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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봄날

by 언덕에서 2016. 4. 8.

 

 

 

 

 

 

 

봄날

 

 

 

 

 

 

 

 

 

 

 

 

 

 

 

 

 

 

 

 

 

 

 

 

 

 

 

 

 

 

 

 

 

 

 

 

 

지난 일요일(4/3)은 처조카 결혼식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KTX 타고 서울에 갔다. 차창 밖에는 꽃이 지천이었다. 요즘은 남부지방, 중부지방 간극을 두지 않고 전국에서 동시에 꽃이 피는 듯하다. 식장이 있는 강남의 논현동인가 하는 그곳에 도착하니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처조카와 결혼하는 규수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무용 선생이라고 했다. 폐백1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신부 집안에서는 친척으로서의 하객(賀客)이 전혀 없었다.

 결혼식은 주례가 없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양가 아버님의 축사가 주례사를 대신했다. 그런데 신부 아버지 외모에서 느껴지는 부자연스러움의 원인이 가발임을 금방 알게 되었다. 귀기울여 들으니 그분의 축사 내용은 명문(名文) 중의 명문이었다. 사고무친(四顧無親)에다 무남독녀 딸을 품에서 떠나보내는 외로운 중년 남자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아, 앞으로 네가 없을 우리 집을 상상하니 이 아빠는 가슴 한 가운데가 무너진다. 도무지 실감이 가지 않는구나……."‘

 무미건조하여 심심하기 짝이 없는 동서의 기념사에 비해 신부 아버님의 당부 내용은 귀촉도 울음을 연상시켜 장중(場中)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내려오는 길은 가까운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우등고속버스를 탔다. 도로변에서 본 경치는 전국이 온통 꽃 대궐이었다. 차가 천안을 지나 대전쯤 오니 비는 가랑비 수준을 지나 폭우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먼 거리를 왕복하는 바람에 이번 일주일 내내 춘곤증에 시달렸다. 그래도 꽃을 본다는 기쁨에 카메라를 메고 이리저리 쏘다니곤 했다. 수요일부터 다시 비가 와서 벚꽃은 죄다 져버렸다. 어제로서 벚꽃은 끝이었나 보다. 벚꽃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난겨울을 보냈는데 아쉽기 짝이 없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는데 하늘은 심술을 부려 그 기간마저 단축시키고야 만다. 앞으로는 무얼 기다려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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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부가 처음으로 시부모를 뵐 때 큰절을 하고 올리는 물건. 또는 그런 일. 주로 대추나 포 따위를 올린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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