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All mine to give)

by 언덕에서 2013. 11. 19.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All mine to give)

 

 

 

 

해마다 겨울이 올 때 쯤이면, 오래 전 눈물을 흘리며 보았던 '눈이 많이 내리던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 사랑하는 부모를 전염병으로 잃고 동생들을 돌봐야 했던 십대 초반 주인공의 눈물겨운 이야기다. 고아가 된 6남매의 맏이 소년은 자신의 힘으로는 더 이상 동생들을 돌볼 수 없게 되자 동생들을 다른 집에 보내야만 한다. 그는 한사코 떨어지지 않으려는 동생들을 눈썰매를 태워 끌고 따뜻한 집이 있는 가정으로 한 명씩 떼어놓는다. 그리고 마지막 썰매를 함께 끌던 큰 동생과 이별한 후 눈길을 걸어 동생들을 받아 준 집들을 돌아본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창문 밖에서 따뜻한 난롯가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들고 행복해 하는 동생들의 모습을 확인한다. 그런 이별 후에 아무도 반겨주지 않고 더 이상 따뜻하지도 않은 자신의 거처로 발을 옮긴다. 새하얀 눈이 슬프지만 그를 이해해 주듯 펑펑 쏟아져 내리며 그의 발자국을 지운다. 마지막 장면,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랑하는 동생들을 위해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수십 년 세월이 지난 오늘도 눈에 선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의 제목은 'All mine to give(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다. 이 영화의 영국식 제목은 'The day they gave babies away(멀리 그들에게 아기를 준 날 )'로 글리 니스 존스 , 카메론 미첼 , 그리고 렉스 톰슨 주연의 전형적인 멜로 영화이다. 이 이야기는 1946년 미국 위스콘신 주의 코스모폴리탄 잡지 12월 호에 게재된 ‘진정한 삶의 이야기’라는 기사를 바탕으로 했다.

 

 

 

 

 

 소년시절 나는 영화를 매우 좋아했기에 ‘주말의 명화’를 통해 영화를 보는 즐거움으로 한 주를 생활했던 추억을 갖고 있다. 그 중에 1970년대 후반에 보았던 'All mine to give'는 어린 마음에 가슴 짠한 기억으로 보았던, 그래서 아직도 마음 속의 그 장면 장면들이 눈에 선한, 지울 수 없는 감동을 주었던 영화로 남아 있다. 장남인 라비를 생각하며 나라면 저런 환경에서 과연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늘 마음속에 담아놓은 영화였다. 다행히 지난 주말 케이블 방송에서 그야말로 우연히 다시 접할 수 있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850년 초반 미국으로 건너온 스코틀랜드 이민가족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젊고 활기 있으며 선량한 스코틀랜드 이민 '로버트 윤슨'과 그의 아내 '마미'는 위스컨신 주의 개척민 정착지인 유레카에 도착한다. 그러나 와보니 막상 그들을 초대했던 마미의 숙부는 죽고 집은 불에 타 버린 다음이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더구나 '마미'는 임신 8개월의 몸이다. 두 사람은 다행이도 이 마을의 의사인 '브래들리'와 그 아내의 도움을 받아 마을 사람들이 불에 탄 집을 다시 세우도록 돕고 거기서 살게 된다. 얼마 후 산파 '푸그마이어'부인의 도움으로 첫 아들 '라비'를 낳게 된다. 멀리 떨어진 벌목장에 일자리를 마련한 '로버트 윤슨'은 거친 작업반장 '카렌'과의 불화 속에서도 참고 견디며 벌목기간을 산에서 지내며 돈을 번다. 벌목기가 지나자 '로버트'는 독자적인 사업을 벌려 조그만 조선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어서 둘째아들 '지미'와 셋째아들 '커크', 딸 '아나벨'과 '엘리자베스', '제인'등 여섯 남매를 낳는다. 그런데 셋째아들 '커크'가 8세가 되던 때에 디프테리아에 걸린다. '로버트'는 의사의 권고대로 다른 아이들이 전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아이들을 격리시켜 산속에 있는 빈 집에서 온갖 고생을 다 하여 키운다. 그렇게 '로버트'는 아이들을 사랑했다. 그의 아내 '마미'가 집에 혼자 남아 '커크'를 간호하던 중 '커크'가 기적적으로 완쾌되자 온 식구가 기뻐하며 다시 함께 살게 되는데 뜻밖에도 아버지 '로버트'가 갑작스런 병으로 손을 쓸 사이도 없이 죽고 만다. 어린 장남 '라비'는 집안을 돌보며 어떻게 하던지 보탬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그의 노력은 오히려 어머니 '마미'를 울릴 뿐이다.

