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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삶의 향기로운 반전

by 언덕에서 2015. 10. 20.

 

 

 

소설가 한승원 선생의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했다. 우리네 삶에 반전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인데 이는 소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삶에도 적용되고 있는 내용이어서 흥미로웠다. 전문을 옮겨볼까 한다.

 

 

 


삶의 향기로운 반전

 

 

 

Claude Monet Reading Pierre Auguste Renoir - 1872 Musee Marmottan (France) Painting - oil on canvas

 


“내 고객 가운데, 참새처럼 체구가 작달막하고 얼굴에 겨자씨 같은 주근깨가 좍 깔려 있는 여비서 하나를 두고 사채놀이를 해서 돈을 1백억 원 쯤 불린 남자가 있었지. 어찌된 까닭인지 아내가 달아나버린 뒤로 그 남자는 사무실에 간이침대 하나를 두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줄담배를 피우고 골뱅이 캔 안주에다 소주를 즐겨 마시면서 살았는데, 어느 날 간암 판정을 받았어.

 죽음을 앞에 둔 그가 여비서에게 자기의 돈을 모두 자기앞수표 한 장으로 바꿔 오라고 했어. 은행에 다녀온 여비서에게 1백억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받아든 그는 그녀에게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뽑아오라고 시켰지. 여비서가 복도로 나간 다음 그는 라이터 불을 켜서 자기앞수표를 불태우고 그 재를 부스러뜨려서 흰 종이에 담아놓고 기다렸어. 여비서가 커피를 뽑아 오자 그 재를 입안에 털어 넣고 커피 한 모금을 머금어 꿀렁꿀렁해서 꼴깍 삼켜버렸어.“

 지인 변호사의 말에 나는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하려면 반전이 있어야 하네”하고 나서 말했다.

 “그가 임종하는 순간에 여비서가 울면서 고백을 했어. '사장님, 아까 그 수표 가짜였어요.'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어야 하네. 그가 빙그레 웃으면서 '내 다 알고 있었다. 그 돈 좋은 데 써라.'“

 우리네 삶은 반전이 있어서 즐겁고 향기롭다.

 

 

 


☞한승원 저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66~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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