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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김유정 단편소설 『금 따는 콩밭』

by 언덕에서 2015. 3. 24.

 

 

김유정 단편소설 『금 따는 콩밭』

 

 

김유정1(金裕貞, 1908~1937)의 단편소설로 1935년 [개벽(開闢)]지 3월호에 발표하였다.

 김유정(1908∼1937)이 등단 이전 금광을 전전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떤 이유로 금광을 전전했으며 금광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학평론가 김영기의 ‘김유정, 그 문학과 생애’(지문사·1992)에 따르면 김유정은 1930년 여름, 연희전문을 자퇴하고 고향인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로 낙향해 마을 근처 물골에 놀러가곤 했다. 물골 개천 바닥에서 사금을 캐느라 떠들썩한 금장이들을 보고 단편 ‘금 따는 콩밭’을 썼다는 것이다.

 이후 경성에서 함께 살던 둘째누님은 광업소 기사인 정씨와 동거 중이었다. 1931년 김유정은 이번엔 보성전문 법학부에 입학만 하고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정씨가 처남(?)을 집에서 내쫓을 방편으로 충남 예산 금광의 현장감독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유정의 금광 체험은 1930년과 1931년 몇 달에 불과한 것이고 그러한 경험이 이러한 수작을 만들었다.

 소설 속에 소작인 영식은 콩밭에 금이 매장되어 있으니 그것을 파내자는 친구 수재의 헛된 꾐에 넘어가, 콩이 다 여문 콩밭을 파헤치는데, 금은 나오지 않고 콩만 망쳐 버린다.

 금점에 이골 난 수재의 꾐으로 무지하고 가난한 농민 영식 자신의 콩밭에서 금줄을 찾으려다가 한 해 농사를 망친다는 이야기는, 김유정 소설의 현실 인식과 해학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성실하게 살고자 했던 인간이 어리석게 유혹에 빠지는 과정을 통하여 당시 농촌 사회의 열악한 모습과 그 구조적 모순도 곁들여 제시하지만 결코 경직된 주제에 빠지지는 않는다.

 

 

소설가 김유정 (金裕貞, 1908~1937)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농촌에서 소작을 하는 영식은 본디 금전(금광)에 이력이 없고, 흥미 또한 없었다. 하루는 금광으로만 돌아다니는 수재라는 친구가 영식이 농사짓는 콩밭에서도 금을 캘 수 있다고 꾀었으나, 영식은 귀담아 듣질 않는다.

 계속해서 집으로도 찾아와 수재는 영식을 부추기고, 영식의 아내 또한 내내 찌든 생활을 하겠느냐며 덩달아 나선다. 그래서 영식은 마음을 고쳐먹고, 애써 가꾸어 놓은 콩밭을 커다란 구덩이를 파 가며 수재와 나날을 보내지만, 영 소식이 없다.

 날이 갈수록 영식은 풀이 죽어가고, 괜히 아내에게 신경질만 부리며 수재를 죽일 놈으로 생각한다. 쌀을 꿔서 산제(山祭)까지 지내며 산신께 간절히 기원도 해 보았으나, 깜깜 무소식이다.

 점심을 준비해 콩밭으로 나간 아내가 수재와 싸워 분통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영식에게 앙탈을 부리다 모진 매를 맞는다. 이를 본 수재가 겁을 먹고 거짓으로 금줄을 잡았다며 영식과 그의 아내를 설레게 해 놓는다.

 영식의 처가 너무 기뻐서 고래등 같은 집까지 연상할 제,

 “네, 한 포대에 오십 원씩 나와유……”

하고 수재는 오늘 밤에는 꼭 달아날 것을 생각한다. 거짓말이란 오래 못 간다. 수재는 탄로가 나서 뼈다귀도 못 추리기 전에 훨훨 벗어나는 게 상책이겠다고, 도망칠 궁리를 한다. 

