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잉걸스 와일더 장편소설 『초원의 집(Little House in the Big Woods)』
미국 동화작가 로라 잉걸스 와일더(Laura Ingalls Wilder, 1867 ~ 1957)의 가족소설 시리즈로 1932년에 딸 로즈의 권유로 발표하였다. 삽화를 그린 삽화가는 당시 20세의 청년이자 신인 삽화가였던 가스 윌리엄즈(1912 ~ 1996)이다. 1870년대 미국위스콘신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소녀 로라 잉걸스와 그녀의 가족들을 통해서 18살 때까지의 작가의 삶과 미국의 근대사를 묘사하였다. 작품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연재를 시작, 1970년에 마지막 연재소설이 출판되었다. 시리즈는 아래와 같이 9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 큰 숲 속의 작은집
2. 대초원의 작은집
3. 플럼 시냇가
4. 실버 호숫가
5. 소년농부
6. 기나긴 겨울
7. 대초원의 작은 마을
8. 눈부시게 행복한 시절
9. 처음 4년간
한국어판으로는 1993년 영문학자 장왕록 교수(서울대 영문학과 주임교수, 영문학자인 고 장영희 교수의 부친)가 번역한 <큰 숲 작은 집>(학원출판공사)가 있으며, 시공사와 비룡소에서도 「초원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출간하였다.
「초원의 집」 이야기는 이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실제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소녀였던 작가는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앨먼조와 결혼하여 평범한 삶을 살던 가정 주부였다. 잠깐 지방 신문에 글을 기고한 적이 있고 책에도 잠깐 언급되었지만 학생 시절 뛰어난 작문 실력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빼고는 글 쓰는 것과 그리 거리가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딸 로즈가 어릴 적부터 들어온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은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겠다고 권유를 하자 예순다섯이란 나이에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로라는 어릴 적에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푸른 줄이 들어간 학교 공책’에 글로 옮겼고, 글 솜씨가 뛰어난 로즈는 어머니가 쓴 원고를 손봐 좀 더 감동적인 소설로 탈바꿈시켰다. 모녀 사이에 때로는 말다툼이 벌어진 적도 있지만, 결국 두 사람은 “요즘 아이들에게 모든 일의 시작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다……, 눈에 보이는 것 뒤에 감추어져 있는 것을 알려 주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힘을 합쳐 책을 써냈다. 이렇게 해서 『초원의 집』연작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방대한 내용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로라네 작은 통나무집은 아름드리나무가 빽빽한 숲 속에 있다. 이 거대한 숲에는 늑대 울음소리와 커다란 회색 곰과 퓨마만 가득하다. 숲은 너무나 위험하고 한적하다. 하지만 로라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게다가 아늑하고 평화롭기까지 하다. 바느질 솜씨가 빼어난 엄마와 페핀 호수보다 마음이 넓은 아빠와 금발이 예쁜 메리 언니와 갓난아기 캐리가 있고, 늘 집 앞을 어슬렁거리며 보초를 서 주는 불독 잭이 있기 때문이다. 로라는, 저녁에는 아빠의 무릎 위에서 아빠의 사냥 이야기를 듣고, 낮에는 갈색 곱슬머리를 나풀거리며 들꽃과 산새들로 가득 찬 숲을 맨발로 뛰어다니며 행복해한다. 또 눈이 오면 설탕 눈을 만들고 눈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제1권에 해당하는 ‘통나무 집’에서의 생활에서 로라는 마을에서는 좀 떨어진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숲 속에서 생활했다. 이 때는 대체로 양식 걱정 없이 그야말로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했다. 아빠는 사슴을 잡아와서 겨우내 먹을 훈제고기를 만들고, 엄마는 옥수수 알갱이를 돼지기름에 튀겨주었다. 마차를 타고 할아버지네 집으로 가서 노래와 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등 자연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간다.
로라네 식구의 삶은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무려 7개월간이나 내린 엄청난 폭설로 인해 준비해 둔 식량이 바닥나 다섯 식구가 굶게 되는 위기에 처하자 아버지가 이웃집에 양식을 구걸하러 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빚을 내 통나무집을 지어놓고 가을에 밀을 수확하면 빚도 청산하고 딸들에게 예쁜 구두도 사주고 설탕도 사서 맛있는 저녁도 먹겠다고 한껏 희망에 부풀지만, 초원을 까맣게 덮어버릴 정도의 메뚜기 떼가 몰려와서 살아있는 것은 모조리 먹어치워 버려 수확에 대한 꿈을 깡그리 앗아가는 절망적인 일도 일어난다.
