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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송병수 단편소설 『쑈리 킴』

by 언덕에서 2015. 4. 2.

 

 

송병수 단편소설 『쑈리 킴』 

 

  

송병수(宋炳洙, 1932 ~ 2009)의 단편소설로 1957년 [문학예술]에 발표되었다. 송병수는 6ㆍ25전쟁의 폐허의 양상과 그 의미를 추구하고, 전후의 세태를 다룬 일련의 작품을 정력적으로 발표하여, 독자적인 작가적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는 전쟁을 체험하고 그 아픔을 생생히 그려 보인 1950년대 전후 세대의 가장 정직한 대변자로 보인다.  이 작품은 미군 부대 주변에 사는 전쟁 고아들의 생활을 통해환경으로 인한 심성의 파괴와 함께 한 줄기 인간애를 보여 주고 있다제목은 키 작은(shorty) '의 영어 발음이다.

 송병수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창작 전반기에는 주로 한국전쟁이 우리 사회에 남긴 피해가 어떤 것인지, 전쟁의 잔혹성이 어떻게 인간의 본성을 파괴시키는지를 문제삼았으며, 후반기에는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부조리와 현실의 모순을 다각도로 파헤치는 작품들을 많이 발표했다.

 송병수의 대표작인 「쑈리 킴」은 인생과 사회를 너무 일찍 알아버렸으면서도 아이다운 동심을 잃지 않은 소년 쑈리 킴과 양공주(양갈보) 따링 누나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왜곡된 가치관, 훼손된 성문화를 그린 작품이다. 이후 1960년대 중반까지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면서 <귀환설><그늘진 양지><몰락><대화><환원기><행위도생> 등의 작품을 발표하였는데, 이 시기에는 주로 부조리한 한국 사회의 현실과 풍속을 사실적 문체로 담아내는 데 주력하였다.

 

한국전쟁 시절의 기지촌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6ㆍ25전쟁 이후, 그 참담한 사회 밑바닥에 생겨나기 시작한 매음과 군표(軍票)의 거리가 바로 기지촌1이다. 쑈리 킴은 그의 본이름도 모르고 살아오다가 이곳 기지촌에 와서 붙여진 이름이다.

 쑈리 킴은 일선 지구 미군들이 득실거리는 부대 가까이에 있는 움막에서 양갈보‘따링’ 누나와 같이 산다. 자신을 이러한 처지로 만든 한국, 아니 우리나라 사람보다 지금의 처지를 의지할 수 있는 미국 놈들이 좋다.

 더구나 이곳에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청계천에서 똘마니로 같이 생활해 오다가 하우스보이2가 된 딱부리,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살던 서울을 떠나 이곳에서 매춘을 하는 따링누나, 이미 삶의 치부를 경험한 이들에게도 아름다운 인간애가 있고, 참담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꿈이 있다. 쑈리 킴과 따링 누나는 매음의 대가를 그들의 꿈을 위해 모아가고 있다.

 쑈리 킴은 날마다 미군 부대에 들어가서 GㆍI3들을 따링 누나에게 붙여준다. 그에게는 몇 사람의 단골손님이 있는데, 하모니카를 잘 부는 뾰족코, 한국말을 잘하는 놉보 등이 그들이다. 그들과 같이 막사에 똘마니인 딱부리가 하우스 보이로 있다. 딱부리는 쑈리 킴이 소개하여 그곳에 취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딱부리는 그의 캡틴이 사 준 가죽 잠바를 입고 장난감 총, 주머니 칼 등을 허리에 차고 우쭐대는 것이다.

 쑈리 킴은 미국 막사들을 둘러본다, 흑인 병사가 그를 반갑게 맞아준다. 흑인 녀석은 덩치가 엄청나게 크고, 불독같이 생긴 놈이다. 그는 쑈리 킴을 보자 주머니에서 20 달러를 꺼내 보이며, 따링 누나와 어울리게 해 달라는 수작을 보여 왔다. 쑈리 킴이 ‘노우’라고 하자, 놈은 차고 있던 시계를 꺼내 주었다. 결국 쑈리 킴과 따링 누나는 이런 생활을 하며, 그들의 소박한 꿈을 키워가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꿈마저도 꺾어 버린다. 따링 누나는 그토록 두려워하던 엠피 차에 붙잡혀 가고, 쑈리 킴은 따링 누나가 그렇게 가게 된 것이 딱부리의 고자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딱부리가 있는 미군 부대로 곧장 달려가서 녀석을 끌고 나온다. 언덕배기에 이르러 딱부리에게 왕펀치를 먹이는데, 그때 움막으로 가는 절뚝이가 보인다. 달려가 보니, 찔뚝이가 움막 안에 있던, 그 동안 애써 모아 두었던 8백 달러를 훔쳐 달아나려고 했다. 그것을 가로막자 찔뚝이가 먼저 쑈리 킴을 돌로 내리치려 했다.

 그는 이젠 죽나 보다 하고 눈을 감을 때, ‘으악하고 놈이 먼저 소리치며 쓰러졌다. 딱부리가 칼을 던진 것이다. 놈의 손에 있던 달러 뭉치가 피가 엉긴 채 가랑잎처럼 바람에 날렸다. 쑈리 킴과 딱부리는 삭막한 비정의 삶의 공간을 빠져나와 어찌할 바를 모르며, 그냥 내달렸다.

