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남과 여
2차 평가회 (3/29)
매주 숙제를 해야 한다. 두 장의 사진을 찍어 제출하는 것이다. 이번 주 숙제는 '낮은 자세로 사진을 찍을 것' 이었는데, 그러려니 하고 미리 예단하여 자세히 듣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선생님은 ‘로우 앵글(Low angle)' 즉 앉아서 또는 엎드려 해당 목표물을 찍으라고 했는데, 엉뚱하게도 나는 '겸손한 마음 즉, 열린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라는 것으로 이해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로우 앵글을 찍지 못하고 엉뚱한 사진만 찍고 말았다.
사진 A
사진 A는 유채꽃이 핀 공원을 지나가다 그곳을 찍으면서 얻은 사진이다. 저 두 남녀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유채 꽃밭에서 점 같은 존재(정중앙의 남녀)가 있고 없고가 그림 전체를 달라보이게 해서 잡아본 장면이다. 이 사진을 본 수강생들은 모두들 '젊은 것들이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또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식으로 한마디씩 했는데 나는 이런 장면들이 좋다. 젊을 때가 아니면 언제 저렇게 해보겠는가?
사진B
선생님은 사진 B를 스크린에 펼친 후에 “로우 앵글일까요? 아닐까요?”라고 물었다. ‘이다’는 이도 있었고 “아니다‘는 이도 있었다. 결론은 아닌 것으로…….
서있는 눈높이 자세에서 목표물을 향해 몸을 낮추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는 거다. 당연한 이야기다. 로우 앵글이란 개념 자체를 갖지 않고 사진을 찍었으니……. 게다가 플레시 터트리는 것도 깜빡했다. 철로 밑 굴다리 끝의(사진의 정중앙) 꽃밭에는 유채꽃이 절정이었는데 카메라 다루는 테크닉 부족으로 제대로 담지 못했다. 봄이라 만사가 노곤해서 정신마저 산만해진 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