가장 큰 괴로움은 로라의 언니인 메리가 실명하게 된 것이었다. 공부하기 좋아하고 언제나 모범적이었던 메리의 실명은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로라네 가족은 주저앉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희망을 발견해 냈고 명랑한 웃음을 되찾는다. 앞을 보지 못하는 메리에게 가족들이 돈을 벌어서 맹인 학교에 보내 배움의 기회를 갖게 하려는 꿈을 가진다. 당시 로라네 형편으로는 무리한 일이었다.
로라는 언니를 학교에 보내기 위한 돈을 벌려고 괴팍한 아줌마 밑에서 바느질을 돕느라 지옥과 같은 시간을 보낸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견뎌내는 모습은 요즘 아이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이후 교사가 된 로라가 나중에 남편이 되는 와일더 청년과 데이트하는 모습과 함께 마지막 9권에서는 결혼한 로라의 신혼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여섯 살 시절의 기억부터 십여 년에 걸친 이야기를 당장 눈앞에 보이는 듯 글로 펼쳐 보이는 놀라운 기억력과 집중력을 보여 주었다. 이 책에서 보인 그녀의 간결한 문체는 그 시절의 꾸밈없는 삶과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더욱 빛나게 하며 지금은 뛰어난 수필 문학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게 한다.
개척자의 삶이라면 늘 그렇듯이 고난과 역경이 무척이나 많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달랑 마차 한 대에 실린 살림만을 가지고 길을 떠나는 로라네 가족의 개척자다운 모습은 문명의 이기가 극도로 발달된 지금, 우리에게 도전과 개척 정신, 노동과 땀의 가치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준다.
기억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초원의 집」은 80년대 초반에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방영된 이야기다. 이 책을 쓴 로라 잉걸스 와일더(1867 ~ 1957)는 예순다섯 살 때 딸의 권유를 받고 처음으로 자기 어린 시절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이야기 <큰 숲 속의 작은 집>은 다섯 살 때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아홉 번째 이야기 <처음 4년간>에서는 결혼하여 새 가정을 꾸민 로라와 앨먼조 와일더는 작은 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로 끝맺는다. 그러니 지은이가 어릴 적부터 자라서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쓴 것이다.
♣
로라의 아버지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숲 속에서 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 다닐 나이가 되면 마을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기로 다짐을 받고 숲 속으로 따라간다. 그렇게 해서 로라네 식구들은 집도 없고 길도 없고 사람도 없는 깊은 숲 속에서 살면서 마을에 살았다면 겪지 못했을 온갖 경험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로라에게는 자기가 본 것을 말로 묘사하여 전달하는 뛰어난 능력이 있었다. 그렇게 된 것은 로라의 언니인 메리가 앞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아버지한테 언니의 눈이 되어 주라는 말을 듣고, 자기가 보는 것을 모두 언니한테 본 것을 그림 그리듯이 말해 주는 버릇을 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해서 쓴 이 책은 미국 개척 시대 농촌의 생활 모습을 바로 눈앞에 보듯 생생하게 그려 내어 보여 주고 있다.
이 이야기는 3인칭 소설처럼 되어 있지만, 모두 실제로 겪은 이야기이고, 지어낸 이야기는 없다. 미국 아이들은 책을 읽을 나이가 되면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살씩 나이를 먹으며 자라나게 된다고 하니 부럽기 짝이 없는 모범적인 성장 소설이다.
미완성의 유고를 묶은 아홉 번째 이야기까지 보태어 아홉 권으로 나온 <초원의 집>을 다시 읽으면서, 우리에게도 우리 아이들이 읽으며 자라날 우리 농촌 이야기책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 정말 시골다운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나라 작가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아름답고 깨끗한 우리말을 살려 작품으로 남겨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 초원의 집은 1974년에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멜리사 길버트가 로라 역을, 연출을 담당한 마이클 랜든이 아빠 역을 맡았다. 총 10시즌 207화. 대한민국에서는 1976년 10월부터 문화방송에서 1981년 6월까지 매주 일요일 아침에, 1982년 7월부터 1983년 7월까지 매주 일요일 낮에 방영되었다. 당시 더빙에 참여한 성우로는 김현직, 양지운 등이 있다. 1977년 큰딸 역을 한 성우 정소희씨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송도영씨로 성우가 교체되기도 했다. [본문으로]
- 이 시리즈의 삽화를 그린 가스 윌리엄스는 1912년에 만화가인 아버지와 풍경 화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로라 잉걸스 와일더를 만나 「초원의 집」 시리즈의 삽화를 그리며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로라는 그의 삽화를 보고 옛 추억이 다시 생생하게 살아 있다며 기쁨을 금치 못했다. 그 후 『샬롯의 거미줄』, 『스튜어트 리틀』 등 약 백여 권의 삽화를 그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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