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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크로닌 장편소설 『성채(城砦, The Citadel)』

by 언덕에서 2015. 5. 27.

 

 

크로닌 장편소설『성채(城砦, The Citadel)』 

 

영국 소설가 크로닌(Archbald Joseph Cronin.1896∼1981)의 장편소설로 1937년 출간되었다. 현대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이 작품은 크로닌1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준(準)자전적 소설이다.

 의대를 갓 졸업해 패기에 차 있던 젊은 의사 앤드루 맨슨은 보수적이고 위선적인 현실에 휩쓸려 상류사회의 허상을 좇다가 소중한 것들을 잃고서야 자신의 이상을 되찾는다. 주인공의 삶을 뒤흔드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 긴장 넘치는 사건들이 이루는 극적인 플롯, 굴곡진 인생행로 속 갈등과 좌절을 딛고 참된 가치관을 회복하는 종교적 휴머니즘이 독자들을 사로잡아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세계 20여 개국에서 번역되었으며, 1938년에는 킹 비더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고 영국, 미국, 이탈리아에서 여러 차례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모았다. 낡고 부패한 의료계의 현실에 대한 크로닌의 맹렬한 비판이 담긴 이 작품은 대중적인 성공을 넘어 실제로 영국의 의료 시스템 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도 얻고 있다. 

 소설에서 성채 혹은 성이 상징하는 것은 ‘인간의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앤드루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낡은 관습과 권위, 부패의 언덕을 넘으려 했고, 그가 좌절하여 포기하려 할 때마다 크리스틴은 사랑으로 그를 독려했다. 앤드루는 탄광촌 진료소의 보조 의사일 때나 사무국의 의무관일 때나 심지어 저명한 단독 개업의가 되어 타락 일로를 걸을 때조차도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환자들의 삶과 공공의 건강에 작은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했다. 앤드루가 숱한 좌절과 방황을 겪은 후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도 바로 이 작은 변화들 때문이며, 크로닌이 ‘성채’라는 상징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즉,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무엇을 상대로 싸우게 되든지 우리의 모든 행위가 사회 전체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옳은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거나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말고 자신의 ‘성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소설가 크로닌( Archbald Joseph Cronin.1896-1981 )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앤드루 맨슨은 훌륭한 의사가 되려는 인도주의적인 포부를 갖고 남웨일스의 탄광촌에 진료소 보조 의사로 부임한다. 그러나 그는 무능하고 부패한 의사들과 신참 의사를 믿지 못하는 환자들의 적개심 앞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절감한다. 앤드루는 그곳에서 만난 아내 크리스틴의 사랑에 힘을 얻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하려 부단히 애쓴다. 이러한 그의 노력에 환자들도 점차 마음을 열고 그를 신뢰하게 된다. 하지만 낡은 법칙과 권위를 맹종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는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로 인해 앤드루는 고난을 겪는다. 탄광촌 보조 의사로서나 이후 광산 사무국의 의무관으로서 수차례 한계를 경험한 앤드루는 결국 런던으로 가서 병원을 개업하는데, 시원찮은 돈벌이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현실과 타협하면서 점점 타락해 간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이 수술을 맡긴 돌팔이 의사 때문에 환자가 사망한 일을 계기로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된다. 변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아내까지 사고로 목숨을 잃자, 앤드루는 깊이 참회하며 자신이 부정했던 신에게서 위안을 찾는다. 절망을 딛고 선 앤드루는 잊고 있었던 자신의 오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다.

 

“잊어버리셨나요?… 꼭대기에 있다는 것만 알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성채를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탈환해야 한다고 늘 당신은 그러셨잖아요.”

 타락한 의사 앤드루 맨슨에게 보내는, 죽음을 앞둔 그의 부인 크리스틴의 호소다. 아내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속물 앤드루를 질타하기보다 과거 순수했던 남편의 열정을 상기시킨다.

 앤드루는 의학부를 수석 졸업한 뒤 빌린 학비를 갚기 위해 많은 보수에 끌려 탄광촌 개업의의 조수가 된다. 개업의는 반신불수이고 그의 부인은 돈밖에 모르는 구두쇠로 앤드루는 사실상 그 부인에게 고용된 의사나 다름없다. 사명감 넘치는 젊은 의사는 가난한 탄광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들의 권익을 위해 탄광회사와 지역행정부와 싸운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교사 크리스틴과 만나 결혼하는 한편 의학 연구에 몰두해 마침내 런던의 개업의로 성공한다. 성공과 더불어 그는 돈만 아는 맹목적인 의사로 변해간다. 하지만 앤드루는 크리스틴의 진정어린 호소에 힘입어 다시금 건전하고 순수한 의사로 거듭났다. 곡절은 많았지만 앤드루는 보이는 성채와 보이지 않는 성채 중 보이지 않는 쪽을 택했다. 

 

 

 

 이 작품에서 ‘성채’가 의미하는 것은 우리들이 몸담고 있는 직장, 사회, 국가, 세계 속에 뿌리 박혀 있는 단단한 악의 껍질을 의미한다.성채」는 순수한 꿈을 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만슨의 좌절과 방황, 성숙의 과정을 통해 사회의 악과 맞서 끝까지 싸우는 한 위대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성채」의 주인공 의사 만슨은 작가 자신의 분신이다. 자신에 대한 엄격성, 열정적인 의식, 스코틀랜드인 특유의 끈기를 비롯하여 만슨의 사상이나 체험 모두 의사로서 크로닌이 경험하고 느껴왔던 것들이었다. 

 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맨슨은 인간사회의 암적 존재라 할 수 있는 추악한 면들과 과감히 싸운다. 한때 그는 성공하여 출세욕과 금전욕의 포로가 될 위험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어느 사건을 계기로 다시 이성을 되찾게 되고, 인간적인 의사로서 새 출발한다. 황금만능주의에 물들여진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해주는 좋은 작품이다.

 

 

 

 

 

 

 

 

 

 


  1. Archibald Joseph Cronin,아취볼드 조셉 크로닌 1896년 스코틀랜드의 덤바튼셔에서 태어나 1981년 세상을 떠난, 의사이자 소설가이다. 사실주의를 출발점으로 삼되 낭만주의의 시점에 서서 사회비평적 시각으로 세상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그의 소설은 독자의 켜가 두꺼운 것으로 유명하다. 독자의 켜가 두껍다는 것은, 그의 소설이 많은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누리게 해 준다는 뜻일 수 있겠는데, 그렇다면 이른바 3,40년대 작가로 분류되는 그의 작품이 지금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 그의 작품 중에 영화화된 작품이 적지 않다는 점, 그리고 폭넓게 읽히고 있다는 점 등은 그의 소설이 읽는 재미와 씹는 맛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스코틀랜드 서남부의 항구 도시인 글래스고우 의과 대학을 졸업한 크로닌은 영국 해군의 군의관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종군했다. 그 후 1921년부터 약 3년 간 웨일즈에서 개업의로 지낸 그는 광산촌 광부들의 직업병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 그 연구 논문으로 의학 박사 학위를 받고는 1926년에 런던에서 다시 병원을 개업했다. 그러나 그는 곧 병원 문을 닫았다. 건강이 나쁘다는 이유였.... 1896년 스코틀랜드의 덤바튼셔에서 태어나 1981년 세상을 떠난, 의사이자 소설가이다. 사실주의를 출발점으로 삼되 낭만주의의 시점에 서서 사회비평적 시각으로 세상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그의 소설은 독자의 켜가 두꺼운 것으로 유명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