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론과 정신적 가치 <티벳에서의 7년(Seven Years In Tibet)>
영화 '티벳에서의 7년(Seven Years In Tibet)'(장 자크 아노 감독, 1997년)은 오스트리아의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Heinrich Harrer)의 원작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하러는 히말라야 등정 길에 제2차 세계대전을 만나 수용소 생활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티베트에서 7년을 지냈다. 그는 1939년 히말라야 최고봉 중 하나인 낭가르바트 원정 도중 등정에 실패하여 하산을 하였으나 마침 발발한 세계 2차대전으로 (나치 당원의 전력으로 인해) 영국군에 붙잡혀 포로가 된다. 이후 포로수용소를 탈출하여 티베트의 수도 라싸로 도망을 가는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쓰게 된다. 라싸에서 하인리히 하러는 14대 달라이 라마와 서방 문물을 나누며 친분을 쌓게 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오스트리아의 유명 산악인이자 스키 국가대표 선수인 하인리히 하러(Heinrich Harrer: 브래드 피트 분)는 임신한 아내를 뒤로한 채 히말라야의 최고봉 중의 하나인 낭가 빠르바트로의 원정을 떠날 정도로 이기적인 인간이다. 강인함과 냉철함, 그리고 이기적인 성격의 하인리히는 혹한의 산정에서 동료들과 불화하며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이것은 그의 험난하고 기나긴 여행의 시작에 불과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것이다. 나치 전력이 있는 그는 영국군의 포로가 되어 (인도의) 수용소에 억류된다. 영국군의 포로수용소 생활을 시작한 그는 아내의 출산 소식을 듣게 된다. 그의 아내는 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온다. 하러는 동료와 함께 세 차례의 탈출 시도 끝에 마침내 포로 수용소를 빠져나갔다. 그는 밤에 들과 산을 걸어 인도 국경을 벗어나. 히말라야의 준령을 넘어 티베트로 들어간다. 그는 많은 모험과 고생을 하며 서부 티베트에서 중부 티베트로 가. 드디어 금단의 도시 라싸에 도착한다.
낯선 땅 티벳의 라싸에서 이방인이 된 하인리히는 어느 날 티벳의 모든 국민에게 추앙받는 종교적, 영적 지도자인 13세 어린 나이의 달라이 라마(Dalai Lama, aged 14: Jamyang Wang Chuck 분)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뀐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에게 서방 세계의 문명을 가르쳐주며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후 험청난 정치적 격변의 시기에 처한 티베트에서 7년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하인리히는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을 통해 영적인 성숙을 경험하게 된다. 하러는 오스트리아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 한지 깨닫지 못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달라이 라마를 만나,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어린 달라이 라마가 자신에게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 깨닫고 그가 자신의 진정한 스승임을 알게 된다. 이제 고국에 두고 온 자신의 아들까지도 기억하는 변화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평온했던 영혼의 나라 티벳에서 중국 인민 해방군이 진격해 오면서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
중국에 맞서 전쟁 준비를 하는 순박한 티베트인들을 보며 하인리히는 안타까워한다. 결국 그는 고국으로 떠나고 오래 전부터 편지를 보냈던 자신의 아들을 찾아간다. 한편 달라이 라마는 그곳의 작별인사로 그의 어깨에 흰 천을 씌워주며 그의 앞날을 축복해 준다.
장 자끄 아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감독이다. 하인리히 하러의 실화에 기초한 이 영화에서 잡아낸 설산의 풍경은 정신이 아찔하도록 아름답다. 감독은 비폭력 독립 운동을 벌리는 티베트와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과의 오랜 대립 등 외교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영화화하였다. 이로 인해 <티베트에서의 7년>은 영화개봉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미묘한 외교적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하인리히 하러(Heinrich Harrer)가 쓴 동명 원작 훼손과 역사 왜곡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화 속 하러(브래드 피트 분)의 아들과 전처에 대한 부분 등은 그의 책에 언급된 적이 없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대표단이 비행기를 타고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도착, 포탈라 궁의 달라이 라마를 접견하는 장면은 역사적 허구에 불과하다. 1956년까지 라싸에는 활주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라싸를 점령한 인민해방군의 야만적 행동에 하러가 분개하는 상황도 앞뒤가 맞지 않다. 그가 1950년 11월 라싸를 떠나기 전까지 인민해방군은 라싸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오히려 점령지에서 인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게 사실이다.(유재현, '영화로 보는 아시아의 역사-시네마 온더로드')
또 영화에는 어린 달라이 라마가 하러에게 배우고 의지하며 서양의 지식을 동경하는 모습이 역력한데, 동양은 문명적으로 낙후돼 있어 서양인이 가르치고 도와줘야 한다는 오리엔탈리즘의 시각과 제국주의적 관점이 농후하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더 큰 힘이 생명에 있다. … 티베트인은 천성이 선한 국민이고 폭력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해서 나약한 국민이라고 오해는 말라"는 달라이 라마의 말은 티베트에 대한 주체적 인식을 제공한다. 오체투지(五體投地) 등 현세의 고통 감내와 고행을 정화의 조건으로 여기는 티베트인들의 정신세계가 결연한 독립의지로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티베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독립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중국은 소수민족들에게 자치권을 부여하고 고유의 풍습·언어·종교를 허용하고 있지만, 그들의 분리 독립 운동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경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사회 통합의 중요한 변수일 뿐만 아니라, 자원의 보고로서 경제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중국은 중화민족의 개념 아래 영토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소수민족의 편입 작업을 늦추지 않고 있다.(곽수경 외, '영화로 만나는 현대중국')
중국에 의해 무력으로 점령당한 티베트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인리히가 달라이 라마를 만나 진정한 자아를 깨닫듯 중국도 그들의 침략이 자국의 이익을 위한 도독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인가? 언젠가 그 날이 오면 티베트는 그들만의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추구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하인리히와 달라이 라마를 통해 티베트인들의 놀라운 정신세계와 티베트의 웅대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경건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점령 이후 백만의 티벳인이 죽었고 6천 여곳의 사원(Monasterles)이 파괴됐다. 1959년 인도로 피신한 달라이 라마는 아직도 중국과의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1989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하러와는 계속 절친한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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