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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프랑수아 모리아크 장편소설 『사랑의 사막(Le Desert de l‘amour)』

by 언덕에서 2016. 3. 31.

 

 

프랑수아 모리아크 장편소설 『사랑의 사막(Le Desert de l‘amour)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 모리아크(Francois Mauriac.1885∼1970)의 장편소설로 1925년 발표되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이기도 한 모리아크는 일평생 인간 본연의 내적 갈등과 고통의 문제를 연구했다. 1925년에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 작품인 『사랑의 사막』은 그러한 노력의 결정체이며 제목 ‘사랑의 사막’은 그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압축된 표현이기도 하다.

 쉰두 살의 아버지와 열일곱의 아들이 한 여인을 사랑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널리 존경받는 쿠레주 박사는 ‘산 채로 땅에 묻힌 듯’ 숨 막히는 가정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에서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마리아를 남몰래 사랑한다. 사춘기 아들 레몽은 호기심으로 아름다운 연상의 여인 마리아에게 끌린다. 이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세계로부터 벗어나려고, 혹은 그 세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정립하기 위해 서로를 갈구하고 사랑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랑은 그들 마음속 황량한 사막 안에서 천천히 시들어갈 뿐이다. 모리아크는 이 작품을 통해, 운명의 잔혹함과 사랑의 비극적 아름다움을 처연하게 그려냈다. 고립된 인간 존재들 사이의 소통 불가능성을 깊이 있게 탐색한 모리아크의 대표작이다. 모리아크는 195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모리아크의 작품 세계에서 인간 세계에 만연한 갈등은 ‘사랑의 사막’이라는 표현으로 압축된다. 사막은 곧 고립된 인간 존재들 사이의 '소통 불가능성'을 의미한다. 모리아크의 소설 속의 모든 인물들은 한결같이 소통의 어려움 속에서 고통 받는다. 그들은 마치 타인들이 들어올 수 없는 고립된 섬에서 존재하는 듯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만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혹은 그 세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정립하기 위하여 종종 타인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이처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위해 타인을 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인물들의 존재관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두 남자, 17세 소년과 52세인 소년의 아버지가 한 여인을 사랑한다. 그러나 둘 중 어느 쪽도 그 여자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오랫동안 그 여자를 잊지도 못한다. 어느 날 청년 레몽 쿠레주가 파리의 한 바에서, 우연히 그가 소년 시절에 알았던 여인, 이제는 40대 중반 마리아 크로스를 마주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여기에서 작가는 플래시백 기법으로 레몽의 과거, 소년 시절을 부활시킴으로써 소설을 구성한다. 그들이 보르도 교외의 전차 안에서 처음 만났을 때, 레몽은 외모에 자신 없고 수줍은 고등학생이었고, 마리아는 부유한 남자의 정부로, 이웃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20대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마리아를 처음 만났을 때, 레몽은 마리아가 유부남의 정부라는 사실을 몰랐다. 단지 못생겼다고 주눅 들어 있던 자신을 관심 있게 바라봐 주는 것이 기뻤을 뿐이다. 마리아의 관심에 레몽은 전과는 전혀 다른 남자로 성장한다. 그러나 마리아의 정체를 알고 난 후, 레몽은 우정에서 떠나, 서툰 남자의 허세로 마리아를 가지려다가 헤어지게 된다.

 그 후로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뭉갠 마리아에게 레몽은 그리움이 뒤섞인 원한을 간직하게 되었고, 방탕한 청년으로 자라난다. 그는 언젠가 이 여인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날, 유혹해 완전히 지배하는 날을 오랫동안 꿈꿔왔다.

 한편, 존경받는 의사인 쿠레주 박사는 아들보다 먼저, 그의 환자로 마리아를 마음속으로 몰래 그녀를 숭배하고 있었다. 박사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었으나, 불행한 남편, 아버지, 아들이다. 그의 부인은 가정과 남편에게 헌신적이었으나,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진 평범하고 속된 여인이다. 그녀는 일상의 근심거리만을 늘어놓으며 남편과 소통하지 못한다. 속되지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치는 아내에게 충실하며 ‘산 채로 땅에 파묻힌 사람’처럼 숨 막히고 괴로운 생활을 하고 있던 마리아만이 유일한 삶의 희망이다. 

 마리아 크로스의 남편이 된 라루셀이 술집에서 싸움을 벌이다 부상을 당한다. 그 술집에 있던 레몽은 마침 학회 참여를 위해 파리에 와 있던 아버지를 그곳으로 부른다.

