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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방현석 단편소설 『새벽 출정』

by 언덕에서 2015. 4. 30.

 

방현석 단편소설 『새벽 출정』

 

 

방현석(1961~)의 단편소설로 1991년 발표되었다. 단편소설「새벽 출정」은 인천광역시 남구 주안 7공단에 있는 세창물산에서 1989년 6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전개된 위장 폐업 분쇄 투쟁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1991년 11월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간된 소설집 <내일을 여는 집>에 실려 있다. 이 소설집에는 「새벽 출정」, <내일을 여는 집>, <지옥선의 사람들>, <또 하나의 선택> 등 네 편의 소설과 김재용의 해설, 그리고 후기가 실려 있다. 방현석1은 이 노동소설로 1980년대 당시 시대적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그 속에서 항전을 벌이던 한 노조를 통해 노동의 현실과 이상을 향한 그들의 동적인 정신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노동자가 겪는 기업주와의 투쟁을 현장을 통해서 생동감 있게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150일 간이나 되는 파업과 폐업을 통해 도시 노동자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기업의 위장 폐업에 대항하여 불타는 적개심과 비타협적인 투쟁으로 새벽 출정을 나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는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는 결정적으로 합일되지 않는 단층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 시대의 불신이 자리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인천 주안 공단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세광실업의 미정과 민영, 철순은 오랜 공장생활을 한 숙련공들이다. 회사는 ‘공정의 합리화와 기동성 있는 제품의 생산’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생산라인을 둘로 분리해 작업의 경쟁을 부추기며 노동자들을 혹사한다. 어느 날 이 셋 직공이 결근하자, 회사는 이들에게 사직서와 각서를 요구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삶의 전부처럼 여겼던 회사의 처우에 놀라면서 회사와 자신들의 주종관계를 깨닫는다. 이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부당한 회사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파업을 주도한다. 그러나 사장은 노조운동을 인정하려 들지 않으며 그 요구도 묵살한다.

 이 파업에 이웃 회사도 동조하고, 특히 파업과정에서 철순이 실족사하게 되자, 사장은 노조의 요구사항에 거짓 합의한다. 약속과 달리 사장은 곧바로 공장을 위장 폐업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다시 위장폐업에 맞서 기나긴 농성에 들어가지만 사장은 교섭자체를 거부한다. 노동자들은 농성으로 대응하지만 회사 측의 회유와 탄압을 이기지 못한 노조원들의 이탈이 생긴다. 노조 지도부에서는 농성 150일째 추운 새벽, 촛불의식을 치르고 비장한 새벽출정을 떠난다.

 이야기는 어느 새벽 농성장에서 시작된다. 농성 조합원이 점점 줄고 있는 시점에서, 그 새벽에도 조합원인 윤희가 떠나면서 분위기는 침울하게 되고, 위원장인 미정은 더욱 착찹해진다. 과거 사장집에서 투쟁을 벌이려다 경찰에 붙잡혀 경찰서로 붙잡혀 갔을 때에도 미정보다 더 당돌하고 대담하게 행동했던 윤희와 순옥이 떠나겠다고 나서는 것은 미옥에게 충격이 된다. 

 「새벽 출정」의 미덕은 계급투쟁이 구체적인 사건들을 통해 재현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실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농성장을 떠나는 동료들, 농성장 내부의 갈등과 긴장, 생산량 증가를 유도하는 사용자 측의 전략, 농성하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학교와 집 등에서의 압박, 위장 폐업으로 갈등을 회피하고 정리하려는 사장의 선택 등을 들 수 있다. 노동 현장을 다루는 소설이 방현석 출현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문학 평론가들이 많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자신의 현장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작품을 썼고 그것은 막연한 관념성아 아닌 계급의식이 분출하는 구체적인 노동 현장을 표현해 내었다. 이 소설「새벽 출정」은 이러한 점에서 빛을 발한다.

 

 

 이 소설은 단순한 허구적 산물이 아니라 인천 세창물산의 노동운동과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송철순2씨의 실화를 소설적으로 재구성하여 놓고 있다. 1980년대의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여러 가지 형태의 노동운동과 노동자들이 지니고 있던 인간적 삶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이 작품은 잘 보여준다. 특히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에서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자녀들의 학비 조달 문제, 노동 운동 자체의 경비 문제 등이 상세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노동 운동의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노동자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 노동운동의 열악한 환경과 그 문제점을 적시해 놓고 있다.

 인천광역시 남구 주안 공단은 이제 과거만큼 공장이 많이 밀집되어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1980년대에는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된 노동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대표적 공간이었다. 이런 공간을 「새벽 출정」은 노동계의 당대 문제들과 함께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방현석의 경우 다른 노동 작가와는 달리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일방적으로 미화하지도 않으며, 직선적인 의식성장의 과정으로도 그리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동료노동자에 대한 원망을 내비치기도 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좌절과 실의를 느끼기도 한다. 또 <새벽 출정>처럼 구사대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새벽 출정」은 산업화된 사회의 자본주의 경제 체제와 생산 양식에 내재하는 독점과 불균등의 모순에 저항하고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연대 의식을 현실적 배경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저자 방현석은 <존재의 형식>으로 제11회 [오영수 문학상]과 제3회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했다.

 

 

 

  1. 1961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소설집『내일을 여는 집』『랍스터를 먹는 시간』, 장편소설『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십년간』『당신의 왼편』, 산문집『아름다운 저항』『하노이에 별이 뜨다』와 영화와 소설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서인『소설의 길 영화의 길』등을 출간했다. 35mm 단편영화『무단횡단』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신동엽창작기금(1991), 오영수문학상(2003), 황순원문학상(2003)을 받았다.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이다. [본문으로]
  2. 세창물산 파업기금 마련을 위한 집회 전날 노조 사무장 송철순은 해가 질 무렵 현수막을 걸기 위해 공장 2층 옥상에 올라갔다. '사장놈이 배짱이면 노동자님은 깡다귀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두 번째 현수막을 걸던 순간 공장 슬레이트 지붕이 주저 앉으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머리를 다친 철순은 이틀 뒤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