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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버넷 장편소설 『소공자(小公子. Little Lord Fauntleroy)』

by 언덕에서 2018. 5. 16.

 

버넷 장편소설 『소공자(小公子. Little Lord Fauntleroy)』

 

 

미국 소설가 F. E.버넷(Frances Eliza Burnett.1849∼1924)의 소년소설로 1886년 간행되었다. 버넷은 영국의 맨체스터 출생으로 1865년 미국의 테네시 주 녹스빌로 이주했고 1873년 S. M. 버넷과 결혼했으나 1898년 이혼했다. 랭커셔 광산촌의 이야기 <로리의 아가씨>로 처음 재능을 인정받았다. 《Through one Administration》(1883)은 워싱턴 D. C.의 부패를 주제로 삼은 소설로 알려져 있다.

 1905년 <소공녀(The Little Princess)>라는 연극으로 각색된 <세이라 크루(Sara Crewe)>(1888)와, <비밀의 정원(The Secret Garden)>(1909)도 아이들을 위해 쓴 작품이다. 그 밖의 희곡 중에서는 <귀부인(The Lady of Quality)>(1896)이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이러한 희곡들은 40여 편의 장편소설과 마찬가지로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 작품의 원제목은 『작은 폰틀로이경(Little Lord Fauntleroy)』이고, ‘귀족의 젊은 도련님’이란 뜻이다. 미국의 한 서민의 아들 세드릭이 조부 드링코트 백작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가 천성의 명랑성과 영리함을 가지고 백작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이야기이다.

 저자가 이 작품을 발표할 당시는 아동문학사상 이상적 아동상을 그리는 시기였기 때문에 빌로드 옷과 레이스의 칼라를 단 세드릭은 당시 어머니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그러한 복장이 크게 유행하기까지 하였다. 이 작품이 지금도 많이 읽히고 있는 것은 귀족사회에 대한 동경과 관련된 꿈의 세계의 즐거움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계급의식 같은 것은 조금도 없는, 정직하고 활발하고 용기 있는 세드릭에게 있다. <소공녀>와 더불어 작자의 대표작이다.

 

 

미국 소설가 F. E.버넷 (Frances Eliza Burnett.1849∼1924)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뉴욕의 뒷골목에 ‘세드락’이라는 한 소년이 살았다. 나이는 겨우 일곱 살이지만 친구가 많았다. 그 중에도 홉스 아저씨와 가장 가까운 사이다.

 세드락이 잡화상을 하는 홉스 아저씨 댁을 찾아간다. 아저씨가 신문을 읽으면서 화를 내고 있다.

 “아저씨, 왜 화를 내세요?”

 “응, 이 사진을 좀 보라고. 후작이라든가 백작이라는 놈들의 이 거만한 모습을. 마치 다른 인종 같이 이렇게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바다 건너 영국의 일이잖아요.”

 “물론 그렇다. 이 미국에는 그런 망측한 짓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이때 집에 온 손님이 세드락을 찾는다는 전갈이 와서 집으로 달려간다.

 “아. 이분이 폰틀로이임이시구료.”

 늙은 신사 한 분이 세드락을 보고 이렇게 말하자 세드락은 어리둥절한다. 사연은 이러하였다. 

 영국의 유명한 드린코오트 백작에게는 아들 셋이 있었다. 죽은 세드락의 아버지는 셋 중의 막내였다. 그리고 드린코오트 백작의 핏줄을 이은 사람이라고는 세드락 하나가 남아 있을 뿐이다. 늙은 드린코오트 백작은 자기 뒤를 이을 세드락을 드린코오트 성으로 불러들이겠다고 한다. 세드락은 처음에는 그곳에 가기를 거절한다. 홉스 아저씨며 구두닦이 디크와 이별하는 것이 싫어서였다. 그러나 어머니가 외로운 할아버지를 위로해 드려야 한다고 하자 영국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한편, 드린크오트 백작은 자기 아들이 천한 미국 여자와 결혼한 것이 못마땅하였다. 따라서 그의 아들 세드락도 천하리라 생각했다. 예의범절도 모르고 막된 아이리라고 생각했다. 세드락이 드린코오트 성으로 가서 할아버지를 만난다.

 “저의 할아버지이신 백작님, 저는 손자 폰틀로이입니다. 미국에서 헤비삼(노신사)씨의 안내를 받고 왔습니다.”