 

{일제시대의 금광]

 

 이 소설은 금광에 대한 꿈의 허망을 부여 주며, 해학적 요소와 간결한 문체로 구성되어 있다자신의 권유로 시작한 콩밭에서 금을 캐려는 일이 허사로 돌아가려하자 수재는 흙에서 금맥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흙에서 금이 나온다고 거짓말을 한다. 사실인 줄 알고 좋아하는 영식이 처의 물음에 , 한 포대에 오십 원씩 나와유라고 대답하고는 오늘밤은 정녕코 꼭 달아나리라고 다짐하면서, '거짓말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거짓말이 발각되어 뼈다귀도 못 추리기 전에 훨훨 벗어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익살스러운 그의 일면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금광을 안다는 수재의 허풍과 마을 촌로와 마름의 수구적인 자세, 그리고 영식과 그 처의 금에 대한 현혹됨이 삼각관계를 이루며, 황금에 어두워지는 인간의 욕망이 강원도 산골을 배경으로 해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김유정의 귀환’(소명출판사·2012) 공동 저자인 전봉관 카이스트 교수는 ‘김유정의 금광체험과 금광 소설’이란 글에서 김유정의 금광 체험을 1935년까지 연장해 놓았다. 전 교수는 잡지 ‘조광’ 1937년 5월호에 실린 김유정 친구인 김문집의 회고를 인용해 “‘소낙비’가 (1935년 1월 신춘문예) 1등으로 당선했을 적의 군(君)의 직업은 실로 금광쟁이 뒷잽이였다. 광(鑛)쟁이 따라다니면서 밥도 얻어먹고 술도 얻어먹고 등기소 심부름도 하고…”라고 밝혀놓았다.

 전 교수는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김유정을 농촌계몽운동가로 소개하는 것보다 금전판(금광의 일터)에서도 밑바닥 인생인 ‘금광쟁이 뒷잽이’였다고 소개하는 게 그의 문학적 특성에 비춰 더 유용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쨌든 김유정은 황금을 만진 가난한 작가였다.  

 이 작품에는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강원도 지방의 방언뿐 아니라김유정 특유의 조어에 의한 의성어 및 의태어그리고 순수한 우리 고유어가 눈에 띄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 『모지락스리, 힘하게, 헝겁스러운, 깡그리 모집어, 요리 매낀, 맥적하게, 쓰적쓰적, 긁죽긁죽, 쿨렁쿨렁한, 일쩌운, 어기어기, 하르르한...』

 이러한 김유정 특유의 어휘들은 농촌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또한 사회 의식적으로 심화된 주제를 다루는 작품들이 자칫 빠지게 될 수도 있는 경직된 분위기까지도 덜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작가의 의도는 성실하게 살고자 했던 등장인물들이 어리석은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농촌 사회의 열악한 경제상과 그 구조적 모순을 바로 보게 한다. 또한, 이 작품에서 우리는 불투명한 식민지적 미래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갖고, 자신에게 맡겨진 일만을 묵묵히 고수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깨닫게 된다.

 

 

 

  1. 데뷔작인 『소낙비』를 비롯하여 대부분 농촌을 무대로 한 작품을 많이 남긴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가이다. 노다지를 찾으려고 콩밭을 파헤치는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그린『금 따는 콩밭』, 머슴인 데릴사위와 장인 사이의 희극적인 갈등을 소박하면서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봄봄』등 한국의 옛 농촌 정서를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풀어내 그만의 문학세계를 그려나갔다. 그 밖에 『동백꽃』, 『따라지』 등 다수의 단편이 있다. 김유정은 1908년 1월 11일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에서 태어났다. 팔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으나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고 자주 횟배를 앓았다. 또한 말더듬이어서 휘문고보 2학년 때 눌언교정소에서 고치긴 했으나 늘 그 일로 과묵했다. 휘문고보를 거쳐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결석 때문에 제적처분을 받았으며 귀향하여 야학운동을 벌이기도 하였다.1935년「소낙비」가 『조선일보』신춘문예 현상모집에 당선되고,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 현상모집에 가작 입선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35년에는 〈구인회〉의 일원으로 참가하였다. 대표작으로는『금따는 콩밭』,『봄봄』,『따라지』,『두꺼비』,『동백꽃』,『땡볕』등이 있다. 일제 강점의 혹독한 현실 가운데에서 주로 회화적인 해학의 오목거울을 통해 어둡고 삭막한 농촌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곤궁한 삶을 제시하였다. 김유정의 소설은 인간에 대한 훈훈한 사랑을 예술적으로 재미있게 다루고 있는데 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을 한 끈에 꿸 수 있는 사랑, 그들의 마음과 마음을 서로 따뜻하게 이어주는 사랑을 우리의 전통적인 민중예술의 솜씨로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어리석고 무지한 인물들은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주인공의 가난하고 비참한 실제 삶과 이어져 진한 슬픔을 배어나게 하는 등, 해학과 비애를 동반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