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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by 언덕에서 2015. 5. 15.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한강(漢江, 1970~)의 장편소설로 2014년 창비에 발표되었다. 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해외 언론들로부터 “눈을 뗄 수 없는, 보편적이며 깊은 울림”(뉴욕타임스),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소설”(가디언)이라는 찬사를 선사한 작품으로, 그간 많은 독자에게 광주의 상처를 깨우치고 함께 아파하는 문학적인 헌사로 높은 관심과 찬사를 받아왔다.

『소년이 온다』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한다. '가장 한국적인 서사로 세계를 사로잡은 한강 문학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작품, 인간의 잔혹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증언하는 충일한 서사'라는 평을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설은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열다섯 살 소년 동호는 잃어버린 친구를 찾아다니며, 광주가 처참하게 무너지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시위의 한가운데에서 혼란과 공포를 경험하고, 군대의 폭력에 의해 도시가 파괴되는 모습을 본다.

 동호는 친구의 죽음을 확인하려고 시신 안치소를 찾고, 그곳에서 시신을 관리하는 사람들과 함께 끔찍한 상황을 마주한다. 동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군대의 총검 앞에서 이성을 잃지 않고 대처하려 하지만, 폭력의 무게는 점점 그와 주변 사람들을 짓누른다.

 동호는 결국 군인들에게 체포되고 잔인한 고문을 당한다. 동호와 같은 젊은이들이 무참히 희생당하는 가운데, 동호 역시 그 잔혹한 폭력에 의해 생명을 잃는다. 그의 죽음은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 비극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건이 된다.

 동호의 죽음 이후, 그의 이야기는 다른 인물들의 시각에서 이어진다. 그의 친구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의 죽음을 목격한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날의 참상을 기록하고 기억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트라우마는 깊어지고, 광주의 기억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남는다.

 세월이 흘러도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의 기억은 사람들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소설은 죽은 자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한 개인의 목소리로 마무리된다. 동호의 죽음과 그가 속한 세대의 희생은 집단적 기억으로 남아, 잔혹한 역사의 흔적을 보여준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체 냄새를 뿜어내는 것으로 또 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정대는 동호와 함께 시위대의 행진 도중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져 죽게 되고, 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공장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미루고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정대의 누나 정미 역시 그 봄에 행방불명되면서 남매는 비극을 맞는다.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이 한순간에 무너뜨린 순박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 무고하게 죽은 어린 생명들에 대해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정대의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대변된다.

 소설은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이 겪은 5·18 전후의 삶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단면들을 드러내 보인다. 살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스러운 고통이 되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괴로워하는 이들의 모습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시 수피아여고 3학년 시절에 5·18을 겪은 ‘김은숙’은 '전두환 타도'를 외치는 데모로 점철된 대학 생활을 포기하고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담당 원고의 검열 문제로 서대문경찰서에 끌려가 ‘일곱 대의 뺨’을 맞기도 한다. 봉제공장에서 일하면서 ‘고귀한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조 활동하다 쫓겨난 ‘임선주’는 이후 양장점에서 일하다가 상무관으로 합류하게 되고, 경찰에 연행된 후 하혈이 멈추지 않는 끔찍한 고문을 당한다. 상무관에게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대학생 ‘김진수’ 역시 연행된 이후 ‘모나미 볼펜’ 고문, 성기 고문 등을 받으며 끔찍한 수감생활을 했고, 출소 후 트라우마로 고통받다 결국 자살하고 만다.

 소설은 이러한 국가의 무자비함을 핍진하게 그려내면서 ‘유전자에 새겨진 듯 같은 잔인성’으로 과거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악행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그 비극적인 사건 속에서 희생당한 개인들과 이들이 남긴 트라우마를 탐구한다. 소설은 주인공 동호의 죽음으로 시작해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며, 일인칭과 삼인칭 시점이 교차하는 구조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감정적 울림을 준다.

 중심 주제는 국가 폭력에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의 고통과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기록하려는 노력이다. 한강은 직접적이고도 시적인 언어로 광주의 참상을 묘사하며, 개인의 고통과 상처가 어떻게 공동체 전체의 상처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개인이 겪는 상실, 슬픔, 공포 그리고 기억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소년이 온다』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제안한다. 한강은 국가의 폭력성과 개인의 존엄성을 대비시키면서, 침묵 속에 묻혀 있던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독자에게 되돌려준다. 이러한 서사적 구조는 인간의 잔인성과 연대의 가능성을 동시에 성찰하게 하며, 폭력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생존자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 작품은 역사적 진실을 직시하려는 문학적 시도의 하나로 특히 국가와 권력의 폭력에 맞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중요한 문학적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