 

1960년대 기지촌 주변 풍경

 

 

 선우 휘의 <불꽃>과 함께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소년의 시점으로 전후의 폐허와 미군 부대 주변에서 기생하는 소외된 인물 군상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특히 '어느 양공주4가 헌병(MP)에게 체포되어 달러를 몰수당하고 강제 삭발까지 당한 후 후방 지구로 호송 추방되는 장면을 목격'한데서 온 충격이 이 작품의 창작 배경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은 미군 부대 주변에서 부랑하는 소년들과 양공주의 삶을 그림으로써 이방의 외국 군대가 얽혀 든 한국 전쟁의 성격은 물론, 전시의 생존 방법이나 외국인들에 대한 감정까지도 반사되어 있는 작품이다. 전쟁의 재난은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는다. '쑈리 킴', '딱부리', '찔뚝이' 등 이름도 없이 등장하는 소년들은 이미 전쟁 이전의 순수성을 상실한 아이들이다. 인생과 사회의 치부를 너무도 일찍 알아 버린, 동심이 훼손된 존재들이다.

 그 중 '쑈리 킴'은 부모의 죽음으로 거리의 부랑아로 떠돌다가 현재는 양공주인 '따링 누나'와 함께 살면서 미군 캠프를 드나들며 미군을 끌어들이는 펨푸 노릇을 하고, 금단의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외국 군대의 이상한 성문화와 전시에 있어서 성의 상품화 또는 생활 수단화를 너무 일찍 깨우친 아이다. '찔뚝이' 역시 인간의 수성, 그리고 악의 세계와 전쟁의 공포 속에서 '타락한 묘수'를 체득한 비정상적인 소년이다.

 그러나 '쑈리 킴'은 '저 산 너머 해님'을 그리워하는 순진성을 잃지 않으며, '오래 자리 잡음'의 안주 소망도 갖고 있다. '따링 누나'도 인간다움의 가치와 품성을 잃지 않는다. 이런 부류 사람의 사랑의 연대성이 건재한다는 것은 황폐한 사회, 타락한 세계 내에도 진정한 가치는 늘 내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물론, 또 다른 악의 상징인 '찔뚝이'를 '덜 죽여서' 꿈의 실현은 불확실하지만, 다른 전후 소설과는 달리 전쟁의 비극 강조에서 나아가 인간 본성이 착함을 강조하고 있다.

 

 

 “예술은 무릇 현실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거부도 아니고, 무조건 긍정도 아니다. 다만, 예술은 현실에 대한 판단이다. 아니면, 적어도 판단할 수 있는 계기이다. 또한 현실에 대한 제시이고, 현실에 대한 헌신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예술은 무릇 현존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와 동의의 역할을 동시에 갖고 있다. 따라서 예술가는 제 나름의 현실 분석과 현실 판단을 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현실 추구에 대한 남다른 집념을 엿볼 수 있다. 그러므로 송병수의 작품은 그의 줄기찬 현실 분석이요, 현실 판단의 결과이며, 보고이다. 그의 현실 분석에서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은 거부되고 기피된다.

 양공주인 따링 누나와 '쑈리 킴'을 중심으로 고아원 친구였던 딱부리, 쩔뚝이 등이 등장하는 이 작품에도 '양키'들이 등장하지만 작품 내에서는 갈등 요소로 기능하지 않고 단지 소설의 배경으로 축소되어 있다. 쑈리 킴이 따링 누나와 '저 산 너머 해님'을 부르는 동화적 세계로 주제가 축소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 문화와 전쟁의 참상 등에 대한 고찰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지적할 수 있다.


 

송병수(宋炳洙,1932.3.7∼2009.1.4) 

소설가. 경기도 개풍(開豊) 출생. 한양대 졸업. 한양대학교 재학 중 6ㆍ25전쟁이 일어나자 군에 입대해 복무한 뒤, 1957년 [문학예술]지 신인특집에 <쑈리 킴>이 당선, 데뷔. MBC 영화부 근무, [전후문학인협회] 회원 역임. 1965년 조난당한 어느 공군 wkd교의 이야기를 다룬 <잔해(殘骸)>로 제9회 동인문학상 수상. 1974년 한국문학상 수상.  1977년 문화방송(MBC) 제작위원으로 방송계에 몸담은 뒤에는 더 이상 창작을 하지 않았다. 울산문화방송 상무이사를 지냈다. 송병수의 대표작인 <쑈리 킴>은 인생과 사회를 너무 일찍 알아버렸으면서도 아이다운 동심을 잃지 않은 소년 쑈리 킴과 양공주 따링 누나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왜곡된 가치관, 훼손된 성 문화를 그린 작품이다. 이후 1960년대 중반까지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면서 <귀환설><그늘진 양지><몰락><대화><환원기><행위도생> 등의 작품을 발표하였는데, 이 시기에는 주로 부조리한 한국 사회의 현실과 풍속을 사실적 문체로 담아내는 데 주력하였다.

 

 

 

  1. 외국군 기지 주변에 형성된 촌락. [본문으로]
  2. '허드렛일을 하던 소년' 이란 뜻이다 여기서 허드렛일이란 잡일들을 말한다 [본문으로]
  3. GI 스피릿(군인정신), GI 컷(짧은 머리 형) 등의 표현이 있다. G.I.의 정확한 영문 표기는 Government Issued로 정부에서 발급한 관급품을 말하며, 다시 미군을 뜻하는 용어로 바뀌었다. [본문으로]
  4. [명사] [같은 말] 양색시(예전에, 미군 병사를 상대로 몸을 파는 여자를 이르던 말). [유의어] 양부인, 양갈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