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 장편소설『페스트(La Peste) 』
프랑스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Camus,Albert.1913∼1960)의 장편소설로 1947년 간행되었다. 작가의 명성을 드높인 작품으로서, 1960년까지 65만 부가 팔렸다. 고전적 정제미가 넘치는 문체와 인간의 아름다운 연대성 우애를 주제로 한 내용이 많은 독자의 공감을 샀다. 카뮈는 이 작품으로 1947년도의 ‘비평가상’을 탔다. 이후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 소설은 알제리의 해변 도시 오랑에 페스트가 발생하여, 완전히 폐쇄된 이 도시에서 주민들이 페스트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다. 인생에 대해서 방관자이면서 기승을 부리는 페스트에 대해서는 일종의 적의를 품고, 주민들의 투쟁을 조직화하는 지식인 타르와 그에게 협력하는 의사 리유를 중심으로, 애인이 기다리는 파리에 돌아갈 수 없게 된 신문기자, 구원의 손길을 뻗쳐주지 않는 하느님에게 절망하면서 기도하는 신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알제리의 오랑 시에 페스트가 만연하자 오랑 시는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된다. 모든 것이 봉쇄된 한계 상황 속에서 역병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도시는 커다란 혼란에 빠진다. 이 혼란을 틈타 돈을 벌려는 무리도 날뛴다.
의사 리유(Rieux)와 지식인 타루는 혼란에도 불구하고 질병과 싸움을 벌이며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파리에 아내를 남겨 둔 채 아랍인의 생활상을 취재하러 오랑 시에 들렀던 신문사 특파원 랑베르는 탈출을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리유와 함께 페스트 퇴치 작업을 벌인다. 파늘루 신부는 페스트를 신의 형벌로 생각하고 기도에 전념하지만 결국 페스트에 감염되어 사망한다. 그리고 타루도 페스트에 희생되고 만다. 이어서 리유는 그의 아내도 병사했다는 전보를 받는다.
드디어 목숨을 걸고 페스트와 싸운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페스트는 완전히 퇴치되고 오랑 시는 해방의 기쁨에 휩싸인다. 열차는 다시 들어오고 랑베르의 아내도 오랑 시를 찾아와 그와 플랫폼에서 감격의 재회를 한다.
이 소설은 <이방인>(1942)에서 다룬 '부조리'의 주제를 심화한 소설로 재난에 대처하는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페스트는 분명히 프랑스를 전쟁으로 휩쓸어 넣은 나치스 침략의 상징이며, 따라서 페스트의 종언은 파리의 해방을 의미한다. 페스트가 끝난 것은 반드시 주민들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고 자연현상이었다는 결말은 카뮈가 프랑스 민중의 저항운동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던 증거가 아닌가 생각된다. 세계의 부조리에 반항하는 인간은 지성에 뿌리박은 연대에 의해 행복을 얻는다는 그의 철학이 이 작품에 잘 나타나고 있다.
오랑 시에 페스트가 만연했다는 가정 하에 의사 리유의 기록 형식을 취한 이 장편소설은 페스트가 상징한 악과 억압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인간 사이의 연대가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방인>의 개인주의에서 벗어난 이 대처('반항'으로도 번역됨)가 행복이며 서로간의 공감만이 인류를 평화에 도달하게 할 수 있다는 카뮈의 긍정적 사고방식이 분명하게 전달되고 있다.
장편소설 『페스트』의 역병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폭력과 파시즘을 상징한다고 흔히 해석되지만 훨씬 폭넓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미 정복된 줄로만 알았던 역병이 현대의학을 무력하게 하며 수많은 사망자를 내는 상황은 쓰나미 등 거대한 자연재해가 현대 테크놀로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의미에서 페스트는 2015년 한국을 덮친 메르스와 다를 것이 없다. 이렇듯 페스트는 인류가 이룩한 이성적 문명을 무력하게 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모든 재앙을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
“병이 가져오는 비참함과 고통을 볼 때 페스트에 대해 체념한다는 것은 미친 사람이거나 눈먼 사람이거나 비겁한 사람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러한 투쟁에 힘을 주는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카뮈는 『페스트』에서 신문기자 랑베르를 통해 사랑에 대한 신뢰를 피력했다. 탈출을 모색하는 랑베르는 리유와 타루가 아무 비난도 하지 않는데도 그들을 계속 의식한다. 어느 날 그들에게 “나는 영웅주의를 믿지 않아요. 내 관심은 오로지 사랑을 위해 살고 죽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마침내 탈출할 수 있게 된 날 랑베르는 도시에 남아 구호단 일을 하기로 결정한다. 영웅주의로 돌아선 것이 아니라 리유와 타루, 시민들에 대한 애정에서였다.
소설 『페스트』는 194X년 프랑스 도시 오랑에서 벌어지는 전염병과의 전쟁을 그리고 있다. 4월 16일 죽은 쥐들이 쏟아져 나오고 불안감이 엄습하지만 시 당국은 ‘죽은 쥐 수거’만 지시한다. 방역소가 나서야 한다는 의사 리유의 요청에 방역소장은 이렇게 답한다.
“명령이 있어야 그렇게 하지.”
2015년 6월 대한민국.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이 실패한 데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은 “투명한 정보 공개가 늦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카톡’ 소리를 타고 병원 명단과 메르스 확산 지도가 전파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왜 의미 없는 비공개 원칙에 집착한 것일까? 카뮈의 소설에서처럼 명령이 없었기 때문일까?
☞알베르 카뮈(1913 ~ 1960) : 프랑스의 소설가·수필가·극작가<이방인>, <페스트>, <전락> 등의 소설과 좌파적 현실 참여 활동으로 유명한 작가다. 알제대학 철학과에서 공부했다. 1930년 결핵 증상이 나타나 운동과 공부를 중단했지만, 프랑스 고전문학을 두루 섭렵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2년 동안 진보적 신문 <알제 레퓌블리캥>의 편찬에 참여했고, 파리에서 일간지로 발간된 <콩바>에서 1947년까지 편집장을 맡았다. 1942년에 첫 번째 단편소설 <이방인>을 발표하고 1947년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 <페스트>를 썼다. 1951년에 발표한 장편 평론 <반항적 인간>은 마르크스주의 비평가과 친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에게 격렬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1957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지 3년이 채 안 되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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