚫고자 하는 그의 작가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