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보 장편소설 『마농 레스코(Manon Lescaut)』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Abbe Prevost, 1697∼1763)의 대표작으로 1731년 간행되었다. 에수회 신부였던 프레보의 반자전적 소설로 18세기 초 프랑스와 미국 루이지애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연작 장편소설 <어느 귀인의 회상록>의 전 7권 중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며 원제는 <슈발리에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이다. 원제에서 보듯이 이 작품은 명문 집안의 훌륭한 품성을 지닌 슈발리에와 향락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평민 출신의 여성 마농과의 정열적인 사랑을 감동적인 필치로 엮어내고 있다. 원제를 줄여서 '마농 레스코'로 익히 알려져 있다.
1731년 첫 발매가 되자마자 당시로선 파격적인 내용에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아 한동안 출판 금지되었다. 이러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가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고, 이후 독자들의 증쇄 요청이 빗발치자 1753년 작가 아베 프레보는 1731년 초판을 바탕으로 조금 더 자극적인 내용들을 첨가해 1753년 개정판을 발표했다. 이로써 마농 레스코는 1731년부터 1981년 동안 250번 이상의 판본들을 간행해 프랑스 문학 역사상 가장 많이 중판된 작품이 되었다.
이 소설은 철저한 연애지상주의이며, 후일의 낭만주의 문학을 예고하는 동시에 연애심리를 훌륭히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음악작품으로는 J.F.마스네의 5막 오페라 <마농>(1884)과 G.푸치니의 4막 오페라 <마농 레스코>(1893)가 유명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슈발리에 데 그리외’는 명문 집안 출신으로 장래가 보장된 젊은이다. 17세 되던 해에 아미앙에서 철학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나이가 16세고 이름이 ‘마농’인 그녀는 향락적인 성격 때문에 부모에 의해 이곳 수녀원으로 가던 중이었다. 맹목적인 사랑에 빠진 슈발리에는 그녀와 잠시 동안 대화를 나눈 뒤 함께 파리로 도망치기로 한다.
파리에 도착한 그들은 얼마 동안은 꿈결 같은 생활을 보낸다. 그러나 돈이 떨어져 생계가 어렵게 되자 마농은 사치하고 방탕한 기질이 드러난다. 그녀는 슈발리에가 외출한 사이 재물의 유혹에 넘어가 근처에 사는 B와 밀회를 한다. 이 사실을 눈치챈 슈발리에는 심한 갈등을 겪는다. 뿐만 아니라 슈발리에는 마농과 B의 농간으로 거처를 알게 된 아버지에 의해 집으로 되돌아오는 신세가 된다.
그는 집에서 우울한 생활을 여러 달 보내다가 아버지의 배려로 성직자의 길을 걷기 위해 파리에 있는 신학교에 들어간다. 그런데 마농을 잊었다고 생각되는 1년 뒤 어느 날, 소문을 들은 그녀가 신학교로 슈발리에를 찾아온다. 마농에게 다시 마음을 빼앗긴 슈발리에는 신학교를 뛰쳐나와 파리로 도망간다. 둘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면서 검소하게 살자고 약속했으나, 마농은 천성적으로 정숙하게 살 수 없는 여자였다.
사치한 생활로 살림이 궁핍해지자 늙은 부자 노인의 돈을 우려내기로 각본을 짠다. 그러나 이 계획이 사전에 발각되어 마농과 슈발리에는 붙잡혀 감화원에 수용된다. 이 무렵 슈발리에는 마음이 거칠 대로 거칠어졌으며, 불량한 사람으로 전락했다. 슈발리에는 마농을 위해 자신이 먼저 감화원을 탈출한 뒤 마농을 구출한다.
한편, 부자 노인의 아들이 마농에게 반하여 그녀를 탐하게 되자 이를 미끼로 사기를 치려다 다시 덜미가 잡혀 감옥에 들어간다. 슈발리에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석방되나, 마농은 식민지 땅 미국으로 추방당하게 되었다. 슈발리에는 필사적으로 구명운동을 벌였지만 실패하고 마농을 쫓아 미국으로 건너간다.
둘은 그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였다. 그러나 마농의 아름다움에 반해 있던 추장의 조카가 둘이 결혼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자 마농을 빼앗으려 하였다. 결국 수발리에는 추장의 조카와 결투를 벌이게 되고, 추장의 조카에게 중상을 입힌 슈발리에는 마농과 함께 사막으로 도망친다. 그러던 중 지치고 쇠약해진 마농은 슈발리에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슈발리에는 마농을 장사지내고 프랑스로 돌아간다.
사랑은 달콤하면서 위험하다. 행복을 느끼게 해주면서 동시에 고통을 준다. 사랑 때문에 많은 것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우리를 감동시킨다. 왜일까? 누구나 사랑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은 그 자체로 고결하기 때문이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스키외는 『마농 레스코』를 읽은 후 이 소설을 대중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 데 그리외는 패륜아에 사기꾼이며, 여자 주인공 마농은 행실 나쁜 여자로 감화원을 들락거리는 신세지만, 그들이 그렇게 된 것은 사랑이라는 고결한 동기 때문이다. 둘의 행동이 비열하다고 해서 결코 그 고결함이 손상되지 않는다고 몽테스키외는 말했다
'마농의 샘'이라는 뜻의 『마농 레스코』는 아베 프레보로 하여금 불후의 명성과 영예를 차지하게 한 작품인 동시에 몇 세기를 통하여 가장 많은 인구에 회자되면서 아름답고 다정다감한 데그류와 마농의 숙명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에 눈물짓게 한 불멸의 명작이다. 18세기의 리얼한 사회적인 풍조를 배경으로 한 정열의 비극은 진실의 깊이와 심리적인 분석의 묘미와 구성과 스틸의 단순함으로 프랑스 소설의 영원한 고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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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사랑의 맹목적 정념에 희생된 한 젊은이의 비운을 그린 소설로, 철저히 연애 지상주의에 입각하였으며, 후일의 낭만주의 문학을 예고하는 동시에 연애심리를 훌륭히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프레보는 작품에서 슈발리에를 사랑하면서도 생활이 옹색해지면 부자를 찾아가 스스로 몸을 맡기면서까지 사치스런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허영심 많은 마농이라는 전형적인 인물을 창조하고 있다. 모파상은 “어떤 여성도 일찍이 마농만큼 선명하고 완전하게 묘사되었던 적은 없다. 또한 그 어느 여성도 마농 이상으로 여성일 수는 없었다.”라고 평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마농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슈발리에의 절대 불변의 사랑은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까지 깊은 감동을 준다.
수많은 동서양의 연애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마농 레스코」는 후일 뒤마의 <춘희>, 멩리메의 <카르멘> 등 많은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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