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1차 평가회 (3/22) :
배움에 늦고 빠름이 어디 있겠는가. 매년 바쁘다는 이유로 미뤘던 사진 공부를 하기로 결심하고 지난 2월말 시내에 위치한 모 대학교 평생교육원 ‘사진예술초급’반에 등록했다. 넉달 동안 매주 1회, 당일 세 시간 수업이다. 말이 초급반이지 20명이 훨씬 넘는 수강생들은 대부분이 아마추어 사진작가이거나 사진동호회 회원이다. 내가 신청한 이 과정을 반복해서 수강하는 분만해도 전체의 반 정도 된다. ‘단순무식’하기 짝이 없는 내가 고수들 틈에서 또 무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는 이유다. 그래도 여성 수강생이 많아서 아리따운 꽃 속에 파묻혀서 강의를 듣는데 의의를 가져본다.
강사는 사진예술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젊은 분인데 매주 세 시간 수업 중 한 시간을 수강생들이 찍은 사진을 품평하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하신다.
사진 A
첫 번째 과제는 실내에서 한 장, 야간에 찍은 사진 한 장 해서 두 장이었다. 사진은 절대 흔들리지 말 것!
내 사진 차례가 되자, 사진 A를 보고 난 후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 드디어 흔들린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퇴근길인가요? 그런데 사진 속에 피로가 묻어있습니다. 그리움 같은 것도 전해지구요.”
어릴 적 살던 동네를 찾아가서 찍었다고 하니 ‘스토리’가 있어서 좋다고 했다. ISO를 800에 맞추었는데 자세가 좋지 않아 우측이 흔들렸다. 그런데 오히려 그 '흔들림'이 기억의 감동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사진 B
사진 선생님은 사진 B를 펼친 후 내게 물었다.
“이 사진을 통해 뭘 이야기하고 싶었습니까?”
내가 사무실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인데, 우리가 얼마나 삭막한 곳에서 살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 말이 끝나지 이렇게 평해주셨다.
“계속 뭔가 스토리를 담고 싶어 하십니다. 아, 정말 멋집니다…….”
'공치사'라는 낱말이 있다. 사전을 열어보니 두 가지 뜻으로 나누어야겠다. 功致辭라는 말은 ‘남을 위하여 수고한 것을 생색내며 스스로 자랑함’을 의미하고. 空致辭라는 말은 ‘빈말로 칭찬함. 또는 그렇게 하는 칭찬의 말’을 의미한다. 두 번째 의미 空致辭, 강사가 그냥 해 본 말을 내 편할 대로 해석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니 민망스러워졌다. 그러나 단순 무식함이 내 장기(長技)가 아니던가? 뻔뻔하게도 그 말 그 뜻대로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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