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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첨밀밀(甜蜜蜜)>, 그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아프게 달콤했던 영화

by 언덕에서 2014. 2. 21.

 

 

 

<첨밀밀(甜蜜蜜)>, 그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아프게 달콤했던 영화

 

 

 

 

 

 

 

 

영화 <첨밀밀(Almost A Love Story)>은 1997년 홍콩의 진가신 감독이 만든 멜로영화로 여명과 장만옥이 주연했다. 가요 <첨밀밀>은 1995년 세상을 떠난 등려군의 노래로 유명한데 인도네시아 민요에 중국 가사를 붙인 곡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첨밀밀>은 돈을 벌기 위해서 중국 대륙으로부터 홍콩에 이주한 남녀의 1986년부터 1995년까지 10년간의 애잔한 사랑을 그린 멜로물이다. 이 영화의 도처에 등장하는 등려군은 주인공 소군과 이요의 러브스토리 매개체와 구심점 역할을 하는 가수로서 그녀의 감미로운 노래 <첨밀밀>은 이 영화의 배경 색감으로 자리 잡는 감상 포인트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상해 토박이 여소군(여명)은 성공의 꿈을 안고 희망의 도시 홍콩에 도착한다. 어수룩한 촌놈이고 도시 물정에 어둡고 촌티 나는 여소군(여명)은 같은 대륙 출신이지만 사리에 밝은 도시풍의 여자 이요(장만옥)를 만난다. 이요는 꽃집과 학원 알바, 맥도널드에서 점원으로 악착 같이 모은 돈으로 노점상을 열고 열심히 살아간다. 여소군은 식재료 배달과 식당 요리사 보조 일을 하며 홍콩 사회에 적응해 간다. 그러다 둘은 친밀해지고 떨어질 수 없으리만큼 서로에 집착하게 된다. 이요는 여소군이 상해에 두고 온 약혼녀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여소군과 사랑에 빠진다. 여소군은 고향의 여자 친구 소정과 결혼하여 둘이 홍콩에서 사는 게 인생의 목표지만 이요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중 이요는 과다한 주식투자로 결국 빚더미에 오르고 마사지 걸로 전락하고야 만다. 그러다 그곳에서 만난 자신을 아끼던 폭력배 보스와 결혼한다.

 여소군은 여자 친구 소정과 결혼하지만 이요를 더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소정과 이혼하고 홀로 미국으로 떠난다. 그는 이후 결혼을 하지 않은 채 뉴욕에서 독신으로 살아간다. 이요는 경찰의 수배를 피해 달아나는 남편을 따라 밀항하여 뉴욕에서 숨어살지만 어느 날 남편이 흑인 청소년 불량배들과의 시비 끝에 거리에서 살해당한다. 이요는 불법체류자로 경찰에 체포되어 강제출국 당하려던 찰나 호송차 안에서 길을 지나던 여소군을 발견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차를 뛰쳐나가 그를 찾지만 놓치고 만다. 미국을 떠나지 못한 이요는 여행 가이드를 하며 뉴욕에서 혼자 살아간다. 이들은 서로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한다. 서로가 좋아하던 가수 등려군이 사망하던 날 이요는 뉴욕을 떠나 중국으로 돌아가려 한다. 엇갈린 인연으로 함께 하지 못했던 둘은 그날 뉴욕 뒷골목에서 가수 등려군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전자대리점 TV앞에서 운명처럼 다시 조우한다. 여기서 등려군의 노래 ‘첨밀밀’이 배경 음악으로 깔리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제목인 '첨밀밀(甜蜜蜜, 톈미미)'은 '꿀처럼 달콤하다'는 의미를 가진 중국어 형용사이다.

 중국의 개방 열풍에 많은 젊은이가 홍콩으로 몰려들던 1986년 봄. 푸른 인민복 차림의 순수 청년 여소군(여명)이 홍콩에 도착한다. 포주인 고모의 다락방에 얹혀살며 식재료 배달 일을 하던 그는 맥도날드 가게 종업원 이요(장만옥)를 만나 급격히 가까워진다. 그녀 또한 돈을 벌기 위해 대륙에서 이곳에 온 ‘홍콩 드림’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이별과 재회만 계속한다. 결국 엇갈린 운명으로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이러한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를 다룬 영화가 진가신 감독의 ‘첨밀밀(甛蜜蜜)’이다. 홍콩이 대륙으로 반환된 1997년 ‘타임 선정 세계 10대 영화’에 오른 작품인데, 덩려군(鄧麗君)의 경쾌한 주제가로 더 유명해졌다. 소군이 짐자전거 뒤에 이요를 태우고 달리면서 함께 부르던 그 노래는 꿀처럼 달콤하다는 뜻의 제목처럼 가사 또한 매혹적이다. 

 

 

 

‘달콤해요. 당신의 웃음은 아주 달콤해요. 봄바람 속에서 꽃이 피는 것처럼. 봄바람 속에 피는 꽃처럼. 어디서, 어디에서 당신을 만났었죠? 당신의 웃는 얼굴이 무척 낯익어요.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네요. 아 꿈속이었군요. 꿈속에서, 꿈속에서 당신을 보았어요.’

 

 이 영화는 홍콩 멜로 영화의 걸작이다. 나이가 들고 15년 만에 다시 이 영화를 보니 또 다른 형태의 사랑들이 보였다. 술주정뱅이 영어 강사, 젊은 시절 잠시 만난 미국인 배우를 평생 사모하다 죽어가는 소군의 고모, 상대방을 배려했던 순진한 조폭, 순정을 갖고 한 남자만 사랑하지만 결혼 생활에 실패하고야 마는 소정. 그들은 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었다. 그 청춘은 짧고도 아름답게 지나갔다. 젊은 시절에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나이가 들어서 보니 애틋하게 다가왔다.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다가오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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