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작 단편소설 『영자의 전성시대』
조선작(趙善作. 1940~ )1의 단편소설로 1973년 발표되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처녀작 <지사총>의 연작형식으로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그러므로 <지사총>을 따로 때어놓고 이 작품 『영자의 전성시대』 줄거리를 논할 수는 없다.
이 작품 『영자의 전성시대』는 가부장제의 폭력성에 전락하는 1970년대 이촌향도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다. 영자는 식모, 버스 차장, 창녀로 전락을 하다가 불에 타 죽는 인물이다.
작가는 영자를 죽음까지 내몬 것이 바로 가부장제와 국가 권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식모를 성욕을 해소하는 하수구로 생각하는 주인남자들, 영자를 겁탈하려고 기회를 보는 ‘나’와 이를 옆에서 부추기는 김 씨 등은 가부장제의 전형들이다. 전쟁 중 여성을 겁탈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군인이나 전쟁에서 적을 공격하듯이 하는 성매매 단속 등은 국가 권력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1975년 염복순, 송재호 주연으로 김호선에 의하여 영화화되어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청계천 2가에 있는 한 철공소의 견습공이고 영자는 그 주인집의 식모였다. 언제던가 주인집에 심부름 갔을 때 그녀의 큼직한 가슴을 슬쩍 건드렸던 것이 잘못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너무 깔보았고 영화구경가자고 꾀어도 “네 까짓것하고는 안가”하고 쏘아붙일 만큼 자존심을 여지없이 뭉개버리곤 했다. 그런 영자를 다시 만난 것은 내가 군대에 다녀온 이후이다. 월남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무공훈장을 받고 돌아왔지만 내게 주어진 일자리는 고작해야 목욕탕의 때밀이일 뿐이었다. 그래도 그게 실속 있는 일자리이기는 해서 작으나마 생활의 안정을 얻은 나는 철공소 시절의 애인이었던 ‘창숙이년’을 찾아 나선다. 철공소 시절의 단골 창녀였던 그녀에게 나는 빚도 있었고 지사총에 다녀오던 버스 속에서 살림을 차리기로 약속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창숙이년을 찾아 나섰다가 엉뚱하게도 영자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그녀는 팔 하나가 없는 창녀가 되어있었다. 버스차장 노릇을 하다가 만원버스에서 떨어져 팔 하나를 잃었다는 것이다.
팔 하나가 없는 영자의 장사는 파리만 날린다. 어느 날 나는 퍼뜩 영감 같은 것이 떠올라 부서진 의자다리로 의수(義手)를 만들어 그녀의 빈 소맷부리 속에 달아준다. 그 나무팔 덕분에 영자는 제법 손님을 끌 수 있게 되고 이른바 ‘전성시대’를 구가한다. 그러나 그것도 한때일 뿐 어느 날 밤 그곳에서 일어난 화재로 영자는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된다.
조선작은 밝고 명랑한 세계보다 어둡고 음울한 현실세계를 그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조선작의 작품들은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영자의 전성시대』로 대표되는 창녀 등 밑바닥 인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이고, 다른 하나는 <고압선>과 같이 소시민의 일상을 다룬 작품들이다.
소시민들의 일상은 잔잔한 애환을 담고 있으나, <성벽>이나 『영자의 전성시대』에 묘사되는 하층민들의 삶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그것은 왜곡된 산업화와 부의 편재가 빚어낸 치부이다. 조선작은 바로 이러한 사각지대를 어떤 미화도 없이 치밀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
소설은 3년간 월남에 있다가 돌아온 창수가 경찰서 보호실에서 우연히 영자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3년 전 창수는 심부름으로 갔던 사장 집에서 영자를 처음 보는데, 당시 영자는 사장 집에서 식모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장집 아들에게 겁탈당한 영자는 이후 여직공, 버스 차장 일을 하다 만원버스에서의 사고로 한쪽 팔을 잃게 된다. 자포자기한 심정이 된 영자는 자살까지 시도하나 실패하고, 결국 창녀가 되고 화재로 불타 죽는다.
♣
이 작품은 순박한 시골 처녀 영자가 무작정 상경한 끝에 결국은 창녀로 전락하지만 자신을 이해해주는 청년 창수와의 사랑을 통해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는 내용이다. 한쪽 팔을 잃은 불구의 창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리 사회에서 불우하게 살아가는 일군의 여성들의 삶을 고발하고 있다. 자칫 눈요깃거리로 빠질 수 있었으나 월남 파병이라는 굵직한 사회문제를 저변에 깔면서 “사회 드라마로 작품의 격을 높이고 있다.”(문학평론가 김종원)는 평을 받았다.
따라서 영자의 불구가 상징하는 것은 당시의 빈부격차 등 시대의 불구성이며 이런 맥락에서 제목 ‘영자의 전성시대’는 그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강한 비판의 의미를 띠고 있다. 또한 주인공 영자는 당시 농촌에서 도시로 무작정 상경했던 소녀들이 식모, 버스 차장을 거쳐 유곽으로 흘러들어가는 공식을 그대로 거친다.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개봉 87일 만에 36만 1,000명 관객을 돌파하는 대 흥행을 기록. 이는 당시 외화 흥행 1위 작품인 ‘스팅’의 33만 명을 능가하는 숫자였다.
- 조선작은 현실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 특히 소외된 저변층의 생활을 소설적 소재로 취급하면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출생 1940. 2. 3. 출생지 국내 대전광역시 데뷔 1971. 세대에 단편소설 「지사총(志士塚)」으로 등단 1940년 2월 3일 충남 대전 출생. 대전사범학교 졸업.1971년 『세대』에 단편소설 「지사총(志士塚)」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하였다. 주요작품으로 「시사회」(1971), 「영자의 전성시대」(1973), 「밀도살」(1973), 「여자 줍기」(1974), 「경자의 코」(1974), 「외야수」(1974), 「미술대회」(1974), 「아버지 찾기」(1975), 「초토」(1978), 「굴레」(1987) 등의 소설과 『영자의 전성시대』(1975), 『외야에서』(1975), 『장대높이뛰기 선수의 고독』(1980), 『미완의 사랑』(1982), 『완전한 사랑』(1983), 『우수의 사슬』(1984) 등 6편의 창작집을 간행하였다.그는 현실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 특히 소외된 저변층의 생활을 소설적 소재로 취급하면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제의 심각성과 그 무게에도 불구하고 언어 표현의 새로움과 구성상의 재치로 소설의 재미를 살려 놓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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