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단편영화 <소풍>

by 언덕에서 2016. 7. 8.

 

 

단편영화 <소풍>

 

 

 

 

 

「소풍(逍風/消風)」의 사전적 의미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야외에 나갔다 오는 일'을 의미한다. 1999년 [칸 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수상한 송일곤 감독의 단편영화 「소풍」은 IMF 경제위기로 특징져지는 시절에 보았던 우리 사회의 슬픈 초상화다. 영화의 내용에서 등장하는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은 과거형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도 신문, 방송을 통해 계속 보도되고 있다.

 이 영화는 1999년 발표되었으며 17분 정도의 단편영화다. 이 영화 「소풍」은 경제위기로 인해 실직한 한 가장이 부인과 5세 된 아들과 함께 동반 자살하는 과정을 사실적인 필치로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은 역설을 담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겨울 오후, 한 가족이 한적한 시골의 국도를 달리는 아름다운 정경이다. 차 안에서 아이는 엄마에게 어디에 가는지 묻는다. 엄마는 소풍 간다고 답한다. 아이의 아버지이자 여자의 남편. 빚더미에 오른 젊은 사업가는 수면제를 먹고 가족과 함께 차에 배기가스를 넣어 동반자살을 하기 위해 바닷가 근처의 인적이 드문 숲에 도착한다. 엄마는 아이를 살리고 싶어 하지만 이미 수면제를 먹어버려 어쩔 수 없다. 엄마는 아이에게 파도를 보여주고 싶어 바닷가까지 가 보지만 잠이 들어버린다.  남편은 동반자살을 원하지만 아내는 약이 든 우유를 대신 마시고 아이를 살리려고 한다. 두 모자는 해안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누워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남편이 모자를 찾아서 바닷가에 당도한다. 남자는 아내와 아이를 차로 데리고 와 준비한 대로 자신도 수면제를 복용하고 시동을 건다. 그 후 뗄감을 캐러 가는 노인이 차를 보고 문을 열어 아이를 꺼낸다. 결국 부부는 자동차 안에서 동반 자살을 하고 아이는 노인에 의해 구출된다. 노인이 아이의 등을 쳐내고 몸을 비벼준다. 아이는 눈을 뜨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노인은 미래의 희망인 아이를 구출한다. 평자들은 이 부분을 지적하며 한국사회에 대한 희망을 그나마 암시한다고 평가했다.

 이 영화는 1997년 한국의 경제적 위기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붕괴라는 현실을 담아낸 작품이다. 절제된 대사와 바닷가에서 바다를 향해 누운 두 모자의 장면은 죽음을 직면하는 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하였다는 평이 대세였고, 여기까지 오게 된 우리 사회의 그늘이 충격적이고 슬프다는 의견들로 집약되었다. 동반 자살하려는 남편의 태도와 아이를 구하려는 원초적인 모성이 절제된 장면을 통해 잘 드러나서 보는 내내 무너지듯 가슴이 아팠다. [서울단편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상영의 장을 마련해왔던 한국의 단편영화가 제52회 [칸국제영화제] 단편 부문에서 한국영화 사상 첫 수상을 기록해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문제는 그가 말했던 내용이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기억한다.

  "언젠가 신문에 조그맣게 실렸던 한 젊은 사업가 가족의 동반자살 사건을 재구성했다. 그 기사를 읽었을 때 느꼈던 소름끼치는 폭력성은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동반자살이 갖고 있는 폭력성과 그 폭력성이 전개되어가는 과정을 감정을 절제한 채 최대한 객관화해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