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와 레테(Lethe)의 강(江)
지난 휴일에는 인터스텔라(Interstellar)라는 영화를 보았다. 아들, 딸 두 아이의 성화에 가까운 강력 추천 때문에 등 떠밀리다 시피 본 것인데 그들의 극찬과는 달리 지루한 느낌이 강했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미래가 다가온다. 지난 20세기에 범한 잘못이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을 불러왔고, NASA도 해체되었다. 이때 시공간에 불가사의한 틈이 열리고, 남은 자들에게는 이 곳을 탐험해 인류를 구해야 하는 임무가 지워진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 한 채 인류라는 더 큰 가족을 위해, 주인공과 뜻있는 그들은 이제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간다는 스토리인데 복잡한 현대 물리학 이론의 난해함은 멀리하고 가족 구성원들의 애틋한 사랑의 흔적만 기억에 남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블랙홀, 웜홀, 중력 방정식 등 난해한 현대 물리학 이론들이 버무려진 탓인지 이해도 싶지 않을뿐더러, 특히 ‘제 2의 지구’를 찾아 나서는 이유의 설정이 납득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설명하기 힘든 우주의 비밀을 스크린 위에 형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한 점이나 난해한 우주과학 이론을 기초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참신함도 느껴졌다. 관객 동원 1000만 명 기록을 깰 것 같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본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의 우주나 시간에 관한 상식은 ‘평균 이하’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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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본 일행은 백화점 고층에 있는 영화관에서 차를 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러다 나는 아랫층에서 위층으로 오는 젊은 여인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게 되었다.
‘누구더라?’
과거 부하 직원이었다. 창원에서 왔다는 그 처녀 아이였는데 세월의 탓인지 이제는 중년의 티가 나려 했고 이름과 업무 습관이 떠올랐다.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기억력은 그런 공백을 비웃기나 하듯 여전하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탁월한 기억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괴로운 일이기도 하다. 사소한 것들은 잊혀야 삶의 대범함이 유지되는데 그렇지 못하니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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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Lethe)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리스(분쟁의 여신)의 딸이며 망각(忘却)의 화신(化身)을 의미한다. 또한 그리스 종교ㆍ신화에 나오는 명부(冥府) 즉 지옥세계에 있는 강이나 평원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처럼‘레테’란 ‘망각(忘却)‘이란 뜻이다.
고대 그리스의 신비주의 종교인 '오르페우스교'에 따르면, 기억의 샘(므네모시네)과 망각의 샘(레테)은 지하세계의 입구로 생각되었던 트로포니우스 신탁이 있는 레바데이아 근처에 있다고 한다.
죽은 자가 저승에 이르면 이 강물을 마시고 이승에서 일어난 모든 일, 특히 사람 사는 세상의 즐거움을 잊어버린다고 한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불화의 여신 에리스의 딸이며 포노스(노고)ㆍ마케(전쟁)ㆍ리모스(기아)ㆍ아테(파멸) 등의 자매이나 신으로서는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다.
레테는 보통 명계(冥界)에 있는 들판 또는 샘·강을 가리키며 스틱스강의 지류라고도 한다. 지하에 내려간 죽은 사람의 혼이 레테의 물을 마시면 생전의 일을 잊어버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화‘인터스텔라’에서는 현대 물리학의 이론을 빌려 4, 5차원의 세계가 존재함을 증명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인간의 삶과 죽음은 무엇일까? 고차원의 공간 이동을 통해 영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러한 부분을 육감적으로 예측한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 위험성이 두려워 레테의 강이 흐른다는 설정을 하게 된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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