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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허버트 로렌스 장편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Lady Chatterley's Lover)』

by 언덕에서 2015. 5. 7.

  

허버트 로렌스 장편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Lady Chatterley's Lover)』

 

 

 

 

영국 작가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1885∼1930)의 장편소설로 만년의 대표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채털리 부인의 사랑』으로 번역되어 출판되기도 했다. 1926년 피렌체에서 쓰기 시작하여 1928년에 완성되었는데, 주제페 오리오리에서 사가판(私家版)으로 출판되었다. 3종류의 고본(稿本)이 있으며 1944년에 초고 『채털리 부인』이 뉴욕에서 출판되었으나 제2고본은 아직 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중산계급 사람들의 위선과 하층계급 사람들의 비애를 묘사하는 동시에, 현대문명과 일상성 속에 파묻혀 버린 ‘사랑’의 원래의 의미를 회복하려고 하였다. 이 작품은 대담한 성행위의 묘사로 외설시비의 대상이 되어왔으나 미국과 영국에서는 1959년과 1960년에 각각 재판에서 승소하여 그 후로부터 완전본이 출판되었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욕망의 충족이다. 이는 외부에 구속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존하려는 신성한 욕망을 의미한다.” 유럽 문단에서 30년 이상 외설 논란에 휩싸였던 소설, 성을 통해 인간 내면의 자유를 들여다보려 했던 로렌스의 소설은 그가 세상을 뜬 뒤 수십년이 지나서야 ‘시대를 앞선’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영화 [채털리 부인의 연인( Lady Chatterley's Lover)] , 2015 제작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잉글랜드 중부의 더비셔 고지대에는 탄광촌과 올망졸망한 집들을 내려다보며 고풍스런 라그비 저택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집은 영국의 준 남작 채털리 가의 후계자 클리포드 채털리의 집이다. 클리포드 채털리와 코니는 제1차세계대전 중에 휴가 나온 클리포드와 결혼하여 함께 살고 있었다.  

 왕립미술원 회원 리드 경의 차녀 콘스탄스(코니)가 귀족 클리퍼드 채털리와 결혼한 것은 그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 중 1개월의 휴가를 얻어 플랑드르 전선으로부터 일시 귀국하였을 때이다.

 그러나 6개월 후 남편은 중상을 입고 하반신 불구가 된다. 코니는 남편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지만, 그녀의 성본능과 모성본능은 충족시킬 수 없고, 마음의 공허와 생활의 무의미를 느끼게 된다. 이 때 처음으로 나타난 남성이 극작가 마이클리스였다. 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의 쾌락만을 구하는 이기적인 남자였고 코니에게 만족감을 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코니는 산지기 멜러즈를 만난다. 드디어 그녀는 그에게서 따뜻하고 충만한 애정을 느끼고 삶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새로운 삶에 눈뜬다. 산지기는 코니를 만나면서 이미 사그라들었으리라 생각했던 자신의 몸 속에서 분출하는 세찬 불길을 느꼈다. 둘은 여기서 불륜의 관계를 맺는다. 코니는 멜러즈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친절한 애정을 느끼며, 그의 손길이 자신의 몸에 닿아 전율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둘은 봄날에 절로 낮잠에 취하듯 살내에서 서로를 감싸며 결합하였다.

 다음날도 코니는 산지기를 만났고 밀회는 거듭되었다. 그 후 폭우가 쏟아지는 날, 둘이서 발가벗고 숲 속을 뛰돌아다니며 빗속에서 정사를 벌이기도 하였다. 이때 코니는 처음으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미친 듯한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오랜 음지에서 광명의 세계로 뛰어나온 해방감과 신비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녀는 비로소 완전한 하나의 여성,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생동적인 여인으로 태어남을 절감하였다. 새로운 생을 획득한 코니는 곧 부친인 말콤 경과 의논하고 클리포드와 이혼하고 멜러즈와 새생활을 꾸밀 것을 설계한다. 

 

영화 [채털리 부인의 연인(Lady Chatterley's Lover)] , 2015 제작

 

 

 로렌스는 20세기 저명한 여러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이 작품에서도 그의 문학적 특성이 여지없이 투과되어 있다. 이 작품은 발표와 동시에 크나큰 관심과 문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외설 문서인가, 문학작품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 작품에 나타난 특성은 이중의 테마를 가졌다. 인간성의 기계화와 부드러움 속에서 발견되는 행복이 그것이다. 육체적 애정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이 작품의 강한 매력으로 드러나고 있다. 로렌스는 이 작품을 통해 산업화와 기계화된 생활, 인습에 얽매인 사회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고, 성의 본질을 통해 인간 생명의 원초적인 세계를 추구하였다. 즉, 성의 해방을 통해 인간의 원초적 자유 의지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작중 주인공 둘의 만남은 작가가 의도한 대로 필연적이었다. 이 만남으로 진정한 여성으로, 진정한 생의 힘을 발현하는 계기를 이루었다. 이러한 로렌스의 의지는, 그의 원시적 생명주의나 인간주의에 있어 특이한 에고이즘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과 문학의 성을 구축하였다. 이러한 철학에서 비로소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탄생되었으며, 육체적 애정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이 최고도로 묘사된 작품이라는 평판을 받았다.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는 1885년 영국 노팅엄에서 광부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편의 술주정에 넌더리가 난 어머니는 글재주가 있던 셋째 아들 로렌스에게 집착했다. 모자 관계 이상의 과도한 사랑은 로렌스의 여성관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1910년 어머니를 여읜 그는 노팅엄대 시절 은사의 부인인 6세 연상의 프리다와 사랑에 빠졌다. 프리다와 함께 그녀의 고향인 독일로 도망쳤다. 유럽 문단에 이름을 알리게 된 자전적 소설 <아들과 연인>(1913)은 이때 쓰여졌다.

 프리다가 남편과 헤어진 뒤 1914년 영국으로 돌아와 그녀와 결혼했다. 청교도 사회였던 영국은 그의 자유로운 성 담론을 용납하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 중엔 아내 국적 탓에 독일 스파이로도 몰렸다. 전쟁이 끝난 1919년 이후 미국 멕시코 등을 돌며 ‘아론의 지팡이’(1922) ‘캥거루’(1923) 등 소설작품을 쏟아냈다. 만년에 이탈리아 피렌체에 머물며 마지막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1928)을 완성한 뒤 프랑스 방스 요양원에서 폐결핵으로 눈을 감았다. 그의 나이 45세, 83년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