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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수평적인 사고

by 언덕에서 2015. 11. 20.

 

 

 

 

수평적인 사고

 

 

 

 

 

 

 

 

 

고리대금업자가 상인에게 천억 원을 빌려주었는데, 상인은 부도를 내고 파산하게 되었고, 감옥에 갇혔다. 상인에게는 우렁이각시 같은 무남독녀가 있었다. 고리대금업자는 그 딸이 욕심나서 상인의 집으로 찾아갔다. 딸이 혼자 있었다.

 상인의 집 정원에는 바둑알 같은 검은 돌 흰 돌들이 깔려 있었다.  고리대금업자는 상인의 딸에게 말했다.

 “네가 내 말대로 하면 네 아버지를 구출할 수 있고, 아버지의 사업도 전과 같이 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루 속에 흰 돌 하나 검은 돌 하나를 넣고 내가 거는 내기에 응하면 된다. 네가 손을 넣어 흰 돌을 꺼내면 아버지를 감옥에서 나오게 하고 내가 다시 천억 원을 주어 사업을 다시 하게 하겠다. 그런데 네가 검은 돌을 꺼낸다면, 물론 네 아버지를 꺼내드리고 사업도 하도록 천억 원을 주겠는데, 다만 네가 나에게 시집을 오면 된다. 어째, 내기에 응하겠느냐?”

 딸은 흰 돌을 꺼낼 확률이 50 대 50이므로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고리대금업자는 환한 얼굴로 자루에 돌 두 개를 넣었다. 한데 딸이 곁눈으로 보니, 검은 돌 두 개만을 넣고 있었다. 이제 딸이 그 내기를 실천하면 하릴없이 고리대금업자의 첩이 되어야 했다. 이때 딸은 고민에 빠졌다.

 ‘(1)내가 희생하고 아버지를 구할까. 아니, (2)이 고을 검사, 판사, 경찰서장, 시장, 변호사 등을 증인으로 앉혀놓은 다음, 이 자루 속 검은 돌만 두 개 들어 있다는 것(사기 행위)을 폭로할까.’

 그러던 딸은 기막힌 수 하나를 생각하였지만, 겉으로 맥 빠진 시늉을 하며 순순히 내기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증인을 세워달라고 청했다. 고리대금업자는 딸의 요청대로 하기로 했다.

 증인들이 지켜본 가운데 딸이 자루 속으로 손을 넣었다. (3)자루 속에 들어 있는 검은 돌 한 개를 집어 밖으로 나오다가 자루 입구에서 실수를 한 체하고 떨어뜨려버렸다. 그 검은 돌은 정원의 검은 돌 흰 돌 사이에 섞여버렸다. 딸이 소리쳤다.

 “어머나! 어쩔까요! 그렇지만 염려하실 것은 없어요. (4)이 자루 속에 들어 있는 돌을 보면 제가 조금 전에 어떤 색깔의 돌을 꺼냈는지 알 수 있을 거여요.”

 

 위의 (1)과 (2)는 수직사고이고 (3)은 앞의 사고를 깨뜨리는 수평사고이고 (4)는 깨뜨러진 상처를 아물게 하는 수직사고이다. 수평사고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다음에 수직사고가 뒤따라야 한다.

 모든 예술가와 기발한 발명가와 광고 문안 작성자들은 수평 사고의 귀재들이다.


 

- 한승원 저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247 ~8쪽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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