 재혼의 유혹도 마다하고 굳은 결의로 살아가던 '마미'가 돌연 쓰러진 것은 크리스마스 이전의 일이었다. '마미'는 '라비'를 곁으로 불러 애끓는 유언을 남긴 채 감지 못할 눈을 끝내 영원히 감고 만다. '라비'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동생들이 고아가 되지 않도록 새로운 부모를 찾아 주어야만 했다.

 그것도 크리스마스가 지나기 전에 동생들을 각 집에 양자와 양녀로 넣어 주어야만 하는 형편이었다. '라비'는 헤어지지 않으려는 동생들을, 같이 살자고 애원하는 동생들을 달래며 이를 악물고 이웃의 각 가정을 방문하여 설득시키게 된다. 울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며 애원을 하는 '라비'의 진실 앞에 이웃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으며, 친절하게도 사랑과 기쁨으로 '라비'의 동생들을 하나씩 맡아 주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예배가 끝날 때 쯤 벌목장에 들어가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차가운 겨울 숲을 향해 발길을 옮기는 '라비'의 가슴에서는 어느덧 뜨거운 결의가 뭉쳐지고 있었다.

 "빨리 자라야지."

 "그리고 내 사랑하는 동생들을 만나러 가야지."

 "훌륭하게 살아다오, 그때까지……."

 "아버지, 어머니, 이제 안심하세요. 동생들은 다 좋으신 분들 댁에 맡겼으니까 행복하게 살 거예요……." 하고 중얼거리며 눈보라 속을 계속해서 걸어간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1800年代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의 신개척지 생활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버트 윈슨가(家)의 이야기는 그 당시 실제로 있었던 실화로 알려져 있다. 이 실화를 영화하한 것이 1970년도 미국 R, O, K社의 'All mine to give(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이다. 이 영화는 개봉되자마자 미국에서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대히트를 쳤으며 공전의 롱-런 상영의 기록을 세웠다. 이 애절하고 슬픈 이야기는 전세계 여러 나라의 출판사가 다투어 소설화하여 출간하는 선풍을 일으켰다. 크나큰 감동을 주는 휴먼 드라마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는 그 제목이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조건 없는 희생정신의 압축이라 할 수 있다.

 이웃의 도움으로 오대호 근처의 위스콘신 주에 어렵게 정착한 젊은 부부는 6남매를 낳아 사랑과 정성으로 키운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자식을 향한 사랑과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신뢰, 그리고 형제간의 사랑이 넘쳐흐르도록 담겨진 영화의 내용은 미국 서부 개척시절 한 가정의 이야기로 실화이다. 젊은 부부가 스코틀랜드에서 미국 중부 어느 마을로 이민 온데서 시작된다. 나름대로 오붓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던 어느 날 아버지가 디프테리아로 죽고 그리고 어린 자식들의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엄마까지 세상을 떠난다. 마지막 크리스마스 이브를 함께 지낸 6남매는 열두 살밖에 안 된 맏형에 의해 각자 양녀와 양자로 맡겨지게 된다. 최후로 막내 여동생을 보낸 맏이 소년이 입술을 깨물며 썰매를 끌고서 자기 일터로 향하면서 눈 덮인 산허리를 넘어가는 영화의 엔딩씬이 너무나 감동적이다.

 

 

 

 

 

 알렌 라이즈너가 감독한 이 영화는 1957년 미국에서 제작되었으며, 개봉 당시 20세기 최고의 영화로 각 매체들이 평했다. 한국에서는 1977년 1월 명보극장에서 개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