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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계용묵 단편소설 『백치(白痴)아다다』

by 언덕에서 2015. 11. 10.

 

 

 

 

 

계용묵 단편소설 백치(白痴)아다다

 

 

 

 

계용묵(桂鎔黙, 1904~1961)의 단편소설로 1935년 [조선문단]지 5월호에 발표되었다. 작가의 대표작이며 출세작이다. 이 작품은 당시 평북 선천 지방에 실제로 있었던 한 벙어리의 이야기에 힌트를 받아 쓰여졌다. 그리고 이 소설에 나오는 '신미도'는 지도에 나오는 큰 섬으로 배의 군집처로도 유명하다.

 계용묵은 자신의 고향과도 가까운 신미도를 무대로 설정하여 백치를 등장시켜 원시적인 강한 향수를 펼쳐 보였다. 이러한 작품의 이야기가 여러 가지 면에서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내어 영화로 제작되고 유행가로도 작곡되어 널리 애창되기도 하였다.  『백치 아다다』는 1930년대 평안도 어느 마을과 신미도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백치 아다다의 눈을 통해 보인 세태의 풍속과 인심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하여 인간 가치의 결정이 물질이 아니고 사랑이란 점을 강조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벙어리 처녀 아다다는 지참금을 가지고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 가난하게 지내던 시집식구들은 처음에는 아다다에게 잘 대해 주었으나, 그녀가 지참금으로 가지고 간 논이 불어나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남편은 벙어리 아내를 구박한다.

 남편은 추수한 돈을 주색으로 탕진하지만, 투기로 큰 돈을 벌어서 마음에 드는 새 여자를 데려와서 살고, 시댁식구도 남편처럼 아다다를 구박한다. 결국 아다다는 남편에게 소박을 맞고 친정에서마저도 버림을 받는다.

 그 후 아다다는 집을 나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수롱이라는 총각과 섬으로 도망쳐 살게 되고, 난생 처음으로 행복을 느낀다. 어느 날, 수롱이가 자랑스럽게 농사지을 땅 살 돈을 아다다에게 보여주자, 아다다는 돈이 없는 줄 알았던 수롱이에게 돈이 많음을 알고 불행의 씨앗으로 느껴지는 돈을 바다에 던져 버린다. 돈이야말로 자기가 예전에 사랑을 잃게 된 원인이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이 미처 떠내려가기 전에 아다다를 뒤쫓아 온 수롱이는 바다에 떠내려가는 돈을 건지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한다. 그가 벌벌 떨고 있는 아다다를 사정없이 발길로 차자, 아다다는 언덕에서 굴러 물속에 잠겨 죽고 만다. 수롱이는 물속에서 영원히 잠들려는 아다다를 못 잊어함인지, 흘러버린 돈이 차마 아까워서인지 주먹을 부르쥔 채 우상같이 서서 굽실거리는 물결만 쏘아보고 있다.

 

 

영화 [백치 아다다, 1956]

 

 

 혹자는 박완서 선생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를 꼽고 있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한국 최초의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칭해야 할 것이다. 작가의 고향과 가까운 곳에 있는 신미도를 중심으로 한 평안도 선천 지방의 벙어리 이야기를 모태로 하였다. '확실이'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벙어리이기 때문에 '아다다'란 별명이 오히려 이름이 되어 버린 비극의 여인에 관한 이야기다. 벙어리이며 백치이기에 구박과 천대를 받으며 살지만 정신적 행복을 추구하며 살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인생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라는 이 소설의 주제를 순수와 욕망이라는 두 개의 전혀 다른 인간형의 대립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즉, '백치 아다다'라는 백치이고 벙어리인 주인공 여인이 황금만능주의에 물든 주변 인물들에 의해 구박과 천대를 받으며 살아가고, 끝내 정신적 행복만을 추구하다 죽게 되는 비극적인 인생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소설의 제목인 『아다다』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런데 주인공의 실명은 '확실이'이다. 백치이고 벙어리인 주인공이 '확실이'라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이다. 이러한 반어적 명명은 그녀의 삶이 매우 비극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이와 같은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한 반어적 이름은 김동인 소설 <감자>의 복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소설 속의 인물은 '돈'을 중심으로 대립된 성격을 보이는데, 아다다는 돈보다는 사랑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이 소설에서 아다다를 벙어리이자 백치로 설정한 것은 물질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인간성의 상징임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아다다의 남편 수롱은 돈을 벌어 행복하게 살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아다다가 돈을 버려 자신의 꿈이 좌절되자 아내를 죽이는, 물질에 오염된 현대인의 모습을 대표한다.

 

♣ 

 

영화 [백치 아다다, 1987]

 

 

 

 작가는 아다다를 통해 물질 위주의 세상에 대한 비판을 시도하고 있다. 첫 남편이나 수롱은 돈이 행복이라고 믿었고, 수롱은 돈이 생활의 안정을 마련해 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돈을 소중히 간직한다. 이렇게 그들은 그녀 자체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아다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물질보다 더 중요한 사랑을 알고, 조촐한 행복과 애정을 원한다. 그녀는 황금만능의 세태 속에서 순수한 가치를 찾는다. 그러나 아다다와 남자들이 추구하는 행복이 다르기에 끝내 죽음이라는 비극의 결말이 빚어지는데, 이는 아다다의 순수성으로 인하여 더 비극적이다.

 특히, 이 작품은 예술성을 중시한 인생파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인간은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지만, 예술성의 강조를 위하여 자료만 제공할 뿐 결정은 보류하고 있다. 육체적으로 불구인 아다다가 행복을 위하여 돈을 바다에 던져 버리는, 무지할 정도로 순수한 마음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이며, 물질 중심과 정신 중심의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