 오랜 시간이 흘러 한 여인을 사랑했던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그 사랑의 대상이었던 여인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여전히 마리아 크로스에 대한 정열을 가슴 한 편에 간직하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과는 달리, 마리아는 이들에게 무관심과 냉담한 태도만을 보일 뿐이다.

 호텔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단 둘이 자리하게 된 쿠레쥬 부자는 마음 속 비밀을 서로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마리아 크로스라는 대상을 매개로 생겨난 이 친밀감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마음속 이야기들을 나누게 된 것이다.

 특히 아버지는 자신의 은밀한 정열과 상처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준 가정이라는 울타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답답한 사막과도 같아 보였던 가정이 궁극적으로는 그의 삶의 보호처였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들은 고향집으로 떠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기차역으로 달려간다. 그 역시 가정의 울타리, 그 보호의 처소로 돌아가려는 듯하다

 

 

 

『사랑의 사막』은 한 여인에 대한 아들과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배경을 중심으로 서술된 작품이지만, 욕망의 격정적인 묘사라든지 불륜으로 인한 가정 파탄 등과 같은 소재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자극적인 스토리와 묘사를 기대한 독자들이라면 애초에 손에 잡지 말아야 할 만큼 이 작품은 인물의 내적 갈등과 인물들 간 관계의 상세한 묘사에 집중하고 있다.

 모리아크의 관심은 소설 속 인물들의 삶 속에 자리한 ‘사막’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있다. 그리고 모리아크는 그 ‘사막’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넓어져 가는지를 끊임없이 파고들고 있다.

 마리아 크로스는 애인인 라루셀과의 관계와 고장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아들 레이몽 쿠레쥬와 아버지 폴 쿠레쥬와의 관계에서 공히 ‘사막’과 같은 고독만을 곱씹는다. 아들은 아들대로,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서로 간의 관계, 다른 가족들과의 관계, 심지어 동일한 사랑의 대상인 마리아 크로스와의 관계에서 공히 메마른 ‘사막’의 갈급함만을 느낄 뿐이다.

 결국,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그 무엇으로도, 심지어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도 채울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 결핍과 그 결핍 주위로 사막과도 같이 거대하게 형성되어가는 소통의 단절에 대한 문제를 쓰고 있다.

 

 

 모리아크의 소설은 서사의 긴장감보다 등장인물의 내면적 감정의 긴장감으로 정의된다. 그는 능란한 기법으로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외관상의 이야기보다는, 가정과 각 개인 안에 있는, 타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 사랑의 내적인 심연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비극, 징벌, 구원을 점진적으로 드러난다. 서사의 단조로운 구성을 버리고 시간을 뒤섞는 그의 독창성은 이야기의 시간이 지속적, 직선적이 아니라 '폭발한 시간'이라는 그 독특한 기법에 있다. 작가는 소설의 시작에서 작중인물의 과거 회상을 통해 독자를 과거의 시간 속으로 데려간다. 장면과 장면을 교묘하게 연결, 교차하는 작가의 소설 구성의 능란한 솜씨는 감탄할 만하다.  모리악은 이 작품으로 195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프랑수아 모리아크(François Mauriac, 1885년 10월 11일 ~ 1970년 9월 1일)는 프랑스의 소설가이다. 보르도의 부유한 지주 집안에서 태어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모친의 영향을 받아 일찍이 가톨릭에 대한 신앙을 지녔다. 보르도 대학에서 수학한 후에 파리에 나와서 한때 고전학교에 적을 두었으나 문학활동에 전념하게 되었다. 최초 시집 <합장(合掌)>(1909)을 발표하여 바레스에게 인정을 받았으며 소설의 제1작 <쇠사슬에 묶인 아이>(1913)부터는 계속 문제작을 발표하여 문단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했다. 주요한 소설로서 <문둥이에게 키스>(1922), <불의 강>(1923), <사랑의 사막>(1925), <테레스 데케이루>, <독사의 알력>(1932), <검은 천사>(1936), <바리새 여인(La Pharisienne)>(1941)을 들 수 있다. 그의 소설은 대개 고향의 풍토와 기후를 배경으로 하고 폐쇄적이고 속악(俗惡)한 지주 집을 무대로 전개된다. 잃어버린 청춘에의 갈망, 영육(靈肉)의 격렬한 상극을 테마로 하여, 회상형식의 교묘한 기법(技法)이 일관하여 추구되고 신의 은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신앙없는 세계의 비참함이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이외에 평전(評傳)·소설론·에세이·일기·극작에도 우수한 작품이 많이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저항운동에 참가하였으며, 전후에는 정치·사회평론 활동이 현저하다. 1933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 되었고, 1952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