첫 인사를 드리는 세드락을 바라보는 노 백작은 놀란다. 생각과는 딴판으로 예의 바르고 명랑하며 순진하다.

이때 식사 준비가 되었다고 알려온다. 백작은 다리가 불편하다.

“할아버지, 다리가 아프셔요? 제가 부축해 드리지요.”

“응, 네가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고말고요.”

성질이 괴팍스럽고 항상 상을 찌푸리고만 있던 노 백작이 처음으로 흐뭇함을 맛본다.

 그 후로 노 백작은 손자 폰틀로이의 청이면 무엇이든지 받아들인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빈민 지대의 집도 새로 지어 준다. 그리고 함께 교회에 다닌다. 그런데 갑자기 한 가지 사건이 생겨서 백작을 곤란하게 만든다. 어떤 여자가 헤비삼씨를 찾아와서 말했다. 그 여자는 드린코오트 집안의 맏아들인 비이비스와 6년 전 런던에서 결혼했다. 1년 정도 살고 나서 서로 헤어졌으나 그때 두 사람 사이에 이미 사내아이가 하나 있었다. 지금 5살인 그 아이가 폰틀로이가 되어야 한다고 우긴다. 그리고 결혼 증명서도 내보였다. 이 사건은 곧 유명해졌다. 그래서 신문에 커다랗게 보도되었다.

 그런데 이 신문을 세드락의 친구인, 뉴욕 뒷골목에 사는 디크도 보았다. 사진을 들여다보던 디크는 놀라움과 함께 분노를 느꼈다. 신문에 난 사진은 형님과 결혼했다가 헤어진 자기 형수였기 때문이다. 디크는 곧 형님한테 알리고 그 여자와 여러 사람이 만날 기회를 만든다.

 만나보니 틀림없는 디크의 형수였다. 사실이 폭로되자 그 여자도 할 말이 없어지고 만다. 디크의 형은 자기 아들을 그런 천한 여자에게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기 아들을 데리고 가 버린다.

 이 가짜 폰틀로이 사건도 해결되고 따로 살던 세드락의 어머니도 드린코오트 성으로 맞이하여 행복하게 살아간다. 

 

 

 버넷 여사는 소녀 때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살게 되어, 두 나라 국민이 가지는 묘한 감정을 잘 알게 된다. 미국인은 영국의 귀족계급을 욕한다. 놀고먹는 것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홉스’ 아저씨가 그 대표적 예이다. 그리고 영국 사람은 미국 사람을 무조건 천한 사람으로 본다. ‘드린코트’ 백작의 입을 통해서 그 감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세드락’의 성격이다. 누구하고도 잘 사귀는 천진한 그 성격이다. 고집불통의 ‘드린코트’백작의 마음을 눈 녹이듯이 녹인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게 한다. ‘디크’ 형수의 사기사건은 이 작품에 긴장감을 더해 준다. 이 소설은 얼어붙은 할아버지의 마음을 사랑으로 녹이고, 늘 어렵고 약한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소년 세드릭을 통해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은 언제 어디서나 남을 감동시키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행복과 사랑의 소중함을 가르쳐 준다.   

 

 

 버넷은 3세 때에 아버지를 여의고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생계를 도우려고 출판사에 소설작품 원고를 보낸 것이 채택되어 작가로서의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 차남을 모델로 한 「소공자」(1886)로 대성공을 거두고, <소공녀>(1888), 미국 아동문학의 고전이라고 일컬어진 <비밀의 화원>(1909)에 의하여 작가로서의 이름을 길이 남겼다. 자신이 놓인 환경 속에서 전향적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을 묘사함으로써, 교훈주의로 치우치기 쉬웠던 미국 아동문학에 하나의 전기를 마련했다. 미국에서 평범하게 자라던 세드릭이 영국의 권위 있는 도린코트 백작 가문의 귀족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출간된 그 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누구나 즐겨 읽었고, 지금도 여전히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 세드릭의 순수한 동심을 바탕으로 한 용기와 믿음이 사람들의 마음에 얼마나 커다란 축복으로 다가설 수 있는지를 다정하게 깨우쳐 준다. 주인공이 앞으로 도달해야 할 아름다운 삶의 모습과, 무엇이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힘인지를 맑고 투명하게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